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행동하지 못해 미안해”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0-11-17 17:57:22    조회 : 129회    댓글: 0

[현장 돋보기] “미리 행동하지 못해 미안해”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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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발행 [1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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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제 문제인 걸요.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죠. ”

10월 21일 서울 동성고등학교 ‘생태캠프’에서 만난 1학년 친구들은 똑똑했다.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가 왜, 얼마나 위험한지, 자신의 삶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구를 살리는 실천 방법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었다.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요.” “안 쓰는 전등은 끄고 플러그는 뽑아 놓아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줄줄 읊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자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주 화장실이나 방 불을 켠 채로 나온 까닭이었다. ‘그거 몇 시간 켜놓는다고 전기료가 얼마나 나오겠어.’ 속으로 되뇌었던 생각들이 떠올라 쓴웃음이 나왔다.

학생들이 선사하는 놀라움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장래 희망을 가볍게 물었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자동차 연구원이 돼서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래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돼서 지구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시시각각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어요.”

17살 내 모습은 어땠나. 환경이나 기후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뒀을까. 불과 13년 뒤에 기후위기와 코로나19가 지구를 강타할 줄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당시 그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스스로 알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 중 환경을 가장 많이 언급한 이는 정년을 앞둔 한국사 교사였다. 그는 늘 “4대강 사업을 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 외에 선생님들이 해주는 이야기라곤 “좋은 대학을 가야 부인 얼굴이 바뀐다” “수능 몇 등급은 치킨을 사고, 몇 등급은 치킨을 배달한다” 따위 말장난에 불과했다. 잠깐의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서글픈 마음과 함께 동성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 때는 말이야, 미처 몰랐어. 미리 행동하지 못해 미안해. 이제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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