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사태 '뿌리'는 기후변화…'환경난민 시대' 열렸다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09-22 18:25:36    조회 : 426회    댓글: 2
 
시리아는 첫 직접적 사례…환경 학자들 10여년 전부터 경고
유엔총회·기후변화협약 총회 때 잇따라 집중 논의될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지금 유럽이 씨름하는 난민사태가 극단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생각은 잠깐 보류하고 이것부터 생각해봅시다. 물도, 식량도 없어 오로지 생존을 위해 한 부족이 다른 부족과 싸우면 그 지역에 어떤 상황이 빚어지겠습니까."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외교장관회의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논의할 때 기상이변이나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파생될 사회적 갈등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미래에 닥칠 잠재적 재앙에 대한 경고 정도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으나, 연쇄적인 재앙이 벌써 시작됐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섬뜩해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후변화에서 파생된 갈등이 현재 유럽의 난민사태와 같은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일부 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이달 유엔 총회와 오는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이 같은 '환경난민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모 따라 피란길 오른 시리아 아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모 따라 피란길 오른 시리아 아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리아 사태는 첫 직접적 사례

현재 유럽으로 들이닥치는 난민의 상당수는 시리아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뒤 정부군의 무차별적 통폭탄 공습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잔학행위 때문에 피란길에 올랐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리처드 시거 교수가 올해 3월 내놓은 논문은 시리아 사태의 근본원인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시거 교수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기후변화와 시리아 최근 가뭄의 시사점'이라는 이 논문에서 난민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흉이 기후변화라고 결론을 내렸다.

농경과 인류문명의 주요 발상지로서 시리아가 속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에덴동산이 있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었으나, 지금은 불모지가 돼버렸다.

시리아에서는 내전 전인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기상관측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가뭄이 닥쳐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비정부기구 국내실향민감시센터(IDMC)에 따르면 시리아 국민의 최소 40%인 760만명이 고향을 잃어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거 교수의 연구진은 과거 100년 동안의 강수량, 기온, 해수면 기압 등을 토대로 난민 사태로 이어진 기록적 가뭄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라 지중해 동부 지역에 강수량이 점점 줄고 토양의 습도도 낮아져 농경이 불가능해진 추세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시리아에서 가뭄이 정치 불안의 촉매로 작용했다"며 "인간이 기후체계를 교란한 게 내전의 가능성을 2∼3배 이상 높인 것으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시거 교수는 이달 7일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사회, 종교, 민족을 둘러싸고 어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겠으나, 수자원 감소는 그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뿐만 아니라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이란 등지에서도 기후변화가 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학자들은 남수단, 민주콩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에 있는 국가나 멕시코 등 중미 국가도 기후변화로 정치가 위협받는 곳으로 지적하고 있다.

 

초승달 옥토에서 죽음의 땅으로 돌변한 시리아(AP=연합뉴스 자료사진)
초승달 옥토에서 죽음의 땅으로 돌변한 시리아(AP=연합뉴스 자료사진)

 

◇ 10년 전부터 예견된 '환경난민의 시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노먼 마이어스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환경 난민'이 2억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10년 전에 경고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환경 난민은 시급한 안보문제'라는 2005년 5월 논문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난민이 이 시대 인류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썼다.

그는 가뭄, 토양 침식, 사막화, 산림파괴 등 환경적인 요인이나 이에 파생되는 인구폭발, 내전 등으로 실향한 이들을 환경 난민으로 일컬었다.

마이어스 교수는 "환경난민은 심각한 박탈과 좌절의 증거이지만, 정상적 질서를 벗어난 일종의 일탈이나 지엽적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고 당시 불감증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유럽 전역을 위협하며 유럽연합(EU) 구성원들의 심각한 갈등을 촉발하는 시리아 난민사태를 예견하듯 기후변화가 안보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난민이 환경 때문에 발생하지만 수많은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를 부를 수 있다"며 "바로 소요나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내전,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도 정책적 대응은 그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며 "환경 난민을 공식적인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내전이라는 부산물 이전에 가뭄, 홍수, 산불, 초대형 폭풍, 해수면 상승, 해안 침하 등 기후변화의 직접적 악영향이 큰 위험이라는 지적이 나온 지도 오래다.

안토니오 쿠테레스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후변화가 난민 문제로 직결될 것임을 시사했다.

쿠테레스는 "기후변화가 지금까지 남반구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으나 북반구에서도 인구 이동을 초래할 만큼 거세질 조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이 가라앉는 재앙은 국가뿐만 아니라 문화와 공동체 정체성까지 그대로 익사시킬 것"이라며 기후변화의 파괴력을 설명했다.

 

'홍수 아니면 가뭄'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기후(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수 아니면 가뭄'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기후(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삐풀린 온난화…지구촌의 대응은

기후변화의 파괴력이 점점 체감되기 시작하자 국제사회는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

유엔은 국제협약을 통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덜 쓰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가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을 둘러싸고 이미 산업화한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저개발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까닭에 효과적 협약이 정착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공화당처럼 선진국에서도 특정 정파가 기후변화 가설을 부인하는 곳도 있다.

일각에는 지구 온난화의 속도가 최근 들어 정체됐다며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여전히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나 미신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지구의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고 바로 지금 그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올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최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8월 전 세계 평균기온은 14.68℃로 종전 기록인 작년의 14.57℃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고 기록은 2010년, 2014년을 포함해 최근 6년 동안 세 차례나 경신되는 등 무서운 온난화 진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경신 폭도 과거에 0.01℃ 정도에 그치던 것이 이번에는 0.1℃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시대적 소명" 프란치스코 교황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대적 소명" 프란치스코 교황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후변화 대응" 시민.종교단체 캠페인(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후변화 대응" 시민.종교단체 캠페인(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후변화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난민사태와 더불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26일 기후변화를 주제로 주요국 정상들과의 오찬 회동을 마련했다.

올해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체제가 새롭게 구축되도록 의기투합하자는 자리로 관측되고 있다.

이 기간에 미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기후변화와 난민사태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촉구를 담은 '환경 회칙'을 발표했고 난민사태의 해결에도 교회의 적극적 개입을 독려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시민도 올해 들어 기후변화를 지구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어 논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올해 7월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각국 시민을 상대로 한 설문(복수응답)에서 응답자 46%가 기후변화를 지구촌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세계경제 불안(42%), IS(41%), 이란 핵개발(31%), 사이버 테러(30%), 러시아와 주변국의 갈등(24%),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18%)이 그 뒤를 따랐다.

한국에서는 기후변화가 40%로 IS의 세력확장(75%), 사이버 테러(55%)에 이어 세 번째 위협적 요인으로 인식됐다.

jang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9/21 08:00 송고

댓글목록

작성자: jo님     작성일시:

중요한 정보 제공들에 깊이 감사!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예^^
온난화의 위험성을
널리  알려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