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란치스코" 로 만난 교황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6-03-15 12:02:23    조회 : 439회    댓글: 0

[신앙단상] 영화 「프란치스코」로 만난 교황

이대현 요나(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2016. 03. 13발행 [13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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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요나(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한 신부가 작은 언덕을 천천히 걸어서 오른다. 큰 키에 약간 구부정한 어깨. 한 걸음 한 걸음이 묵상이다. 건너편 성당을 한참 바라본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한다. 그는 마약으로 고통받고, 삶을 파괴당하고 있는 가난한 이웃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약상들의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빈민가를 찾아 마약 근절을 호소한다. 평생 가난한 자, 아픈 자, 소외된 이웃을 찾아 그들을 위로하고, 주님의 자비를 실천한 아르헨티나의 베르골료 신부. 영화 「프란치스코」는 그가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때부터 제266대 교황에 오르기까지의 삶을 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에서 직접 뵌 적이 없다. 2014년 여름, 한국 방문 때에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옥상에서 먼발치로만 봤을 뿐이다. 그런 나에게 영화 「프란치스코」는 그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영화’가 가진 힘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그를 직접 만나, 그의 지난 시간들을 취재하고, 나아가 친구가 된 여기자 아나(실비아 아바스칼)가 부러웠다.

실제 바티칸 취재기자인 엘리자베타 피크가 쓴 「교황 프란치스코: 인생과 혁명」이 원작이다. 배우 다리오 그란디네티가 대역을 하고, 베다 도캄포 페이주 감독이 드라마 형식으로 연출했지만 바티칸이 공식적으로 인증할 정도로 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기교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책과 자료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조차 미처 다 담지 못했다. 아무리 압축하더라도 그의 용기와 신념, 청빈과 사랑의 실천을 104분에 모두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를 교황 곁으로 데려간 영화 「프란치스코」는 2005년 콘클라베 취재를 위해 로마로 향하던 기차에서 추기경과 아나가 우연히 동석하는 인연으로 시작한다. 아나의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되는 아르헨티나의 한 청년이 선택한 삶의 여정은 그 자체가 주님의 뜻이고, 길이다. 할머니가 선물한 책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읽고, 누군가에 이끌리듯이 성당을 찾아가고, 성 요셉상 앞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영혼의 의사인 사제, 가난한 사람들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부터가 그렇다.

영화는 그가 어떤 위협이나 위험에 굴하지 않고 독재와 부패, 인권유린과 폭력, 빈곤과 불평등에 용기 있게 맞서고, 병든 자와 소외된 이웃에게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요란하지 않게 하나하나 소개한다. 교황이 되어서도 그가 왜 한국에까지 와서 스스럼없이 우리의 손을 잡고, 위험한 중동의 분쟁지역에 가서 평화를 호소하고, 멕시코 교도소의 죄수들을 만나는지 알 것이다.

미혼으로 임신한 아나의 상담자가 되어 고민의 매듭을 풀어주고, 대주교가 되어서도 경호원을 두지 않고, 숙소도 옮기지 않고 영성관을 그대로 쓰고, 추기경 옷을 물려 입고, 예하란 경칭을 쓰지 못하게 하고, 직접 빨래를 하고, 돼지를 키우고, 어디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는 그에게서 스스로 낮춤으로써 오히려 높아지고, 작은 일에서부터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한 성직자의 숭고함을 본다.

교황 자리에 오른 다음 날, 그는 아나에게 전화를 걸어 여전히 ‘호르헤 신부’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왜 그가 종교를 떠나 세계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지 알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행복하고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구경꾼이 되지 말고, 예수님처럼 삶 속에 뛰어드세요”라는 그의 말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오늘(13일)이 그의 교황 선출 3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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