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 밑거름...대도시에서 일군 "로컬푸드"

작성자 : 에우제니아    작성일시 : 작성일2014-03-30 12:36:53    조회 : 529회    댓글: 0

~현장 쏙] 도시혁신, 우리동네를 찾아서 ⑥ 서울 강동구 도시농업 열풍


현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현지 주민들이 소비하는 ‘로컬푸드’ 움직임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지속가능할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을 밑거름으로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에 도전하고 나선 서울 강동구의 도시농업 현장을 찾았다.
12일 강동구 고덕동 도시농업지원센터 1층에 있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매장 ‘싱싱드림’은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손님들로 활기가 넘쳤다. 건너에 대형마트가 있는데도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종옥(74) 할머니는 “농산물들이 싱싱하고 믿을 수 있어 날마다 들른다. 가격도 대형마트보다 싸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입원한 딸에게 가져갈 음식 재료로 시금치 등을 샀다. 도서관 가는 길에 들렀다는 손지영(42)씨는 로컬푸드 애호가라며 열무·배추 등을 한아름 카트에 실었다. “이곳 농산물은 생활협동조합 물건만큼이나 신선하고 좋아요. 농산물마다 실명 인증이 돼 있어서 믿음이 가고, 이웃 농부가 정성스레 기른 농산물을 식탁에 올릴 수 있으니 반갑죠. 로컬푸드가 살아야 이웃이 살고 지역이 살아나죠.”
지난 6월 문을 연 싱싱드림을 찾은 고객은 지금까지 2만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250명가량이 찾은 셈이다. 이곳에서 파는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은 일반 농산물의 73.5% 수준이다. 대형마트의 친환경 농산물과 견주면 40% 수준이고, 백화점과 비교하면 3분의 1 선이다. 산지 구매-경매(중도매인)-도매상-큰 소매상-소매상 등을 거쳐야 하는 마트·백화점과 달리, 싱싱드림에선 직거래를 하면서 중간 유통마진이 가격에 끼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싱싱드림에 납품하는 친환경 농가 37곳이 자율적으로 농산물 값을 정한다. 사흘 동안 팔리지 않으면 하루 동안 반값에 내놓고, 그다음날엔 형편 어려운 이들에게 음식을 지원하는 ‘푸드마켓’으로 보낸다.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아침에 수확한 농산물을 점심·저녁 식탁에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싱싱드림에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는 문홍기(51)씨는 “정성 들여 키운 농산물을 이웃이 먹을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지원센터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도 농산물에 대한 신뢰 구축이다. 센터 2층 잔류농약검사실에서 무농약 인증을 한다.
친환경 농부인 문씨는 이런 직거래를 통해 희망을 찾게 됐다고도 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선 ‘을도 아닌 병의 처지’라고 했다. 도매인들이 ‘채소에 구멍이 있다’는 둥 하면서 값을 낮춰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도시농업지원센터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말고도, 이야기가 있는 밥상인 ‘소셜 다이닝’(함께 식재료를 가져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교류하는 활동) △토요 농산물 장터 △1일 농부 체험 교실 △친환경 농업현장 그린투어 등도 벌이고 있다.
강동구는 내년부터 강동구 초·중학교의 급식에 쓰일 식자재를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할 예정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쓰는 음식점을 인증하는 제도도 내년에 조례를 만들어 시행할 계획이다. 강동에서 나는 농산물을 강동에서 소비하자는 ‘강산강소’의 로컬푸드 시스템을 직거래 매장에서 나아가 학교·음식점을 통해서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시스템이 지역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크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지역 생산-소비 직거래는 식자재 유통거리(이른바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기후변화에도 대응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를테면 먼 외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의 유통거리는 수만~수천㎞에 이르지만, 강동구 직거래 매장을 통한 농산물의 이동거리는 5~10㎞에 불과하다. 농산물 수송에 드는 화석연료도 줄일 수 있다.
강동구가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와 함께 역점을 두는 분야는 ‘도시텃밭’이다. 2010년 강동구 둔촌동에서 228개 계좌로 시작한 친환경 도시텃밭은 올해는 3800개로 늘었다. 4년새 16배 이상 늘어났다. 텃밭 크기는 12㎡다. 국가보훈처 땅 8100㎡를 임대해 조성한 ‘공동체 텃밭’의 절반은, 농산물 수확의 70%를 기부하는 조건으로 주민과 공무원에게 무료로 분양됐다. 나머지 절반은 노인 일자리형 텃밭으로 강동노인복지관이 운영하고 있다.

놀리거나 버려둔 땅들도 텃밭으로 탈바꿈시켰다. 암사동에서 음식점이 있던 2100㎡는 몇 년 전 음식점이 헐린 뒤로 쓰레기와 폐기물이 쌓여 민원이 쏟아진 곳이었는데, 강동구가 땅주인을 설득해 쓰레기를 치워주는 대신 무상으로 임대받아 논으로 가꿨다. ‘텃논’으로 거듭난 이곳은 10명이 분양받아 공동으로 관리하며, 어린이 생태학교나 도시텃논 강사 양성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상자텃밭도 2011년 2500개, 2012년 5000개, 2013년 7500개 나눠줬다. 2020년에는 강동구 19만가구에 ‘1가구 1텃밭’을 보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도시에서 도시농업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은 아무래도 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발이 유보돼 방치돼 있는 땅을 농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 소유자들은 개발을 기대해 장기간 땅을 맡기기를 꺼리는데, 현행 농지은행제도는 5년 이상 땅을 신탁해야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도록 돼 있어 선뜻 땅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동구에 도시농업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협동조합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강동도시농부가 로컬푸드 생산·판매를 내걸고 지난해 말 문을 열었고, ㈜텃밭보급소는 도시농업 교육과 공동체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강동구 텃밭자치회는 발기인 12명의 서명을 받아 최근 사회적협동조합 ‘도시농담’(도시에서 농업을 이야기하자는 뜻)의 인가 신청을 냈다. 박영란(51) 텃밭자치회장은 “텃밭 영농교육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과 무너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 만들기, 문화프로그램 운영,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하는 텃밭 강사 활동 등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2010년 전국에서 처음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도시농업 지원에 나섰다. 2009년 초등학교 3곳에 시범적으로 벌인 친환경 급식이 계기였다고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강동구민들에게도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은 “처음 낯설어하던 주민들도 텃밭에 나가 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누구나 입이 벌어진다. 지역 공동체가 친환경적으로 달라졌고 생태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며 “시민들이 차츰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도시농업이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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