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오용석 프란치스코 사베리오(한국평협 사회사도직연구소장, 경성대 명예교수)
2015. 09. 06발행 [13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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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 프란치스코 사베리오(한국평협 사회사도직연구소장, 경성대 명예교수)
올해부터 매년 9월 1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8월 6일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피터 턱슨 추기경과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 기도의 날 제정을 알렸다. 교황은 서한에서 이 기도의 날 제정에 두 가지 큰 뜻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 하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한 것이다. 생태 위기와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18일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하였다. 교황은 이 회칙에서 지구를 “우리들 공동의 집”으로 부르고 그에 대한 보호를 역설한다. 거기에 더하여 온 세상 하느님의 백성들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도에 마음을 모으도록 교황은 요청하고 있다.
사실, 지구상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로서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다. 그래서 교황은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에게 각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물론 환경 문제 관련 국제기구나 국가 단체들에까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을 널리 알리도록 청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기도의 날을 함께 지내는 그리스도교 일치이다. 교황은 서한에서 이 기도의 날 제정 동기로 동방 정교회 총대주교 대신 「찬미받으소서」 회칙 반포식에 참석한 페르가몬 관구장 요한 대주교의 제안을 언급하고 있다. 요한 대주교는 동방 정교회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도 함께 기도하기를 교황에게 제안했고, 교황은 이를 교회 일치 차원에서 기꺼이 수용했다고 한다. 교황은 서한에서 교회 일치가 더욱 진전되도록 이 기도의 날이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가 함께 걸어나가는 그 길의 깃발이 될 수 있게 하여주기”를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에게 당부하고 있다.
교황이 이토록 지구 생태계(피조물) 보호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잘 설명해준다. 피조물은 하느님으로부터 존재와 소유를 받았고(213항), 모두 하느님과의 유사성을 지닌 가운데 특히 인간은 하느님 모상을 지녔으며, 피조물들이 가진 진ㆍ선ㆍ미의 속성은 하느님의 무한한 완전성을 반영(41항)하기 때문이다.
이런 피조물들을 파괴하는 데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생태적 회개”와 “하느님 작품을 지키는” “소명의 실천”(217항)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지구상 피조물들의 생태 위기는 실로 심각하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 온도가 1℃만 올라도 생태계 30%가 멸종 위기에 몰린다고 한다. 그만큼 지구가 더워졌다는 말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와 대량 쓰레기 분해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의 농도는 계속 크게 높아지는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을 비롯한 열대우림은 해마다 남한 면적의 75%에 맞먹는 7.5만㎢나 사라지고 있다니 지구가 더워질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이 상태로 간다면, 빠르면 100년 안에 지금 살아 있는 피조물의 75%가 사라지는 ‘대멸종’을 경고한다. 하느님의 창조 뜻을 저버리는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가 부른 기후 변화와 자연 파괴는 이 같은 무서운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첫 번째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내면서 오상의 성 비오 사제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 “사랑의 경외심이 없는 사람들은 결코 하느님을 겁내지 않습니다. 그분은 그만큼 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셨습니다. 기도는 우리에게 하느님 마음의 통로를 만드는 열쇠입니다. 오직 기도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