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난을 사는 신앙생활 생명공동체 실천운동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4-09-03 22:41:06    조회 : 614회    댓글: 0

 미래 사목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잡지 2014년 9월호 "사목정보" 공동체 건설 사목현장

p 55-59의 취재 (한은주)기사 내용입니다.

 

함께 가난을 사는 신앙생활 생명 공동체 실천 운동


- 시화성바오로성당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QR코드 사진)

시화성바오로 성당은 특별하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이하 밀알 협동조합) 때문이다. 성당 안에 협동조합이라고?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1년 전에 첫 씨앗을 뿌린 후 2014년 6월 28일 이용훈 주교의 인준을 받아 창립총회를 열었을 뿐인데 벌써 회원이 200여 명이다. 특별히 밀알 협동조합은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 생활기부와 출자기금은 모두 착한 기부금으로 쓰여 생명문화의 확산에 기여한다. 공동선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 또한 특별하다. 협동조합 안에서 연대하고 있는 여러 소공동체들이 있는데다가 그들간의 연대, 소통, 참여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공생공빈 밀알 홈피, 어플 첫 페이지)


영적 독서 모임,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 기도 모임, 기후 watch out, 우리농 등이 협동조합 안 작은 모임들이다. 밀알 협동조합의 모태가 된 영적 독서 모임의 첫 시작은 2년 전 문병학 요셉 주임 신부가 제안했지만 그 외 다른 모임들은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아래로부터 영성이 확산된 것이다. 게다가 각 모임들이 얼마나 알차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플을 방문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소통과 나눔, 연대의 장이며 도구인 어플리케이션


수천만 원이나 하는 소중한 어플은 뜻을 같이 하는 본당 신자에게 기부 받았다. 어플에 들어가면 밀알 협동조합의 작은 모임방들이 있다. ‘영적 독서 모임’은 좋은 도서를 추천하고 느낌을 나누며 월1회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보좌 신부였던 김만회 신부가 2년 동안 영적 도서들도 올리고 있어 자료도 풍부하다. ‘쓰고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에서는 회원들이 아나바다 운동을 독려하고 환경에 대한 영성을 나눈다. 박희훈 보좌 신부가 유용한 사회교리도 올린다. ‘기도 모임’에서는 기도가 필요한 신자들을 위해 기도, 영성, 시간을 기부한다.

‘기후 watch out’에서는 기후 변화 관련 자료들을 업데이트해서 서로 교육하고 지지한다. ‘Holly Bazaar’에서는 성음악, 성물, 성화를 비롯해 교육 영상자료 등을 접할 수 있다. 우리농 회원들도 땅살림, 몸살림의 영성을 서로 나눈다. 어플을 통해 배달 주문도 가능한데 구역마다 우리농 구역 대표들이 있어 각 구역에서 약속한 곳까지 배달봉사를 해주기 때문이다. 소비공동체인 도시공동체와 생산공동체인 농촌공동체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 끈으로 만난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생명신앙 실천 공동체의 가치에 동의하게 되면 관심 있는 소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모임들은 각기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유기적으로 긴밀하다. 서로 나누고 살리는 삶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영적 독서로 마음과 영을 살리고, 유기체인 인간으로서 자연과 순환하고 공존하며 환경을 살리고 나누고 베풀고 기부함으로써 가난한 삶을 살며 신앙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 이 안에서 전부 이루어진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 회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에 참여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하고도 적정한 생활비와 미래를 위한 저축액을 제외하고는 항상 일정량을 정해 기부하는 ‘생활 기부’, 목돈의 이자를 기부하는 ‘출자 기부’, 생을 마감할 때 남겨지는 유산을 통한 ‘유산 기부’, 자신만이 가진 능력을 기부하는 ‘재능 기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계획 기부’ 등이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 회원이 되면 우선 각 개인에게 부여된 생활기부 계좌로 월 1회 1만 원 이상의 금액을 자유롭게 계좌 입금한다. 나머지 기부는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 모임이 어플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오프라인 모임은 바오로 카페에서 이루어진다.  바오로 카페는 성당 내 작은 모임들이 이루어지는 사랑방이다. 신자, 비신자 누구나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다. 조용한 음악과 창 너머 단풍나무, 파란 하늘이 보이고, 곳곳의 성화들과 영적 독서 회원들이 추천하는 좋은 책들을 전시해 놓았다. 바오로 카페는 이미숙 율리아나 총무가 주도적으로 돕고 있다. “주차장도 개방되어 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편안하니 신자 아닌 분들도 많이 옵니다. 책은 2주 동안 대여할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합니다.”


영적 독서 진행자 강명선 루치아 씨는 “밀알 협동조합은 전파하는 역할, 초대하는 역할, 함께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당에 오면 미사도 드리고, 우리농을 거쳐 바오로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영적 독서와 나눔도 합니다. 물리적인 것을 정비하고 영성적인 것을 채울 수 있도록 사목적 배려를 마련한 것입니다. 발바닥 신자였을 때는 몰랐지만 알면 알수록 가톨릭 안에 보물이 많구나를 느낍니다. 서로 나누다 보니 샘물처럼 나옵니다. 하느님 사랑을 체험한 사람은 복음을 전파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이 이곳입니다.”며 밀알 협동조합을 자랑스러워했다.


김선순 사비나 소공동체 회장은 창립기념 행사로 했던 아나바다 수익금과 바오로 카페 수익금 천만 원을 창조보전연대와 협의하여 아프리카 어린이들 후원금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덧붙여 소개한다. 신자 전체가 합심하니 이렇게 짧은 사이에 엄청난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아래(본당)로부터의 영성과 위(교구)로부터의 지지


문 신부에게 들은 밀알 협동조합의 처음은 사실 1년 전이 아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의 준비가 있었다고 했다. 문 신부는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은 교회 안에서 오랫동안 사회사목을 위해 일하고 논의했던 과정 안에서의 결과물입니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첫 본당인 사강 본당에 있을 때 농민회 지도 신부를 하면서 생명 운동에 눈을 떠갔다고 한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되었고, 그 부작용도 먼저 직면했던 일본을 전국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찾아가 의식 있는 농민들, 주부들을 만났다. 1973년 쓰찌다 다까지 교수가 결성한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에도 참여해 비전을 나누었다. 이후 교구 사회복지국장을 맡게 되어 사회사목실이 꾸려졌다. 환경사제 모임을 결성하고 환경과 농촌과 생명공동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이후 문 신부는 영성과 생명공동체의 만남, 사회복음화 차원에서 인적 물적 자원과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오랜 고민과 준비 안에서 시화바오로 본당에 부임한 문 신부는 환경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본당 소식지 4면을 통해 생명 및 환경 관련 사회 교리를 실어 신자들을 교육했다. 그러면서 영적 독서 모임을 구성했고 쓰찌다 다까시 교수의 『공생공빈 21세기를 사는 길』, 황창연 신부의 『북극곰 어디로 가는가』,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 을 함께 읽으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신자들과 성필립보생태마을을 찾아가 생명의 영성을 실제로 체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이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이다. 함께 가난을 살며 밀알이 되겠다는, 죽음의 문화 안에서 생명 공동체를 뿌리내리겠다는 의미다. 때마침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가 교회 신문에 ‘신앙과 경제’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앙과 협동조합을 본당 시스템 안에서 하나로 묶는 시도는 쉽지 않았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시화성바오로 본당 공동체가 용기를 내서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오늘의 모습을 갖출 때까지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공생공빈은 영성적이지만 교회적 개념으로 정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청빈’은 확 와 닿는데 ‘공빈’은 어렵거든요. 문명사회, 공업사회에 대한 성찰을 담은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문 신부의 말처럼 초반에 신자들은 이름 자체도 어려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로는 교구를 이해시키는 일도 쉽지 않았다.
“밀알 협동조합은 본당 안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차라리 한 신부가 나와서 독립적으로 일을 하면 좀더 쉽습니다. 그런데 본당은 인사이동 시스템도 있고, 본당이 너무 앞서가도 교구에서는 지원을 안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책임지지도 못할 일 벌이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문 신부는 본당 사목에의 적용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본당 사목에서 늘 문제가 되는 일은 연속성, 지속성, 책임성이라는 면이다.

사제가 바뀌더라도 본당 안에서 밀알 협동조합이 유지되어야 한다. 문 신부는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사회복음화 소위원으로 있으면서 다른 신부님들과 2년 반 정도 밀알 협동조합에 대한 비전과 고민을 공유했다. 주교님께 PPT 자료를 드려서 국장급 신부들과 논의하는 바탕도 마련했다.

그런 노력 끝에 밀알 협동조합은 ‘수원교구 미래 복음화를 위한 중점 정책 과제 50개’ 중 32번째 비전으로도 담겼다. 교구 시스템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본당과 협동조합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생각은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이라 교구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듯했다.

우선 수원교구에서는 본당 차원에서 밀알 협동조합을 꾸려나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이 법인이 되고 다른 본당들에서 제2, 제3의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씨앗을 퍼뜨린 시화성바오로 공동체의 아래로부터의 영성과, 수원교구의 위에서 지지해주는 영성이 합심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은 잘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밀알 협동조합의 정신이 가톨릭 영성을 충분히 담고 있고, 현대에 들어 형식화된 신앙생활에 젖어 있던 신자들을 열성적으로 이끌어주는 훌륭한 도구임이 시화성바오로 공동체가 이미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의 비전과 과제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은 얼마 전 운영진을 확정하고 업무 분담을 해서 이사진 7인, 운영진 8인이 구성되었다고 한다. 총괄적 운영은 운영위원들 8인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운영위원회 세칙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생활 속에서 본당 사목회 안에서 교육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해가고 있다. 운영위원들이 직장생활, 가정생활을 하는 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확정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영성적 차원에서 교육도 해 보자는 생각으로 세대별 교육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되어야 사람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선순 사비나 소공동체회장의 말이다.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운영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아래에서부터의 영성이 뿌리내리기까지 사제도 신자들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고치고 다듬는 노력을 해온 것이다.


문 신부는 “현재 인적 자원은 상당히 형성되어 있습니다. 굉장한 일은 본당에서 아래로부터 인적 자원이 스스로 모아지고, 스스로 역량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입니다. 내년 인사이동까지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유지되고, 상위 구조가 연속적으로 뒷바라지해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 중요합니다. 신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을 준다고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교구 지원과 인정이 없는 과정에서 너무 벌일 수도 없는 일입니다. 후임 신부님이 이것들을 수용해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초 멤버들이 이 일들을 해냈기에, 앞으로도 계속 지속, 연속, 전파할 책임이 있습니다. 끝까지 할 거라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시스템이 있으므로 될 겁니다.”


문 신부는 자신의 역할을 ‘뒷바라지 역할’이라고 규정한다. “처음 시작하는 데 5년이 걸렸으니 다음 본당에 가서는 3년이 걸리고 그 다음 본당에 가서는 더 짧게 걸리겠죠. 우리가 마중물이 되는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 밀알이 떨어지면 열매를 맺는다. 힘들다고 좋은 일을 안 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이계희 헬레나 홍보분과장의 “내 집이라 생각하고 삽니다.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의 영성 안에서 끝까지 살아가려고 합니다.”는 말처럼 그들은 멀리서 가까이서 함께 힘을 얻고 지지해주며 사회의 밀알이 될 것이다.


문 신부는 조심스레 내년 5월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이제 회원이 200여 명이 되었으니, 심포지엄을 개최해서 그간의 경험과 성과들을 학문적으로 수렴하고 통합하려고 합니다. 푸른평화생협의 정홍규 신부, 창조보전연대의 양기석 신부, 농민회 서북원 신부, 성필립보생태마을의 황창연 신부, 미래사목연구소의 차동엽 신부 등을 초대해서 실천과 연구를 접목하는 장을 여는 것이 남은 과제입니다.”

www.shpaul.or.kr 시화성바오로성당
www.orangecamp.co.kr/m/0314310537 공생공빈 밀알 협동조합
스마트폰 플레이스토어, 애플스토어에서 검색 창에 ‘공생공빈’ ‘시화성바오로’ 어플을 다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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