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생명 살리고 떠난 아내에게 성탄 선물 됐으면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4-12-24 11:01:56    조회 : 312회    댓글: 0

 (사진=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다섯 생명 살리고 떠난 아내에게 성탄 선물 됐으면" 2014-12-24 06:00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24일 뇌사 장기기증자인 아내를 이어 신장을 기증하는 김충효(45)씨

"다른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난 아내, 그리고 제 장기를 기증받는 분께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 기증을 통해 다섯 생명을 살리고 떠난 아내를 이어 생면부지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른 김충효(45)씨.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그는 이식 전 검사를 위해 환자복으로 갈아입고서야 "이제 좀 실감이 난다"며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뇌사 장기 기증인 유가족 가운데는 국내에서 생존 중에 신장 기증을 한 첫 사례가 김씨라는 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설명이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다 쓰려져 뇌출혈 진단을 받은 뒤론 의식이 돌아오지 못했다. 뇌사 상태였던 아내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던 김씨는 의료진의 권유로 아내의 마지막 길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자신은 이미 사후 기증 서약을 했지만, 그동안 머뭇거려오기만 했던 아내를 대신해 내려야 했던 만큼 어려운 결단이었다.


"아내를 허망하게 떠나보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처형의 동의를 얻어 아내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떠날 수 있었죠."
이후 남겨진 세 아들과 함께 아내를 떠올릴 때면 "아내를 통해 새 삶을 살게 된 다섯 사람이 어디선가 지금 함께 살고 있다는 게 위안이 됐다"고 한다.
어느덧 아내를 떠나보낸 지 1년여가 됐던 지난 6월 교회에서 장기 기증에 대한 설교를 듣던 김씨는 자신 역시 신장을 기증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내에게 못 해준 것도 많고, 갑자기 떠나서 잘 가라는 인사도 못 했는데"라면서 눈시울을 붉히던 김씨는 "이제 천국에서 만나면 '당신하고 똑같은 길을 걷고 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웃음을 보였다.

김씨의 신장은 24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팀의 집도를 통해 18년째 만성신부전으로 투병 중인 50대 여성에게 기증된다.


이식을 받게 된 이 여성 환자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고맙다"면서 "기부자인 김씨를 꼭 한번 뵙고 싶고, 많은 분이 기증에 나서 다른 분들도 회복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미영 경기지부장은 "뇌사 기증도 귀하고 가족들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생존 시 기증은 특별한 결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아내에 대한 사랑의 힘을 곁에서 본 것 같아 성탄절에 따스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이식한 949번째 기증자로, 올해 기증자는 김씨를 포함해 단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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