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미래, 대구가 연다 .4] 척박한 국내 물시장과 물산업클러스터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12-02 20:35:44    조회 : 1,341회    댓글: 0

상하수도·해수담수화에만 시설설비 투자…물산업 스펙트럼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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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주목받는 것은 지역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물산업시장의 기반을 튼실히 다진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대구가 그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영국의 물산업전문 리서치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의 세계 물시장 자료를 보면 2013년 5천560억달러 규모에서 2025년에는 8천650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물산업이 전도유망한 업종으로 촉망받게 되자 이 분야를 중점 육성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막상 방법론에선 막힌다. 현재 제조 및 건설·시공 등 특정파트의 일부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국내 물산업 구조로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영세한 중소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 대기업과 협력구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기업집적뿐 아니라 연구개발, 인증평가, 해외마케팅 등 체계적인 기업 지원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 대구 물산업클러스터의 진정한 가치는 열악한 국내 물산업분야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물시장 87% 상하수도 치중
10인 미만 기업이 70%로 ‘영세’
수출은 98%가 파이프 등 제조업
서비스 비중 큰 세계시장과 대조

“국내 물산업 고부가가치화 시급”
고도 水처리 핵심원천 개발 한계
IT·BT·NT 활용 기술혁신해야
물클러스터 체계적 기업지원 과제


◆열악한 국내 물산업 시장

국내 물산업은 세계시장과 마찬가지로 상·하수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 전문잡지인 워터저널(2012년)에 따르면 국내 물산업시장에서 상·하수분야(86.7%·10조7천200억원)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생수(7.2%), 산업용수(4%) 순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 규모는 영세하기 짝이 없다. 10인 미만의 소기업이 70%를 차지한다. 수출은 일부 제조업에만 국한돼 있다.

2013년 말 기준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집계한 내용을 보면 국내 물 기업의 수출액은 파이프(관) 생산 등 제조업이 1조9천537억원(98%)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세계 물시장에서 운영·설계 등 서비스 분야의 비중이 큰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 2013년 물 전문조사기관인 GWI에 따르면 세계 물산업의 운영·설계·컨설팅분야는 59.9%(3천334억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건설·시공(20.4%), 제조업(19.7%) 순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운영·설계·컨설팅분야는 매출액 비중이 각각 23.4%, 3.2%에 머물러 있다. 관련 기업체 수 역시 각각 19.2%, 5.1%에 그치고 있다.

물 전문가들은 “국내 물 관련 대기업은 건설·시공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운영관리 경험이 부족하고, 중소기업은 부품, 소재 등 고부가가치 기술이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중동지역 해수 담수화시설 건설 및 관, 밸브, 수질정화약품 등 전통적 제품생산에 대한 수출에만 편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물산업시장의 문제점

국내 물산업은 기술개발, 생산, 기업지원 등에서 아직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대구가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 국내 물산업 경쟁력 제고 효과가 크다고 외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먼저 기술개발적 관점에서 보면 상·하수도와 해수 담수화 분야 등에만 시설설비 투자가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물산업관련 소재·기자재·고도 수처리 기술의 핵심 원천기술은 국제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정보통신기술(IT)·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 등을 활용한 기술혁신이 요구되지만 국가차원의 종합적 기술개발 지원책은 미비한 상태다.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 EPC 업무에 대한 역량을 갖춘 국내 대기업도 전문성이 결여돼 해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상하수도 부문은 국내에선 주로 공공영역에서 다뤄져 민간기업이 설 자리가 없다. 자연히 베올리아(프랑스)처럼 세계적인 수처리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토양이 없는 셈이다.

그나마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물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중동지역 수주사업으로 각광받던 해수 담수화분야가 국내서도 주목받고 있다. 해수 담수화사업은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 식수로 만드는 시설을 말한다. 물론 물 관련 사업 스펙트럼의 다양화 측면에서 볼 땐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 물관련 기업이 영세한 점도 기술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 상황에서 기술이전이나 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해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Test Bed) 지원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생산시스템 측면은 여전히 난맥상을 보인다. 해외진출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협력체계가 미약하고, 물산업 관련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해 해외진출을 주도할 전문 앵커기업조차 없다.

물산업분야 전문인력 확보와 이들을 양성해야 하는 교육기관 및 프로그램도 찾기 힘들다. 기업 지원 시스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물기업은 마케팅 지원서비스나 시장수요에 부합하는 펀드, 벤처캐피털 등 금융지원 시스템의 혜택을 좀처럼 받기 어렵다.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해외사업 수주시 위험요인을 분산시키고 기술을 보증하는 지원제도가 필요하지만 관련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 기술 및 경영정보, 해외시장 정보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여건도 원활치 않다.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짊어지고 가야할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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