오바마도 쓴 CC "창조적 정보 공유"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5-03-28 13:24:21    조회 : 447회    댓글: 0


오바마도 쓴 CC “창조적 정보 공유→ 세계경제 돌파구”
 

지난 8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힙합 듀오 ‘더블 데크’의 연습실에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자원활동가 이종은·이미영씨와 더블 데크 멤버 장상준·윤동훈(왼쪽부터)씨가 모였다. 이종은·장상준씨는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코리아가 운영하는 인터넷 음원 공유 커뮤니티 시시믹스터 코리아(ccMixter.or.kr)의 관리자이기도 하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CC: Creative Commons〉
그리드락(Grid Lock).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제적 교착 국면’을 지칭하는 용어다. 마이클 헬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같은 이름의 책에서 사적 소유의 무분별한 확대를 그리드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유화가 존재하는 부마저 축소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그의 경고는 소유권을 신성시하는 ‘재산 근본주의’에 맞서 개방·공유의 정신에 바탕한 ‘호혜 경제’를 추구해온 실험들로 눈길을 돌리게 했다. 크리에이티브 코먼스(Creative Commons·CC)도 그중 하나다. 저작권 시스템의 유연화를 추구하는 공유 라이선스 운동에서 시작된 시시는 최근 산업과 비즈니스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리드락에 빠진 세계 경제에 돌파구를 열어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논문·통계자료·실험 데이터 등 일정한 조건 아래 자유 사용
개방적 온라인 협업 통해 문화·경제·사회 시스템 혁신 꿈꿔

“전체적인 느낌은 괜찮은데, 아직 좀 가벼워.” “베이스를 깔아보는 건 어때?”

지난 8일 저녁 서울 동교동에 있는 힙합 듀오 ‘더블 데크’의 작업실. 다음달 초 서울청소년창의서밋 초청공연에서 선보일 힙합곡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곡을 만들고 연주도 하는 작업실이라지만 눈에 띄는 악기라곤 작은 건반 1대뿐, 방 안을 채운 것은 컴퓨터 모니터와 디제이용 턴테이블, 이름 모를 믹싱장비들이다.

 

“우리에겐 인터넷이 악기예요.” 리더 장상준(28·디제이 짱가)씨가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한다. 화면에는 미국의 인터넷 음원 공유 커뮤니티 ‘시시믹스터’(http://ccMixter.org)의 검색창이 떠 있다. “방금 곡은 여기서 내려받은 외국 뮤지션의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기타 음원에 제가 만든 스크래치 음원을 입힌 겁니다.”

 

시시엘 콘텐츠 증가현황
 
장씨는 친구 이종은(28)씨의 조언에 따라 곡에 삽입할 베이스 음원을 찾기 시작했다. 415개의 엠피스리 파일이 검색됐다. 장씨가 선택한 것은 엘리어트엠(elliotm)이란 뮤지션이 올려놓은 ‘오션신스’라는 20초짜리 베이스 음원. 장씨는 시퀀싱(sequencing) 프로그램을 이용해 잘게 쪼갠 음원 조각을 여기저기 붙여넣더니 미리 녹음해 둔 윤동훈(23)씨의 비트박스 사운드를 입혀 1분30초짜리 힙합 소품을 완성했다. 사이트 방문자 누구나 자유롭게 음원을 내려받아 가공하고, 이렇게 만든 새 음원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시시믹스터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시시믹스터는 미국의 음악가이자 프로그래머인 빅터 스톤이 2004년 개설했다. 개방적 저작권 운동을 벌이는 비영리 민간단체 크리에이티브 코먼스의 자매 사이트다. 이곳에 올라와 있는 1만여개의 음원에는 일정한 조건 아래 모든 이의 자유이용을 허락하는 라이선스가 붙어 있다. 시시엘(Creative Commons License·CCL)로 불리는 이 라이선스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저작물의 자유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2001년 로런스 레시그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만들어 보급한 콘텐츠 이용허락 표시 시스템이다.

만약 라이선스에 ‘저작자표시-비영리’란 조건이 표시돼 있다면, 이용자는 돈벌이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저작자가 누구인지를 표시하는 선에서 자유롭게 콘텐츠를 재가공해 배포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창작의 재료로 활용된다. 그런데 시시엘은 음원에만 붙는 게 아니다. 인터넷 게시글은 물론 논문, 동영상, 통계 자료, 실험 데이터 등 모든 종류의 지적 창작물에 적용된다. 2009년 4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시시엘이 달린 채 유통되는 콘텐츠는 1억6000만개가 넘는다.

시시는 단순한 정보 공유가 아니라 ‘공유를 통한 더 많은 창조’가 목적이다. 설립자 레시그 교수는 시시 운동의 바이블격인 <자유문화>에서 “우리 역사 속에서 문화가 지금보다 더 많이 사적으로 소유됐던 적이 결코 없다”며 모든 유·무형의 생산물을 재산권의 테두리로 묶어두려는 ‘재산 근본주의’를 문화와 경제의 혁신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지목한다.

이런 ‘재산 근본주의’에 맞서 개방·공유의 경제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은 물론 시시만이 아니다. 온라인을 통한 대규모 협업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위키노믹스(wikinomics)가 대표적이다. 실제 전자공학이나 생명공학 분야에선 기업들이 폐쇄적으로 축적해온 연구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신상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학술 콘텐츠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을 실험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운동과 사이언스 코먼스(science commons) 역시 주목할 만하다. 모두 미국의 리처드 스톨먼이 1989년 시작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시의 한국 지부격인 시시코리아의 윤종수 판사(논산지원장)는 “다양한 분야에서 ‘개방·공유에 기반한 창조’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흐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고 있다”며 “컴퓨터와 웹기술의 진화가 만들어낸 이런 변화들이 문화와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사회 시스템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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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 국내 활동

‘시시코리아’ 판사 등 50명 참여…콘텐츠 370만건

시시의 활동은 시시 라이선스(시시엘)를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시엘을 이용한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모델을 연구하고 시시가 지향하는 열린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교육 사업을 실시하는 것도 시시의 주요 활동이다.

2005년 3월 시시의 한국 지부 형태로 출범한 시시코리아는 법학자, 개발자, 디자이너, 미디어아티스트, 학생 등 50여명이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시시코리아는 시시엘 한국어판을 관리·보급하는 일뿐 아니라, 음악리믹스 사이트인 시시믹스터 코리아(ccmixter.or.kr)를 운영하면서 시시가 지향하는 열린 문화의 확산을 위한 공개세미나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현재 시시엘이 적용된 국내 콘텐츠는 370여만 건으로 규모로 따지면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대만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시시엘 콘텐츠의 상당수가 시시엘 검색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콘텐츠의 양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시시코리아 쪽의 설명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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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최고경영자 이토

“저작권 반대·정보 공산주의 아닌
저작권 범위 안에서 공유 기술 제공”

 

조이 이토 크리에이티브 코먼스(CC) 최고경영자
 
조이 이토(사진·43) 크리에이티브 코먼스(CC) 최고경영자는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시시가 다양한 사회운동과 비즈니스 모델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시시를 저작권에 반대하는 급진적인 ‘정보 공산주의’ 운동과 연결짓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토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벤처캐피털 업체인 니오티니(Neoteny) 회장과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이사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시시의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출범 8년째를 맞는 시시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인 학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80개 나라에 보급됐고, 이 가운데 50개국에 공식 지부가 설립됐다는 점에선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 시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시시에 대해 들어본 사람조차 우리 일을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시시의 확산을 위한 복안이 있는가.

“저작물뿐 아니라 특허의 대상인 발명이나 물리적 샘플에도 이용자·법률가·컴퓨터가 쉽게 이해하고 판독할 수 있는 표시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활동을 정치적 운동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지금이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시시를 사용하는 것 역시 점차 덜 정치적인 것이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적 재산권 문제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그의 취임 이후 의미 있는 변화가 있는가.

“고무적인 사실은 대통령 취임식날 백악관이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했는데, 정부 콘텐츠에는 저작권이 없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을, 나머지 콘텐츠에는 시시를 적용한다는 공고가 걸렸다는 점이다. 후보 시절 홈페이지에는 이미 시시엘을 사용했다. 최근엔 백악관의 공식 사진들이 영상정보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flickr.com)에 계속 업로드되고 있는데 모두 시시엘이 적용되고 있다.”

-‘공유를 통한 창조’라는 시시의 핵심 정신이 지적 재산권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소유관계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시시의 1차적 관심은 저작권이나 지적 재산권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시를 저작권 반대(카피레프트) 운동이나 공산주의 성격을 띤 정보 공유 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현행 저작권 시스템의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이 저작물을 개방·공유할 수 있도록 기술과 라이선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물론 시시가 여러 형태의 사회운동과 비즈니스 모델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세영 기자     from 한겨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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