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 예찬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0-03-12 20:07:47    조회 : 211회    댓글: 0

“환대할 수 없는 것을 환대하는 것이 진짜 환대죠”

전북대 왕은철 교수 신작 「환대예찬」, 동화 「어린왕자」·구약 창세기 등 다양한 문학·성경 속 환대 의미 분석


2020.03.15 발행 [1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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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왕은철 교수가 문학적 서사를 통해 환대의 가치를 짚어낸 「환대예찬」을 펴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환대(歡待). ‘기쁠 환’에 ‘기다릴 대’를 쓴다.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환대를 생각하면 환대를 받을 만한 사람을 떠올린다. 차갑고 소홀히 대한다는 뜻의 냉대와 홀대는 환대의 반의어다. 환대와 마찬가지로, 냉대를 생각하면 냉대를 받을 만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런 논리라면, 환대와 냉대는 그것을 받을 만한 사람의 것이다.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냉대하고, 환대할 만한 사람을 환대한다면 ‘환대의 정신’은 도대체 왜 필요할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할 만한 사람을 용서하기는 쉽다.

전북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왕은철(미카엘) 교수는 환대 예찬가다. 460쪽의 적지 않은 분량에 처음부터 끝까지 환대를 예찬한 신작 에세이 「환대예찬」(현대문학)을 펴냈다. 인간이 빚어낸 환대의 방식과 윤리를 다루고, 시대가 주목한 문학적 서사를 통해 환대의 정신을 재해석했다. 환대의 대상과 의미, 가능성을 다면적으로 성찰했다. 2017년 10월부터 2년간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았다.

왕 교수는 말한다.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기 것처럼 느낄 줄 아는 능력이라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타자에 대한 환대도 여기에서 나온다. 문학 역시 이러한 인간의 공감 능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만 반복하는 자기중심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이 타자에 관한 것이듯 환대와 사랑 역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작가는 「어린 왕자」와 「몽실 언니」부터 시대의 고전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비롯해 구약성경의 창세기와 판관기 등 고전과 문학 작품을 넘나들며 환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건져 올렸다. 작가 한강의 에세이이자 소설인 「흰」과 「소년이 온다」가 주목하는 애도 역시 환대의 형식임을 다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존 맥스웰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통해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환대하는 과정에 인간의 내적 결핍, 윤리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음을, 그것이 환대의 진정한 정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환대의 수혜자는 곧 자기 자신이 된다는 역설이다.

“환대는 마음이면서 물질이다. 따뜻한 말로 어루만질 때는 마음이고, 필요한 음식을 가져다줄 때는 물질이다. 이처럼 환대는 빈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든 물질이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행위다.”(395쪽)

환대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말한 것처럼 타자의 이름, 언어, 성별, 인종이 무엇이든 행해져야 한다. 자크 데리다는 무조건적인 환대의 개념을 언급하며,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짜 용서고, 환대할 수 없는 것을 환대하는 것이 진짜 환대”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20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자크 데리다의 용서에 관한 강연을 듣고, 세상의 고통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 이후 애도와 상처, 환대 등 치유라는 일관된 주제에 천착해 목소리를 내왔다. 2018년에는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죽음, 애도, 트라우마를 연구해온 공로로 ‘생명의 신비상’ 인문사회과학 분야 본상을 받았다.

혐오를 통해 환대를 가르치는 사회다. 최근 출판 시장에는 혐오의 대상, 현상, 윤리를 분석하는 책들을 줄줄이 나왔다. 혐오와 인권, 혐오 표현을 거절하는 법 등을 가르침으로써 오히려 혐오를 둘러싼 부정적 서사를 확대 재생산한다. “혐오를 혐오하라”는 말보다 “환대하라”는 말의 힘은 더 세다. 혐오는 환대를 품지 못하나, 환대는 혐오를 품는다.

왕 교수는 머리말에서 “환대가 부재한 사회를 환대가 넘실대는 사회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문화”라면서 “타인을 향한 환대는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환대로,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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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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