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새 회칙,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로 공동선 실현 당부"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0-10-08 21:40:18    조회 : 132회    댓글: 0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교황 새 회칙,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로 공동선 실현 당부"

Home > NEWS > 가톨릭
입력 : 2020-10-07 18:07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근영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정리하고 의미를 짚어보는 코너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함께하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바티칸뉴스 김근영 가비노입니다.

▷ 지난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회칙을 인준하고 다음날 반포했어요. 지난 방송에서 회칙 제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리를 해주셨는데, 이번에 나온 회칙은 어떤 성격의 회칙인가요?

이번에 나온 회칙은 놀랍게도 교황님이 직접 ‘사회 회칙’(6항)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간략한 서문과 8개의 장, 그리고 287항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마지막에는 ‘창조주께 바치는 기도’와 ‘그리스도인의 교회일치 기도’ 등 두 개의 기도문이 첨부돼 있습니다. 다소 논란이 일었던 회칙의 제목 「Fratelli Tutti」와 관련해 교황님은 첫 문장에서 직접 풀이하고 있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프라뗄리 뚜띠. 이 말과 함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모든 형제와 자매들에게 연설하며 복음의 향기(풍미)로 가득한 삶의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 제목을 바꾸진 않고 첫 문장에서 성인의 말을 직접 풀이하셨군요. 음. 회칙의 부제를 보니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내용이군요?

▶맞습니다. 교황님은 우리 모두가 형제와 자매들이라고 정의하시면서, ‘인류 가족’이라는 공통 소속감을 강조하십니다. 여기서 ‘형제애’란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서로 일치시키는 사랑을 뜻합니다. 요컨대 우리는 창조주의 자녀들이므로 형제와 자매들이다, 우리 형제와 자매들은 세계화되고 상호연결된 이 세상에서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는데, 그래서 혼자서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으며, 오로지 함께할 때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형제애라는 단어를 ‘박애’로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인류애’나 ‘지구촌 연대’와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 사회 회칙이라고 하니까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이 나오지 않았나 궁금한데요. 핵심 내용은 뭔가요?

▶ 이번 회칙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교황의 수많은 묵상과 성찰을 모은 것입니다. 제1장 ‘폐쇄된 세상의 어둠’은 현시대의 수많은 왜곡, 그러니까 민주주의, 자유, 정의 개념에 대한 왜곡, 역사 감각의 상실, 시장 논리의 우위성과 쓰고 버리는 문화, 실업, 인종차별, 빈곤, 노예제, 인신매매, 여성 문제 및 낙태 강요, 장기매매 등 정말로 ‘어두운 세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것들이 전지구적 행동을 요구하는 전 지구적 문제들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제2장 ‘길 위의 낯선 사람’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범을 오늘날 폐쇄되고 어두운 시대를 몰아내는 빛나는 모범으로 강조하고 있고요. 제3장 ‘열린 세상의 구상과 창출’은 열린 세상을 위해 그리고 타인의 삶을 위해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서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4장 ‘온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은 이민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요. 주목할 점은 이주를 위한 국제협력, 이른바 ‘글로벌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입니다.

제5장 ‘보다 나은 정치’에서는 사랑의 가장 소중한 형태가 정치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교황님은 어떤 정치인이 인기에 영합하며 권력 장악을 위해 어떤 이념을 취해서 정치적으로 한 국민을 장악하고 이용하는 이른바 건강하지 못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참된 포퓰리즘을 언급하십니다. 포퓰(popul)의 기원은 포풀로(populo), 그러니까 사람들이라는 뜻의 people인데요. 사실 이 단어에 해당하는 직접적인 우리말은 존재하지 않고 맥락에 따라 민족, 국민, 인민 등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populo의 중요성, 살아있고 역동적인 인간, 미래를 가진 인간은 차이를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통합에 열려있다고 언급하시면서 사람을 중심으로 두는 정치를 권고하십니다. 아울러 정치의 역할은 장기매매나 마약밀매, 성착취, 테러리즘 등 인권을 공격하는 모든 형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자체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금융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아울러 유엔이 강대국 앞에 무릎을 꿇지 말고 개혁해야 한다고, 한 마디로 유엔도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장려하고 있습니다.


▷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 이른바 낙수효과를 비판하는 내용이 여기서 나왔군요.

▶ 네, 신자유주의적 접근에 대해 설명하는 168항에 나오는 말인데요. “시장 자체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신자유주의는 그저 ‘스필오버’나 ‘낙수효과’ 같은 마술 이론에만 의존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의 「진리 안의 사랑」을 인용하시며 시장 내부에 “연대와 상호신뢰가 없으면 시장은 그 고유의 경제적 기능을 완수할 수 없다”면서 “오늘날에는 이러한 신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신뢰의 상실이야말로 심각한 손실이다”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 우애에 관한 내용은 6장부터 나오는가 봅니다.

▶ 네, 제6장 ‘대화와 사회적 우애’는 모든 사람들, 그러니까 세상의 변방에 있는 사람들과 토착 원주민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만나는 것을 일종의 “만남의 예술”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교황님은 ‘친절’이 우리 시대에 하나의 기적이 될 수 있다면서 ‘친절’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태도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만연한 “잔혹, 불안, 절박함에서 해방”시키는 게 ‘친절’이기 때문입니다. 제7장 ‘새로운 만남의 길을 걷다’는 일종의 평화론을 역설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정당한 전쟁(bellum iustum)’이라는 논리를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논리는 과거에는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에는 유효하지 않다는 설명인데요.

교황님은 군비에 투자하는 돈으로 오히려 기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을 설립하자고 제안하십니다. 또한 오늘날 온갖 분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터지고 있고 이러한 분쟁이 상호연결돼 있으므로 실제로 우리는 “지역적으로 치르고 있는 제3차 세계대전”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핵무기 폐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8장이자 마지막 장인 ‘형제애에 봉사하는 종교’는 테러행위가 발생하는 이유가 종교경전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억압적인 정치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종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더라도 정치적 존재로서 행동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평화론을 설파하는 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교단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면서요?

▶ 네, 229항을 보면 교황님이 한국의 주교단이 발표한 내용을 예로 들며 진정한 평화에 대해 설명하고 계신데요. 교황님이 인용하신 내용은 한국천주교회가 지난 2017년 광복 72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발표한 호소문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반도’는 빼고 ‘대화’를 강조하시면서 이것이 ‘진정한 평화’라고 회칙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 교황께선 수요 일반알현에서 이 세상의 치유에 관한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교리교육도 사회교리죠. 새 회칙과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이번이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교황님은 지난달 30일 오전 사도궁 내 산 다마소 안뜰에서 ‘구원하시고 치유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미래 준비하기’를 주제로 교리교육을 진행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코로나 사태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드러냈고 또 그것을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인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물질 재화의 사용을 다시 생각하고, 공동의 집 지구를 보살피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여정을 위해서는 구원하시고 치유하시는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또한 교황님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보다는 새로운 사회를 재건해야 한다면서, 예전의 그러한 정상적인 상태란 불의, 불평등, 환경파괴로 병든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정상’이란 바로 이러한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우리가 부르는 ‘정상’이란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마태 11,5)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선 아무도 다른 곳을 바라보며 바보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의 나라에서 정상이란 모든 이를 위한 빵이 넉넉하게 남아있습니다. 사회조직의 밑바탕은 소유나 배제 혹은 축적이 아니라 기부와 나눔과 분배입니다.”


▷ 지난 주일 삼종기도에서도 이번 회칙을 소개하셨다고요. 이날 훈화 내용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전해주시죠.

▶ 교황님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축일이기도 한 이날 삼종기도에서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를 해설하셨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 비유에서 포도밭 주인은 하느님, 주인이 보낸 종들은 예언자들, 포도밭 주인의 아들은 예수님을 상징하는데요. 소작인들이 주인의 아들을 죽이는데서 비유는 절정에 이릅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행위가 당시 예수님을 거부하던 이들에게만 유효하지 않고 모든 시대, 특히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교황님은 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사견입니다만,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의 사임과 관련된 부분을 떠올리는 말씀인데, 교회 내에서 어떤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위를 행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각 시대마다,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교회 안에서도, 어떤 권위든, 권위가 있는 사람들은 하느님 대신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참된 권위란 타인을 착취하는 게 아니라 섬기는 것이라고, 다시 말해 봉사할 때 생긴다고 말씀하십니다. 포도밭은 주님의 것입니다.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권위는 섬김이자 봉사입니다. 모든 이의 선을 위해 그리고 복음 전파를 위해 행사돼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 네.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0-10-07 18: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