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해수면 상승, 막을 수 없다면 이용하라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8-05-01 10:55:12    조회 : 435회    댓글: 0

 

지구촌 해수면 상승, 막을 수 없다면 이용하라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입력 : 2018.04.29 21:14:01 수정 : 2018.04.29 21:15:42

 

ㆍ덴마크 퓐섬 바닷물 침수 실험
ㆍ석호 생기고 생물 다양성 늘어…제방 건설·유지비 절약 효과도
ㆍ‘주거위기’ 섬나라엔 적용 안돼

 

2014년 3월29일 덴마크 퓐섬에서 세 개의 제방 중 하나가 개방되면서 바닷물이 땅으로 흘러드는 모습. 이를 통해 가일덴스틴 석호가 생겼고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했다. 플로스원 제공
2014년 3월29일 덴마크 퓐섬에서 세 개의 제방 중 하나가 개방되면서 바닷물이 땅으로 흘러드는 모습. 이를 통해 가일덴스틴 석호가 생겼고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했다. 플로스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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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데다 가까운 미래에 해안가 지역의 상당 부분이 바다에 침수될 것이라는 얘기는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를 저감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게 최고지만, 당장 몰려오는 바닷물을 막을 방법은 제방뿐이다.


태평양, 인도양의 섬나라부터 유럽의 영국, 네덜란드 등 국토가 바닷물로 침수되고 있는 나라들이 제방 관련 정책에 힘을 쏟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상승하는 해수면이 언젠가는 제방의 높이를 넘어서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방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에 맞서는 대신 바닷물이 그대로 육지를 잠식하도록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돼 있는 갯벌로 유명한 덴마크에서 실시된 바닷물 침수 실험은 해수면 상승에 대한 인류의 대처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안하고 있다.

 

지구촌 해수면 상승, 막을 수 없다면 이용하라.
남덴마크대학 연구진은 2014년 덴마크 당국으로부터 덴마크 남부 퓐섬의 해변 지역 214㏊(214만㎡)가량을 연구에 이용할 것을 허가받은 후 제방을 허물고 바닷물이 해안 지역으로 넘어오도록 한 뒤에 나타나는 변화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주로 농토나 나대지였던 해안 지역은 약 1m 깊이의 얕은 석호로 바뀌었고, 다양한 생물종이 석호를 찾아들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됐다. 곤충들이 먼저 증가했고,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조류가 석호 주변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으면서 생물다양성도 크게 늘어났다. 현재 해당 지역은 가일덴스틴(Gyldensteen) 석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석호란 모래톱 등이 만의 입구를 막으면서 만들어진 연안의 자연호수로, 국내의 경우 강릉 경포호, 고성 화진포호 등 주로 동해안에 분포해 있다.

 

이 연구는 지역에 따라 해수면이 매년 2~16㎜가량 높아지고 있으며 2100년에는 0.2~1.2m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해 실시됐다.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25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해안 지역을 바꾸도록 두는 경우 제방을 쌓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이나 자연자원 측면에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물에 잠긴 토양은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도 뛰어나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해당 지역은 계속해서 자연적인 석호로 변해가고 있으며 더 많은 생물종이 나타나고 있다.


석호와 갯벌 등 연안 지역의 경제적, 생태적 중요성이 학계는 물론 수산당국, 관광당국, 해당 지역 주민 등으로부터 점점 더 인정받는 것을 감안하면 해수면 상승을 이용하는 지혜도 필요한 셈이다. 막을 수 없다면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덴마크에서 이번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덴마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는 와덴해 갯벌을 보유하고 있어 갯벌의 경제적, 생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나라라는 문화적 배경 덕이다. 와덴해는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3개국에 걸쳐 있는 약 4700㎢ 면적의 갯벌바다를 말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한국의 서남해안을 비롯해 미국 동부 조지아주 해안, 아마존강 유역, 캐나다 동부와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힌다.


물론 이 연구는 일부 해안 지역이 침수돼도 괜찮은 나라들에서만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간이 거주하기 힘든 환경으로 바뀔 위험이 높은 섬나라들에는 배부른 소리일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 예측보다 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태평양과 인도양에 있는 저지대 산호초섬들에 인간이 거주 불가능해지는 시점이 21세기 말이 아닌 ‘중반’으로 훨씬 빨리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미국 해양대기청(NOAA), 하와이대 마노아캠퍼스 등 공동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스에 25일 게재한 논문에서 태평양 등 저지대 산호초에서 섬 전체가 바닷물에 잠기지 않더라도, 민물인 지하수에 바닷물이 섞이면서 인간의 식수원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근거는 태평양 중부, 적도 부근의 섬들로 이뤄진 마셜제도공화국의 콰절린(Kwajalein) 환상산호초(環狀珊瑚礁)에 포함된 로이나무르(Roi-Namur)섬에서 2013년 11월부터 2015년 5월 사이 진행된 연구 내용이다.


마셜제도는 29개 환상산호초와 1100여개의 저지대 섬들로 이뤄진 나라이다. 환상산호초는 고리 모양으로 형성돼 있는 산호초를 말하며 가운데에 섬이 있는 경우가 많은 지형이다.


연구진은 현재 알려져 있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해수면 상승이 산호초섬들의 인프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담수 이용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21세기 중반에는 대부분 섬이 사람이 거주하기 힘든 지역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가 힘들어지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2030~2060년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른 경우 불과 십수년 후면 다른 섬 또는 나라로 이주를 해야 하는 섬들이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특히 이번 연구 결과가 마셜제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근의 캐롤라인제도, 쿡제도, 몰디브, 하와이 북서부의 섬 등 많은 섬나라들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USGS의 수리학자이자 논문의 공동저자인 스티븐 깅리치는 “바닷물 침수는 염분이 땅속으로 파고들어 지하수에 포함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비가 내리는 것만으로는 이 염분을 씻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담수의 해수화를 막기 위해서는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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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292114015&code=610103#csidx81a17c2cd55a777b92d44156fd3e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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