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수원교구장 2014년 신년인터뷰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1:33:25    조회 : 487회    댓글: 0
신년 인터뷰] 교구장 이용훈 주교“교구민 모두의 소통·참여 이룰 때 ‘쇄신’ 시작될 것”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모색
가정 문제 해결 정책 마련
생명수호 위해 ‘실질적’ 노력
생명윤리 부문 조사·출산 지원 등 실시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 ‘역설’
 
발행일 : 2014-01-01 [제2876호, 3면]
 
▲ 이용훈 주교는 교구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복음적 가치를 세울 수 있도록 올 한 해도 ‘소통·참여·쇄신’의 비전에 따라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를 열며 교구장 이용훈 주교를 만났다. 교구 100년을 향해 가는 첫 해인 2014년에 발걸음을 내딛는 교구를 이야기하는 이 주교에게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교구의 활기찬 모습이 느껴졌다. 12월 20일 교구청 접견실에서 교구민들에게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새해의 기운을 한껏 전해주는 이 주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 한 해 교구는 교구 설정 50주년과 신앙의 해를 보내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3년을 돌아보시면서 소회를 간략히 밝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모든 교구민이 ‘희망의 땅, 복음으로’라는 교구 설정 50주년 주제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여러 기념행사, 영성운동, 각 계층의 희년행사 등이 100년을 향해 가는 교구의 미래와 전망을 담으면서 펼쳐졌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주인공인 교구민들께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 주교님께서 미리 그려보신 새해는 어떤 모습인지요.
 
- 교구 비전위원회가 제시한 50개 과제 중 23개 과제가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소통으로 참여하고 쇄신하는 수원교구’라는 기치 아래, 그동안 각 계층의 설문조사를 통해 교구가 5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이 수행해야 할 50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연구했습니다.
 
50주년 기념사업부분에 대해서는 10~15년간에 걸쳐 시행할 큰 그림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이런 ‘교구 연차적 기념 사업’은 심사숙고해 무리가 없도록 천천히 시행할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활발히 움직이는 교구이나, 이런 면에서는 좀 더 교구 사제단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어가며 숙고하면서 추진할 것입니다.
 
▲ 지난 교구 설정 50주년 신앙대회에서는 소통과 참여로 쇄신되는 교구의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소통, 참여, 쇄신을 실천하기 위해 올 한 해 교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지난 몇 년간 교구는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고, 지금 교회가 처한 사회적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며 향후 100년을 바라보며 교구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징표가 무엇인지 분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미래 복음화를 위한 핵심가치로서 ‘소통, 참여, 쇄신’을 도출했습니다. 소통, 참여, 쇄신은 새로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전망, 새로운 틀을 함께 형성해나가기 위한 시대적 가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는 복음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실천을 위해 앞으로 교구는 50주년을 통해 기획해 온 다양한 비전들을 하나씩 실천해나갈 예정입니다. 교구부터 시작해 대리구, 본당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창출한 다양한 분야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적 가치를 채워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이런 비전들에 참여할 수 있는 틀 또한 마련할 것입니다. 이렇게 교구민 모두가 소통해 능동적인 참여를 이룰 때 우리 교구는 쇄신의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2014년은 교구 청소년사목지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해기도 합니다.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 교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말씀해주십시오.
 
- ‘청소년사목지침’은 지난 50년 동안의 교구 청소년 사목 전체를 반영하고 지금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지침입니다. 그래서 이 지침의 내용들이 실행되길 바랍니다.
 
교구 ‘청소년사목지침’에서 추구하는 핵심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다음 두 가지입니다. 그 첫째는 ‘청소년사목연구소’를 중심으로 청소년전문봉사자를 양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대리구제를 기반으로 청소년사목의 기틀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지침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이미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일들도 있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현재 ‘청소년사목연구소’와 ‘청소년선교사 CLM양성과정’, ‘신학생들의 청소년사목자료연구반’과 같은 청소년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지구 청소년거점본당’, ‘청소년센터’ 등 대리구제 안에서 청소년 사목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게 될 기틀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기틀이 마련되고 청소년전문봉사자들을 양성해, 지침에 제시된 정책들을 실행해 옮긴다면, 교구 청소년 신앙 활성화는 자연히 따라올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개인주의·세속주의가 가속화되는 현대 사회는 사회적·도덕적·정신적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정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이에 관해 어떤 정책을 펼칠 계획이 있으신지요.
 
- 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의 원인을 ‘가정’이라고 봅니다. 가정의 문제점들이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볼 때 현재 우리 사회의 가정은 제대로 자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사회에 살아가는 많은 신앙인들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특히 부부간의 문제들은 그 부모와 자녀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교구는 끊임없는 대화와 신뢰만이 부부관계를 극대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보고 부부생활의 기초를 다지는 다양한 방안을 교구 복음화국 가정사목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구 중에 있습니다.
 
특히 교구에서 예비부부 교육뿐만 아니라 이들이 혼인을 이룬 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정의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녀들의 신앙 교육 성장이라는 주제로 부모 교육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복음화국 가정복음화봉사팀가정공동체의 중요성과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대화하고 화해하는 가정 교육을 2014년 한 해 동안 본당을 순회하며 실시할 예정입니다.
 
신앙인들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대 사회적으로 폭넓게 가정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런 노력들은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을 위한 가정운동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가정문제는 생명문제로도 이어집니다. 피임, 낙태 등의 문제가 날로 가속화되고 개발을 위한 환경파괴가 자행되고 있는데요. 생명수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십니까.
 
- 교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풍조에 적극 대응하고 죽음의 문화에 맞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2012년 9월 생명위원회를 발족시켜 생명운동을 확대 개편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명위원회는 생명문화운동을 확산시키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생명윤리 관련 제도나 문제에 대한 조사, 연구사업과 헌혈캠페인, 장기 조직 기증 운동 및 출산 양육 치료비 지원사업 등 생명사업들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도·교육·참여운동을 펼치며 생명운동 관련 시설을 통합사무실로 확대 개편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교구는 환경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창조질서의 보존을 위한 노력에 경주할 것입니다. 2013년에는 환경운동을 위한 사무실을 수원에 개소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와 함께 본당신자들이 가정에서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도록 본당단위로 교육을 실시하고 대리구별로 환경 교육과 운동을 실시할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교구는 생명위원회와 환경사목위원회를 통해 자살이나 성폭력 등과 같은 반생명적 문화에도 용감하게 맞서 생명평화운동을 펼쳐나가겠습니다.
 
▲ 교황님께서도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교회의 사회참여를 강조하신 바 있고, 주교님 역시 외적복음화를 중점 사목방향 중 하나로 삼아 교구를 이끌어가고 계십니다. 하지만 교회의 사회참여에 관한 신자들의 인식은 부정적인 인상이 많은 듯합니다. 교회의 사회참여와 사회교리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요즘 교회 대내외적으로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문제로 의견이 다분합니다. 어떤 이들은 교회가 지나치게 정치에 관여한다고 질타하고 또 다른 이들은 교회가 정치에 무관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구분될 뿐이며 중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에 처해졌을 때 죄목을 보면 유다인의 왕을 자처했던 정치범, 하느님 나라를 정치와 관련해 해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왔을 때 반역죄로 처벌된 것을 보아도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는 게 아니라 ‘구분’되는 것이며, 서로의 입장이 달라 갈등을 초래할 여지도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만이 아니라 땅에서도 이루고자 기도합니다.
 
사회교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계명과 사명을 완수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교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와 함께 사셨고 죽으셨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이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명한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남겨주신 사명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지키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회참여이고 사회참여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사회교리입니다. 믿을 교리를 통해 신자가 되고 지킬 교리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완성에 이릅니다.
 
▲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회적 현안을 지적해주신다면.
 
- 개념적으로는 이념, 신념, 사고가 다르더라도 이해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이는 애국심, 통일, 남북교류, 사상문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실천적으로는 고통당하는 이, 소외된 이, 인권이 억압받는 계층에게 그리스도인이 조건 없이 다가서야 합니다. 힘이 있는 계층이 보다 넓은 마음을 갖고 대화해야만 하는 것이 모든 구체적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현안이라고 봅니다.
 
▲ 개인적으로 새해에 관심을 두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교구민들을 위한 덕담과 사랑, 격려의 메시지도 부탁드립니다.
 
- 신부님들과 자주 만나 친교에 더욱 힘쓰며 효과적인 사목방안을 공유하고 싶고, 교구민이나 지역 주민들 중 힘들게 사는 이들에게 더욱 다가설 것입니다.
 
2013년은 우리 교구가 설정 50주년 희년을 맞이해 매우 은혜로운 체험을 했습니다. 더욱 하나 돼 서로 섬기고 나누고 사랑하는 가운데, 가정의 평화를 이루고 단위 신앙공동체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써 사회가 안정과 번영으로 나아가도록 기도와 구체적 실천으로 화답하면서 행복한 신앙인이 되시길 빕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사진 김진영 기자 (nicolao@catimes.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