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알아야 할 원전 문제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8-10 14:56:33    조회 : 290회    댓글: 0

 

시민들이 알아야 할 원전 문제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 2017.08.04 20:32:02

[기고]시민들이 알아야 할 원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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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3개월 일시 건설 중단 결정으로 친원전 세력이 단합하며 본격적으로 이의를 쏟아내고 있다. 원전 문제의 공론화는 어려운 일이라지만, 지난 40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원전의 미래와 안전성에 대해 정부가 국민에게 진지하게 대답한 적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전에 대한 균형적 관점을 갖기 위해서라도 공론화 과정은 불가피하며 그에 앞서 아래 문제들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첫째, 원전의 해체 원인과 비용 문제다. 원전 해체 이유는 예상 수명이 다해서만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 최초의 원전 해체 결정은 1989년 셔햄 원전이었다. 그 이유는 원전사고 시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계획이 뉴욕 주지사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에 이어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로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것은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전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어떻게 신속하고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느냐였다. 그런데 셔햄 원전의 경우 대피로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가동조차 하지 못하고 폐쇄되었다. 그 해체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원래 예상은 4억5000만달러였지만, 1991년 말이 되자 비용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2년 사이에 해체 비용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13년에 폐쇄가 결정된 샌 오노프리 원전 2기는 기술적 결함과 안전 문제 때문에 폐쇄가 결정되었다. 해체하는 데 44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는 데 반해, 건설비용은 약 6억7000만달러였다. 건설비용보다 해체비용이 7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해체하는 데 20년의 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통해 원전 해체 과정이 투명하고 공개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둘째,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이다. 화력발전소와 달리 원전은 현재 기술로는 완전한 처리가 불가능하다. 경주에 있는 폐기물 처리장은 중·저준위 수준의 쓰레기만 저장하고, 정작 문제가 되는 고준위의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원전 내부의 수조에 쌓여만 가고 있다.


전 세계 원전 사용 국가들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미국도 어렵사리 유카 산에 건설 중이던 고준위 방폐장 공사를 2012년에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찾기로 했다. 안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핀란드가 온칼로에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이를 운영하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비용은 차치하고도 최소 수만년 동안 핵폐기물을 영구 저장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원전의 초창기인 1950~60년대만 해도 미래에는 과학기술이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현재까지도 미해결 상태다. 따라서 원전은 미완결의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용어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은 긍정적인 평화를, 핵은 부정적인 전쟁의 이미지를 암시한다.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분이 한 칼럼을 통해 반원전 세력은 “원자력의 공포감과 혐오감”을 퍼트리기 위해 원자력을 핵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 말은 현재 상황을 거꾸로 인식한 것이다. 오늘날 원전을 운영하는 선진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1975년 이후로 원전 건설 승인과 안전 등의 문제를 다루는 미국 연방정부 기관의 명칭은 ‘원자력’이 아닌 핵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다. 우리 정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영어 명칭에서 ‘Nuclear’를 원자력의 번역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원전 세력이야말로 핵을 원자력이라고 주장해온 셈이다. 용어를 통해서도 기득권 세력의 원전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이 글에서 핵발전소를 원전이라고 쓰고 있다. 너무 관용화된 표현에 독자의 어색함을 생각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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