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실가스 감축 시급하지만, 핵발전은 대안 못 된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8-08 19:13:49    조회 : 138회    댓글: 0

1986년 소련에 속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에서 역대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핵폭탄 투하에 버금갈 정도의 치명적인 사고 후유증은 핵발전에 대한 인류의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1973년 ‘1차 석유 위기’를 전후해 핵발전소 건설 붐이 일던 1970년대에 10년간 315기에 이르던 세계 원전 착공 건수가 1980년대에 166건으로 줄었는데, 1990년대엔 29건으로 급감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또한번 큰 충격을 안겼다. 한번 사고가 일어나면 얼마나 치명적인지 거듭 일깨웠다. <도쿄신문>은 사고 이후 10년간 배상과 폐로에 들어간 비용이 13조3천억엔(약 139조6500억원)이며, 총비용은 일본 정부가 2016년 전망한 21조5천억엔(약 225조7500억원)을 크게 넘어설 것이라고 지난 3월 보도했다.

올해 1월 현재 전세계에 44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년 동안 늘어난 것은 2기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등으로 일본에서 21기가 줄었고, 미국에서 10기가 줄었다. 급속한 탈원전을 개시한 독일에서도 11기가 줄었다. 영국과 스웨덴에서 4기씩 줄었고, 프랑스에서도 2기가 줄었다.

그런데도 세계의 가동 원전이 2기 늘어난 것은 석탄화력발전 등에 따라 심각한 대기 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37기나 늘린 영향이 가장 크다. 저개발국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며 외교적 영향을 키우려는 러시아도 자국 안에서 6기를 늘렸다. 그밖에 인도가 4기, 파키스탄과 우리나라가 3기씩 늘렸다. 원전의 위험성은 기후위기보다 앞서 인류에게 경고 신호를 보냈다.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 발전을 시작한 이래 60년이 넘도록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원전 산업의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류가 체감하고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각국에 부과되기 시작하면서 원전사업자들은 원전의 경제성을 다시 강조한다. 하지만 경제성 면에서도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인지 의문이 커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위험 비용을 계산하면 핵발전의 경제성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12일 발전원별 발전단가 추산치를 6년만에 새로 발표했다. 2004년 1㎾/h당 5.9엔(약 61.6원)이던 원전 발전단가가 안전대책 비용 증가에다 폐로 비용을 산입하면 2030년엔 10.3엔으로 상승하는 반면, 태양광 발전단가는 산업용이 8엔대 후반∼11엔, 주택용이 9엔대 후반∼14엔으로 가장 싼 발전원이 된다는 것이다. 육상 풍력이나 천연가스화력 발전단가도 원전보다 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선 원전 발전비용을 계산할 때 건설비, 운영비, 원료비 등 직접 비용과 사고 때 발전사업자의 책임범위인 5천억원에 대한 보험료만 계산에 넣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년 ‘원자력 발전 비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사고위험 비용, 안전규제 비용, 입지갈등 비용 등 발전회사가 부담하지 않는 부분이 계산에서 제외돼 발전비용이 과소추계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일부에서는 세계 원자력 업계가 대형 원전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업로 가동 전 실험로와 실증로를 거치며 안전성, 경제성을 검증하는 데만 최소 10년은 걸린다. 아직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소형원자로도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해결 못 한다.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원전 선진국들은 이미 건설해 가동 중인 원전을 활용하는 데 그치고, 확대는 주저하고 있다. 원전의 사고 위험성, 핵폐기물 처리의 어려움, 경제성 후퇴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6위 원전 설비 보유국인 우리나라가 원전을 더 늘리는 중국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