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섬 주민들 '수난 3대'…핵난민에서 기후변화 난민으로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10-28 12:56:45    조회 : 510회    댓글: 0
마셜제도(A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셜제도(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 미국의 핵실험 때문에 실향한 태평양 비키니 환초(環礁)의 원주민들이 이번에는 기후변화로 제2의 고향을 등진다.

27일 미국 일간지인 USA투데이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비키니 환초 원주민들은 마셜제도에서 미국 본토로 이주하게 해달라고 미국 내무부에 요청하고 있다.

비키니 환초 원주민들이 미국 이주를 추진하는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다.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토양이 바닷물에 침식돼 작물 피해를 보고 주민의 건강과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토니 드 브룸 마셜제도 공화국 외무장관은 "거센 파도가 주민들이 이주한 키리 섬의 활주로를 점차 침식하고 있다"며 "바닷물 때문에 토양의 염류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46년 비키니섬 미국 핵실험(위키피디아 자료사진)
1946년 비키니섬 미국 핵실험(위키피디아 자료사진)

비키니 환초 원주민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대를 거쳐 원치 않는 실향의 아픔을 겪어왔다.

미국은 비키니 환초 원주민 167명을 1946년 마셜 제도로 이주시킨 뒤 1958년까지 23번에 걸쳐 핵 실험을 했다.

핵실험이 끝나고 1969년 비키니 환초로 귀향한 원주민들은 몸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부작용에 시달리다가 1978년 다시 섬을 떠나야만 했다.

이들이 정착한 마셜제도를 포함한 태평양 섬 국가들은 이제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셜제도 인근 섬들의 해발고도는 대부분 3m에 불과해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지구 해수면은 1901년 이후 19㎝ 상승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최소 1m 이상 상승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브룸 장관은 마셸제도에 국한된 원주민들의 정착 지원금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내무부에 요구했다.

이에 내무부는 비키니 환초 주민들이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에 서명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2012 회계연도 말 현재 이 기금은 6천900만달러(약 782억원)다. 기금은 투자 수익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주민들의 급여, 장학금, 생활개선 사업 등에 쓰인다.

penpia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27 12: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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