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자유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6-09-27 19:48:16    조회 : 339회    댓글: 0


[사회교리 아카데미] 그리스도인의 자유

양심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

신앙인의 윤리 기준은 세상과 달라
 사회구조, 흐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느님 뜻에 맞게 바꾸려 노력을


발행일2016-08-28 [제3009호, 4면]

 

가끔 교회 안의 신문이나 이런저런 조사 결과들을 보면, 많은 신자들의 생각이나 의식 그리고 행동 방식이 세상 사람들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신자들은 혼인과 가정에 대해서도, 그리고 특히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사실 신앙인들도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세상의 흐름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가 세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에 강하게 영향을 주고 있고, 심하게 말하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가두어 놓고 있다. 이를 사회구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제도와 법률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이러저러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받아온 교육도 그러하다. 더욱 근원적으로는 사람의 행동 방식을 결정하게 하는 마음과 정신의 구조도 있다. 이러한 구조들은 오랜 시간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고, 사람들의 경험과 체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며, 또한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사회적 세력 사이에서 힘센 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조는 한편으로는 인간의 생각과 행위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생각과 행위를 가두어두는 강제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러한 구조를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익숙한 대로 살기도 하고, 또는 현실과 구조에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맞추어 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구조를 바꾸고 변형시키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흐름, 사회구조, 세상 현실 등에 물음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지금 현재의 세상과 현실은 당연한 것도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 살지만,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에게 삶과 윤리의 기준은 지금 현실과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이다. 하느님 나라에 비추어 지금 현실과 세상을 바꾸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그리스도인은 깨어있어야 한다. 주님께서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마르 14,38)고 하셨다. 주님 말씀처럼 깨어있기 위해서는 제대로 기도해야 한다. 제대로 기도하는 사람은 이웃의 아픔과 세상의 아픔에 민감하고 깨어있다. 성경의 예언자는 사회에 불만을 가진 외부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세상의 아픔에 민감하고 깨어있는 사람이었다. 참다운 예언자는 참다운 신비가일 수밖에 없다. 깨어있다는 것은 또한 양심의 문제이다. 양심은 인간의 마음에 심어진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앙인이든 아니든, 그리스도인이든 다른 신앙인이든 모든 사람들은 양심을 품고 산다. 그러나 양심을 마음 깊숙이 숨겨놓고서 세상의 흐름에 익숙해지면, 양심을 통해 울리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다. 그러니 양심의 성찰도 필요하고 민감한 양심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깨어있다는 것은 민감한 양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교리는 신앙인들이 깨어있고, 민감한 양심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깨어있고 민감한 양심을 가진 신앙인들이야말로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세상 흐름과 사회구조를 넘어서 바라보고 그것들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유이다. 그러니 ‘세상이 이러해서 나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핑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따라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로 세상에 산다. 우리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셨고, 세상을 넘어서는 자유가 승리한다는 것을 예수님의 부활이 보여준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갈라 5,1)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 신학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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