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철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장·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장용철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장·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4년 포브스(Fobes) 선정 15대 글로벌 트렌드 발표에 따르면, 친환경에너지와 친환경 미래연료가 포함됐다. 그만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그린래시(Greenlash)'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반발을 뜻하는 '백래시(Backlash)를 합친 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가 나빠지고 고물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친환경?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워!"하며 친환경 정책 변화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겪으면서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영향과 증상이 나타나는데, 정치권이 그린래시를 이용해 기후위기 대응을 미루면 미래 세대에게는 엄청난 손실과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원을 확대해 탄소중립(탄소 배출과 흡수의 합이 '0'이 되는 것을 말함)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산업 중 하나는 석유화학 플라스틱 산업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널리 소비되고 버리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현생 인류를 나타내는 신조어로 '호모 플라스티쿠스 (Homo Plasticus)'라고 일컬을 수 있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은 1950년 수만t에 불과했는데, 2022년에는 약 4억t에 이르렀고, 2040년에는 약 7억 6000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현재 매년 약 19억t 이상의 온실가스가 대기로 배출되고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 제품 중 약 40-50%는 플라스틱 포장재 용도로 사용되고, 대개 짧은 제품 수명을 가지고 있어 쉽게 버려지게 된다. 우리가 현재 소비하는 식기세척기용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비닐봉투, PET병, 라면, 과자 등 식품 포장재 봉투, 배달용 일회용 플라스틱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러한 플라스틱 포장재가 잘 분리 배출되더라도 거의 절반 이상은 잔재물로 간주돼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바다나 해안가에도 플라스틱 용기류, 포장재 등 플라스틱 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거의 분해가 되지 않아 일단 환경에 유출되면 장기간 체류하면서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더 나아가 해양에 사는 생물, 거북이, 조류 등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해양 생물이 섭취하게 된다. 결국 먹이연쇄 과정을 거치면서 미세한 플라스틱을 함유한 해산물과 어류를 우리가 먹게 되면 우리 건강 역시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고자 2022년 3월 UN 5차 회의에서 2024년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175개 국가가 합의하였다. 2022년 11월부터 현재까지 3차례에 걸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정부간 협상회의가 열렸고, 이번 4월 캐나다 이후 11월 한국 부산에서 5차 협상회의(약 180개 국가 약 3000명 참여 예상)가 개최 후 최종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러한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우리 산업계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왜냐하면 국제협약에서 다루는 내용이 플라스틱의 생산 감축, 순환성 강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오염 예방과 폐기물 관리 등이 포함돼 있고, 한국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수출 및 소비하는 국가다. 따라서 한국은 플라스틱 오염 예방에 대한 해결책 제시와 함께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가 많이 늘어났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3년 한국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약 1312억개(PET병, 플라스틱 컵, 비닐봉투, 배달용기류 등)으로 나타났고, 국내 전체 소비량은 약 559억개에 이른다. 2022년 대전 지역 130개 식품접객업소(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대상 일회용품(일회용컵, 비닐봉투, 빨대 등) 소비는 1인당 연간 694개로 이를 대전시 전체로 환산하면 약 10억개에 이른다.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소비를 줄인다면 연간 약 2만 4558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2023년 대전 지역 사례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음식점 등 식기세척기의 플라스틱 세제 용기가 매년 약 1만 6900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액상 세제의 플라스틱 용기를 고체 세제로 대체한다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뿐만 아니라 연간 약 3만 5000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2024년에는 개인, 지역 사회, 기업과 한국 정부 등 모두가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생산기업에 대한 책임 강화, 친환경 소재 대체품 개발 확대, 오염 예방 강화 조치 등의 국제사회에서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차원에서 준비 중인 '플라스틱 국제협약' 5차 정부간협상회의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협력도 서두를 때이다. 기후변화, 생태계의 보호와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은 시대적 요구다. 장용철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장·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장용철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장·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