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 만들어... 한 끼 식사라도...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5-01-21 13:25:23    조회 : 358회    댓글: 0


본당 신자들과 농사짓는 김홍진 신부
 

 

“작은 텃밭 만들어 한 끼 식사라도 직접 마련해보면 어떨까”


발행일 : 2015-01-11 [제2927호, 9면]


“나의 꿈은 농부”라고 밝혀 온 김홍진 신부(서울 쑥고개본당 주임)는 땅이 갖는 중요성은,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창세 3,19)라는 성경의 가르침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성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종교와 무관하게 모든 인간은 땅에서 생명을 얻기에 땅은 인간 생명의 원천이다.

김 신부는 “유엔이 새해를 땅(토양)의 해라고 선언한 이유는 땅이 인류에게는 생명의 원천임에도 인류가 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현실적 위기를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가치를 금전적 척도로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땅은 거래와 투기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인간이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 보전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땅을 거래와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세는 과거에는 주로 도시만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농촌에까지 침투해 농사지을 땅이 공장과 건물 부지로 전용되고 그에 따라 주변 땅값이 상승하면 농민들까지도 도시 자본에 비판 없이 땅을 매각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신부는 지난 2013년 봄부터 ‘꿈’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충북 영동에 위치한 5610㎡(약 1700평) 넓이의 한적한 농지에서 쑥고개본당 신자들과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봄에는 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영동에 내려가 모내기와 각종 채소 심기 행사를 열어 아스팔트 밑의 땅을 밝아볼 기회조차 없는 도시아이들에게 소중한 자연 체험의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 영동 농지는 김 신부가 대표로 있는 해외입양인 지원기관 (사)둥지에 한 후원자가 기증한 땅으로, 농사철이면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신자들과 함께 내려가 자연을 체험하면서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해외에 입양됐다 다시 한국으로 귀향한 이들도 농사를 배우며 정착을 준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영동에서 농사를 짓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신자들에게 “아파트 베란다나 텃밭, 구청이 제공하는 주말 농장 등에서 각자의 한 끼 식사라도 손수 해결하는 법을 배우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 신부는 땅은 단순히 먹는 문제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존을 위해’ 땅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기계 문명 도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땅과 벗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게 김 신부의 지론이다. 김 신부는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농사를 직접 짓되 일체의 기계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원시적인 농법을 존중한다. 잡초조차도 곡물과 공존하면서 땅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존재로 여겨 웬만해서는 뽑지 않는다.

김 신부가 “인류가 땅으로 돌아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30년 후면 석유가 고갈된다는 사실을 직시한 결과다. 석유 고갈은 돌이킬 수 없는 가까운 미래가 됐고 대체 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값싼 석유를 기반으로 움직이던 모든 기계 문명들은 녹슨 고철로 쓸모없게 되기에 인간은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성경 말씀대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 생존을 위협하는 사태가 눈앞에 닥치기 전에 기성세대들 자신을 위해서보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땅으로 돌아가는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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