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영성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3-12-23 10:46:18    조회 : 482회    댓글: 0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10,끝> 생명과 영성

 
 
몸, 마음, 영혼생명으로 이뤄진 인간          이재돈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원장)


 우리가 어떤 것을 알고 싶을 때, 이를 알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부분지고 하나는 전체지다. 부분지는 실재의 한 부분에 대한 지식이며, 전체지는 실재 전체에 대한 통찰이며 지혜다. 이 둘은 다 필요한데 부분지는 전체를 실현하고, 전체지는 부분을 인도하기 때문이다.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면 이번 주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번 주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이번 달에 무엇을 할 것인지, 이번 달은 올해, 올해는 내 인생의 전체 과제가 잡혀 있어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오늘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작은 생각은 내 인생 전체에 대한 생각과 같이 가는 것이다. 내 인생 전체는 전체지, 오늘은 부분지다. 전체를 어떻게 살 것이냐 고민하지만 전체를 사는 방법은 없다. 오늘을 사는 방법밖에 없다. 전체를 살려면 오늘을 사는 수밖에 없다.

 전체를 표현하는 것은 우주인데 전체 안에서도 인간은 좀 더 특별하다. 인간은 우주의 생명인 동시에 우주의 특별한 존재다. 인간과 우주라고 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 둘 외에 또 무엇이 있나. 보이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데 그것을 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주, 인간, 신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다. 우주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우주론이고, 인간은 도대체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인간론이다. 신론은 절대 차원과 궁극적 의미에 대한 이해다. 이 세 가지가 실재이자 세계관이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내 실존을 이해할 수 있다.

 세계관을 이야기하면 동서양이 다른 특징을 보인다. 서양은 우주, 인간, 신을 변증법적 발전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고, 동양은 우주, 인간, 신의 균형을 중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 가지 차원 전체를 밝히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파편화돼 있다. 공교육에선 우주와 인간에 대해 가르치지만 영성교육은 빠져 있다. 영성교육은 전적으로 사교육에 맡겨져 있어 집이나 성당, 절이나 교회 등이 아니면 전혀 배울 기회가 없다. 석ㆍ박사 과정은 교육이 전문화, 파편화됐다. 폭이 넓어지면 박사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때 문과 이과를 나눈다. 문과에선 인간 이야기를, 이과에선 자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대학교육은 전공에 치우쳐 있다. 그러니 학생들은 우주, 인간, 영성 전체에 대한 이해를 배우기가 굉장히 어렵다. 큰 그림을 그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극복해 보자는 움직임이 있다. 통합적 접근, 통합적 학문의 시도다. 특별히 현대의 심각한 문제인 생명, 생태계 파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세 가지 차원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주, 인간, 영성을 다 가르치는 데가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CIIS 대학원(www.ciis.edu)만이 예외다. 자연과학을 공부했으면 인문학과 영성을, 인문학을 전공했으면 자연과학과 영성을 공부하게 한다. 지금은 작은 대학이지만 점차 명성을 얻고 있다.

 우리는 몸생명, 마음생명, 영혼생명으로 이뤄진 존재다. 즉 세 겹의 생명을 지닌 존재다. 몸생명은 우주와 연결돼 있다. 마음생명은 문화, 심리, 사회적 차원과 관계가 있다. 영원한 생명이라 일컫는 영혼생명은 우주적 차원이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그냥 태어난 것이 아니다. 준비가 있었다. 내 몸을 위해 우주의 준비가 있었다. 우주는 137억 년 동안 준비하며 내 몸을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내 몸을 만든 우주,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마음생명을 위해선 부모님과 여러 다른 사람들의 준비가 있었다. 영혼은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것으로 영혼생명은 하느님과 우리를 연결시키는 차원이다.

 이렇기에 살아가는 것은 몸과 마음, 영혼 이 세 가지 생명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잘 먹어야 한다. 마음생명의 과제를 위해선 마음을 성숙시키고 내가 맡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 영혼생명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

 생명의 끝은 3차원의 생명이 풀어져서 돌아가는 것인데, 돌아간다는 것은 죽는다의 에두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죽는다는 건 끝이 아니라 몸과 마음과 영혼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몸생명의 돌아감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영혼생명의 돌아감은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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