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복음 전하는 '길모퉁이 문화사업단'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3-06 20:44:31    조회 : 284회    댓글: 0


문화로 복음 전하는 ‘길모퉁이 문화사업단’

“주님 뜻이라면 어디서든 나누고 노래해요”

마산교구 청년성서모임 계기로 창원지역서 ‘영성 담은 문화’ 활동
 중증장애인 팔찌 제작·판매 도와
 호스피스 병동서 정기 음악봉사
 지역 예술인과 문화창출 노력도


발행일2017-03-05 [제3034호, 14면]

 

‘길모퉁이 문화사업단’은 문화나눔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고 있다. 조성률 대표, 임미라씨, 유인아씨, 신한솔씨, 하육성씨(왼쪽부터).

길모퉁이 문화사업단 제공

문화로 나눔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지역의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콘서트를 열고, 상품을 개발·판매하여 발생하는 수익금을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길모퉁이 문화사업단’(이하 길모퉁이)이라는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창원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났다.


■ 길모퉁이의 시작

 길모퉁이 대표 조성률(스테파노·43)씨는 마산교구 청년성서모임 에파타에서 10여 년 봉사했다. 조성률씨는 자신이 청년성서모임에서 배운 것을 교회 밖에서 풀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기회를 만났다.

“지난해 1월 일러스트 작가인 임미라씨의 작품으로 ‘아트콘서트’라는 것을 기획했어요. 이때 청년성서모임의 ‘찬양나눔’ 형식을 빌려왔습니다. 말씀 대신에 작가의 작품을, 찬양 대신에 그에 맞는 노래를 사용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에 놀랐습니다. 마치 성서연수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트콘서트 관객 대부분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받는 시간을 가졌다. 소리 내어 우는 관객도 있었다. 무턱대고 시작한 아트콘서트는 가톨릭의 영성 프로그램이 비신자들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조씨는 아트콘서트를 계기로 ‘문화를 통한 나눔’을 구체화했다. 길모퉁이의 시작이었다. 청년성서모임에서 함께 봉사하던 유인아(세라피아·28)씨와 신한솔(엘리사벳·25)씨도 조성률씨와 뜻을 같이 했다.


나눔일터 장애인들이 만든 팔찌. 이 팔찌는 ‘길모퉁이’ 상표를 달고 창원의 카페 등에서 판매된다.

길모퉁이 문화사업단 제공


■ 문화를 통해 복음 나누다

 길모퉁이는 지역 예술인들과 연계하여 아트콘서트를 꾸준히 열고 있으며, 예술인 커뮤니티도 조성하여 지역 사회에 맞는 문화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조성률씨는 이러한 활동이 건전한 문화를 선별하고 확산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매체를 통해 청년들에게 왜곡된 성문화와 생명경시 문화 등 죽음의 문화가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죠. 그렇기에 좋은 문화를 선별하고 전달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길모퉁이가 해야할 중요한 일 중 하나죠.”

길모퉁이는 돈 안 되는 일에도 열심이다. 유인아씨는 일주일에 한번 마산에 위치한 중증장애인보호작업시설 ‘나눔일터’에 외근 나간다. ‘나눔일터’는 중증장애인들이 냉장고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유씨는 장애인들에게 팔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렇게 만들어진 팔찌는 창원 지역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장애인들에게 전해진다. 길모퉁이는 금전적으로 이익 볼 것이 없지만 마음으로는 충분히 행복하다 말한다.

“처음 봉사를 갔을 때는 장애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조금 무서웠어요. 그런데 지내보니 그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지금은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길모퉁이의 돈 안 되는 일은 또 있다. 바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격주 금요일마다 펼치는 음악봉사이다. 길모퉁이는 봉사자들과 함께 ‘길천사 밴드’를 만들어 병실을 향해 성가를 부른다. 음악 실력 보다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이기에 환자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 “임종을 목전에 둔 수녀님이 계셨어요. 얼굴에 암세포가 퍼져 힘들어하셨죠. 그런데 음악봉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는데 그 수녀님께서 손을 꼭 잡으시면서 ‘여러분들의 목소리로 삶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하셨어요. 그 순간 부족하지만 써주심에 하느님께 감사드렸죠.”

 

길모퉁이 문화사업단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음악 봉사를 하고 있다.

길모퉁이 문화사업단 제공


■ 하느님 뜻을 따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몰랐다.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사람과 장소를 만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왔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길모퉁이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위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많이 물어보세요. 그런데 저희는 특별한 계획이 없어요. 그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고 싶은 것 밖에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쓰시고자 하시는 곳, 그곳에서 봉사하는 것이 저희의 계획입니다. 우리는 사랑한 만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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