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제5장 - 접근법과 행동 방식 ③환경에 관한 국제 공동체의 대화- 연대에 뿌리를 둔 윤리적 결정으로 ‘세계 공권력’의 확립이 시급히 필요하다
“21세기는…민족국가들의 약세 현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경제 및 금융 영역들이 초국가적 성격을 갖고 정치 영역을 지배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더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조직된 국제기구들을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175항).
오늘날 전 지구 차원에서 목격되고 있는 생태 재앙의 악화 일로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통합의 생태로 전환시킬 수는 없을까! 교종은 우리에게 그에 대한 문화와 지도력이 없기에 ‘법적 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재앙에 맞설 수 있는 문화가 아직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경로를 밟을 수 있는… 지도력이 없습니다. 분명한 경계를 세우며 생태계 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틀을 구축하는 일이 불가결하게 되었습니다”(53항).
지난 호에서 다룬 것처럼, 교종은 통합 생태로 전환하는 그 길을 밟기 위해 ‘공동의 책임’과 함께 ‘차등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각 나라의 주권에 대한 존중’은 건전한 문화와 정의로운 지도력과 권위 있는 ‘법적 장치’의 마련 과정에서 바탕이 된다. 이는 모든 가톨릭 사회원리의 바탕에 ‘인간의 존엄함과 인권’에 대한 존중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종은 그 막중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 “모든 나라에 책무를 부과하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들을 방지하기 위한 있는 규범들”이 필요하며 이를 집행할 “구속력 있는 국제 협정들”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구속력’을 강조한 배경에는 그동안 ‘환경에 관한 국제 공동체의 대화’가 그다지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성찰, 시민사회의 자각과 열망에 대해 정치 및 경제 분야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있다(165, 166항 참조).
회칙은 ‘환경에 관한 국제 공동체의 대화’로서 다음과 같이 몇몇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1972년 스톡홀롬 선언,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지구 정상회의(167항), 생물 다양성 보호와 사막화와 관련한 현안들(169항),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유엔 컨퍼런스(169항), 기후 변화와 관련된 회의들(170, 171항), 대양의 통할 체계와 관련된 대회들(174항) 등이 그것이다.
교종은 물론 ‘위험 폐기물’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과 ‘오존층 보호’와 관련해서 국제 공동체의 대화가 긍정적인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한다(168항). 그럼에도 전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정상회의를 통해 마련한 협정은 거의 이행되지 않았습니다”(167항). “의미 있는 진전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169항).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종은 이에 대해, ‘정상들의 정치적 의지의 결여’(166항), ‘(협정 이행을) 감시하기에 적합한 기구와 정기적 조사와 불복종에 대한 제재의 결여’(167, 173항), ‘보다 더 힘이 세고 가장 많이 오염시키고 있는 나라들의 정직하지 못함과 비겁함과 무책임’, ‘지구촌 차원의 공동선보다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나라들이 취한 행동들’ ‘양심의 실패와 책무의 실패’(169항), ‘새로운 형태의 투기와 술책’(171항), 가난한 나라의 ‘추문 수준의 소비와 부패’(172항), ‘산발적인 대화’(174항) 등을 꼽고 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대목은 ‘민족 국가들의 약세 현상’과 ‘경제 금융 영역의 초국가화’에 대한 지적이다. 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회칙이 밝힌 것처럼, 경제 금융 영역이 정치 영역을 ‘지배’(압도)하기 때문이다(175항). 이 같은 교종의 해석은 이미 앞에서도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경제적 패러다임에 기초한 새로운 권력 구조들이 우리의 정치뿐만 아니라 자유와 정의를 압도할 수도 있습니다”(53항). “환경에 관한 지구 정상회담의 실패는 우리의 정치가 과학기술과 금융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경제와 과학기술 사이의 동맹은 그 동맹의 직접적 이해관계와 관련 없는 것은 무엇이나 퇴출시켜 버립니다”(54항).
이런 상황에서 교종은 교회의 가르침을 계승해 외교 활동을 강화하면서, “백성들 사이의 연대에 뿌리를 둔 윤리적 결정”(172항)으로 ‘세계 공권력’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역설한다(175항 참조).
우리 사회를 성찰하며 묻게 된다. ‘우리는 자연과 경제와 사회와 문화 요소의 통합 생태를 위한 건전한 문화와 정당한 지도력과 권위 있는 법적 틀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는가?’ ‘우리의 권력 구조는 자유와 정의와 연대를 향한 시민 사회의 열망을 외면하고, 대신에 경제와 금융 동맹의 지배에 앞장서서 봉사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