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0주기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3-05 23:19:19    조회 : 143회    댓글: 0

[녹색세상]후쿠시마 10주기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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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나는 로마의 캄캄한 콜로세움 앞에 섰다. 하루라도 한식을 먹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 ‘국뽕’ 입맛의 소유자로서, 김치찌개를 얻어먹던 민박집 사장님과 함께였다. 그는 로마에 떼돈을 벌어주는 콜로세움이 왜 음침한 돌무덤처럼 홀대받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후쿠시마 사고 후 핵발전소 반대한다고 난리였어. 원전 못 짓지, 전기 아끼라고 전기세 올리지, 결국 콜로세움을 밝히던 야간 조명도 다 꺼버렸잖아.” 그때 남산N타워는 불야성이었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오는 3월11일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대지진으로 전력이 끊기자 발전소의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수소가 폭발했다. 일본은 핵연료를 식힌 냉각수를 바다에 내다 버리기로 했는데, 하필 일본과 가까워서 우리도 방사능에 오염되게 생겼다. 후쿠시마 사고 때 방출된 오염수는 1년 만에 동해안에 도달했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후쿠시마 사고도 50층 아파트가 된 잠실의 뽕밭처럼 잊혔다. 강산은 변해도 방사능 오염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핵분열 에너지는 인간이 끄지 못하는 우주의 불 같은 거라, 폭발하지 않도록 애꿎은 냉각수만 들입다 퍼부으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 다음 세대도 냉각수를 퍼부으며 인간의 시간이 아닌 우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올해 전기요금 고지서 항목이 달라졌다. 들쑥날쑥한 연료비 변화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전력량 요금에 포함됐던 기후환경 비용을 분리해 표시한다. 이제 고지서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 같은 기후환경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전 지지파는 신이 나서 원전 닫자더니 꼴 좋네, 결국 전기세 올랐다는 ‘뼈 때리는’ 말을 했다. 맞다. 나는 이런 돌직구가 좋다. 싼 전기 팍팍 쓰면서 원전 짓고 싶으면 국회의사당이나 강남 타워팰리스 앞에 지어라. 왜 죽어라 자기 동네에는 안 된다 하는지 다들 알지 않나. 나는 로또 맞아도 원전 100㎞ 이내에는 투자 안 할 작정이다. 혹여 사고가 나면 일대 부동산 가치는 폴란드 망명정권의 지폐처럼 휴지가 된다. 후쿠시마가 그 증거다. 2019년 발전원별 구입단가 중 원자력이 가장 싸고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비싸다. 전기세 발전단가에는 이런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원전은 보험회사가 가입 자체를 거부하는 산업이다.


2014~2017년을 제외하면 2005년부터 현재까지 전기세가 원가보다 높은 적이 없다. 심지어 중국산 냉동 고추를 수입해 값싼 전기로 말려 비싼 값에 팔았는데, 고추 시장의 46%까지 잠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좀 비싸도 안전한 신재생에너지를 쓰겠다, 태양광 발전소를 짓자, 전기세 올려도 감당한다는 핵분열처럼 폭발하는 시민의 에너지가 없다면 답도 없다. 대한민국은 이미 국토면적당 원전 밀집도 세계 1위다. 대만은 99% 공사를 완료한 원전을 폐쇄하고 독일은 100% 완공한 원전 운행을 중단시켰다. 시민 수만명이 멜트다운급의 뜨거움으로 탈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겨울 거리를 점령하고 핵폐기물 수송로에 드러눕고 에너지농부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후쿠시마 10주기, 베란다 태양광의 먼지를 쓸고 에어프라이어 전원을 뽑으며 곱씹는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에 보내는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선 밀양의 할매들이 피눈물 흘리며 한 말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50300045&code=990100#csidxa0fbdfc2dc5fd7ba58bdcb1b22f96e9 onebyone.gif?action_id=a0fbdfc2dc5fd7ba58bdcb1b22f96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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