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생태 회칙, 새로운 변화 분수령”
「찬미받으소서」 간담회 연 종교생태학자 메리 에블린 터커·존 그림 교수 부부
2015. 08. 02발행 [1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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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받으소서」 간담회 연 종교생태학자 메리 에블린 터커·존 그림 교수 부부
▲ 7월 22일 메리 에블린 터커(오른쪽) 교수와 존 그림(왼쪽) 교수가 종교의 생태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우리는 지금 아주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평생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종교가 생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올 사건입니다.”
7월 22일 서울 명동의 가톨릭회관. 종교생태학자 메리 에블린 터커 교수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포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대해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주적으로 보면 우리는 우주의 긴 여정 중 아주 짧은 시간만 머물다 떠나는 존재입니다. 교황님의 회칙은 우리의 짧은 여정에 비전을 줍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며, 아파하는 지구를 살리는 데 모두가 함께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예일대 산림환경대학원 교수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메리 에블린 터커와 존 그림 교수 부부는 종교생태학 분야의 권위자다.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종교생태학은 지구의 생태 위기와 관련해 종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문이다.
터커 교수의 남편 존 그림 교수는 “우리가 별의 일부, 은하의 일부라는 것을 안다면 자연을 함부로 해치지 못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면서 “생태를 파괴하는 것이 ‘죄’라는 것에 대해 종교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교황님의 회칙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에서 ‘온전한 생태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자연을 우리 자신과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배경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터커 교수는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구체적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 매우 심했을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인종 차별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며 “가톨릭뿐 아니라 성공회, 개신교, 동방정교회, 불교에서도 생태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종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역사적 변화를 일으킬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터커 부부는 이날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학술소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 주최로 생태 포럼을 열고 교황 회칙과 생태의 우주적 접근에 대해 한국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종교와 생태, 그리고 우주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의 연구는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1914~2009) 신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토마스 베리 신부는 터커 부부의 스승이자 이들의 혼인 주례 사제였다.
한국에는 터커 교수의 저서 「우주 속으로 걷다」가 2013년 출간된 바 있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