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 돌아오고 생명의 흔적이...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12-28 10:14:44    조회 : 301회    댓글: 0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모래톱 돌아오고 생명의 흔적이… 옛 모습 되찾아간다

‘대수술 부작용’ 4대강, 보 개방 처방 이후… 낙동강에 무슨 일이?

입력 : 2017-12-20 21:32:16      수정 : 2017-12-21 16:37:2


2008년 12월29일 ‘수술’이 시작됐다.
환자는 4대강, 집도의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수술명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3년 반의 대수술 끝에 4대강(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 16개 보가 들어섰다.
‘하천’에서 ‘호소(湖沼·고인 물)’로 성형수술을 거친 4대강이 이번에는 종합검진을 받고 있다.
주치의는 환경부, 의심 질환은 성형 부작용이다.
4대강 사업의 기본 구상은 준설을 통해 강의 물그릇을 키우는 것이었다.
낙동강에서만 3억3200만㎥의 흙이 퍼올려졌고 한강 4700만㎥, 금강 3900만㎥, 영산강 2500만㎥ 등 총 4억4300만㎥가 준설됐다.
물그릇이 커지면 홍수·가뭄 피해를 줄이고 오염이 희석돼 물이 더 깨끗해질 것이라는 게 당시 정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수량이 커진 만큼 물이 보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났고, 고인물에서는 녹조가 쉽게 번졌다.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풀어보겠다며 문재인정부는 지난 6월 4대강 보 일부 구간을 개방했고, 지난달에는 추가로 수문을 더 열었다. 수문 개방 이후 나타난 변화를 알아보고자 지난 5일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칠곡보에 이르는 구간을 둘러봤다.


◆보 개방 후 40%까지 줄어든 체류시간

낙동강의 가장 끝에 위치한 창녕함안보에서는 이날 국립환경과학원 산하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직원들이 작은 배 위에서 수질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도 ‘겨울 녹조’가 피어있었지만, 이날 따라 ‘배가 뒤집히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 육안으로는 녹조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연구소는 지난 6월 보 개방이 시작된 이후 낙동강 8개 보에서 매주 두 번씩 시료를 채취한다. 강 좌·우안과 중앙부에서 표층수를 떠 조류를 조사하고 수심별로 퍼올린 혼합시료로는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와 COD(화학적산소요구량), TN(총질소), TP(총인) 등을 점검한다.


수심별 수온도 확인하는데, 겨울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여름에는 표층과 강 깊은 곳의 온도 차가 15도까지 벌어진다고 했다.

환경단체 쪽에서는 그동안 보를 개방해 유속이 빨라지게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날 창녕함안보에서는 보 하류로 강물이 부지런히 쏟아져내렸지만 이것만으론 유속이 빨라졌는지 알기 어려웠다. 수문 개방 직후가 아니면 유속은 금세 안정화되는 데다 강수량, 방류량 등의 요건에 따라 그때그때 변하기 때문이다.

동행한 과학원과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물 흐름의 변화를 확인하고 싶으면 유속보다는 체류시간을 비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과학원의 자문을 구해 낙동강홍수통제소의 유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과 지난달 수문이 부분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곳에서는 체류시간이 최대 40% 가까이 줄었다.

이맘때와 기상조건이 비슷한 갈수기(2015년 11월∼지난해 3월) 방류량을 기준으로, 합천 창녕보의 체류시간은 기존 12.09일에서 7.29일(이하 지난 8일 기준)로 39.7% 단축됐다. 합천 창녕보는 지난 6월 수문 개방 이후 수위가 10.5m에서 7.8m로 내려간 상태다.

기자가 찾아간 창녕함안보도 8.09일이었던 체류시간이 4.93일로 39.1% 줄었다. 6월에 개방된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도 관리수위 때보다 각각 21.0%, 9.1% 단축됐다.


체류시간은 저수량에 비례한다.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문제는 커다란 물그릇에 물이 오랜 시간 고이며 발생했다.

2012년 감사원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낙동강물의 평균 체류시간은 4대강 사업 전 8.6일에서 이후 100.1일로 11.6배 늘어났다. 한강(1.7→5.8일)과 금강(4.5→12.8일), 영산강(3.6→27.7일)도 마찬가지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는 조건이 맞으면 하루에 두 배로 증식한다. 체류시간이 10배 이상 늘면 남조류는 천문학으로 늘게 된다. ‘녹조라떼’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다시 나타난 모래톱

창녕함안보에서 약 40㎞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낙동강이 황강과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낙동강은 경북 상주에서 남해까지 400㎞를 흘러 내려오는 동안 40여개 지천과 만난다. 경남 거창군에서 합천군 쪽으로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강도 그중 하나다. 황강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경남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에는 학교 운동장 넓이만 한 모래톱이 펼쳐져 있었다. 황강 합류부는 합천창녕보 지근 거리(남쪽 1㎞)에 있는데, 지난달 13일 수문 추가 개방으로 수위가 내려가자 그간 물에 잠겨 보이지 않던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며 모래톱 416.72㏊를 걷어냈다. 자그마치 축구장 580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다. 하중도 242.16㏊도 사라졌다. 특히 낙동강 수계에서만 모래톱 300.33㏊와 하중도 151.02㏊가 제거됐다.

황강 합류부 모래톱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 중심부처럼 완전히 걷어낸 것은 아니지만, 황강 모래톱도 부분적으로 준설됐다”고 전했다.

수문이 일부 열렸을 뿐인데도 황강뿐 아니라 의령 여의리와 회천 합류부에서도 4대강 사업 이후 볼 수 없었던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임희자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합천창녕보 하류 쪽은 70∼80% 정도 과거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모래톱이 생물서식지로 기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래톱은 물과 땅이 연결되는 지점이어서 수륙을 오가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된다. 작은 수서곤충과 재두루미 같은 커다란 철새가 깃들이는가 하면 강물을 정화하는 기능도 있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지 한 달도 안 됐는데도 황강 모래톱에는 벌써 수달과 삵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수달과 삵은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임 실장은 “물가를 향해 수달 발자국이 나있거나 이들이 남긴 배설물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선거 때 대형 국책사업 공약 삼가야”

이런 변화에도 보가 없던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앟다. 이미 달라진 환경에 맞춰 사람도, 자연도 변한 탓이다.

4대강 사업으로 보 수위가 올라가면서 주변 지하수위도 따라 올라왔다. 땅을 조금만 파도 지하수를 쓸 수 있게 되자 수막 재배가 급증했다. 수막 재배는 비닐하우스에 지하수를 뿌려 수막을 만들어 작물을 키우는 것을 말하는데, 한겨울에도 지하수 온도는 15도 정도 되기 때문에 보온 효과가 있다.

그런데 수문 개방으로 지하수위가 다시 내려가면서 수막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적잖다.

창녕함안보만 보더라도 기자가 방문한 5일 이런 우려를 의식해 방류 속도를 늦춰 당초 계획(수위 2.8m)보다 높은 3.3m의 수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 뒤 실제로 지하수가 나오지 않게 되면서 비닐하우스 수백동에서 냉해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수위는 20일 현재 4.4m까지 다시 올라온 상태다.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목표했던 만큼 수위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창녕함안보는 수위를 올리며 보와 지하수위 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보 개방으로 수막재배 피해가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면 수문 개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말라버린 어도에서 물고기의 이동은 어떻게 도와야 할지, 소수력발전 시설은 포기하는 게 맞는 것인지도 고민할 문제다.

황강에 이어 찾아간 강정고령보는 수위가 내려가면서 어도가 수면 위로 올라와 있었다. 몇달째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4대강 사업 당시 16개 보에는 낙차를 이용해 연간 2억7171만㎾h의 전력을 생산하는 소수력발전소가 세워졌다. 그런데 수문 개방으로 낙차가 줄면서 낙동강의 경우 5개 보의 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

이러저러한 어려움에도 강 복원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려면 4대강 사업의 명암을 분명히 알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기재 부산대 교수(생명과학)는 “성형수술 효과를 알려면 비포(이전) 사진 10장과 애프터(이후) 사진 10장을 똑같이 놓고 비교해야 하는데, 지금 4대강은 비포는 1∼2장뿐이고 애프터만 10장을 찍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4대강 사업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새만금사업, 한반도 대운하 등 지난 30년간 국가적 논쟁과 갈등을 일으킨 국책사업은 거의 예외 없이 대선 공약으로 등장했다”며 “대선 공약으로 등장한 대형 국책사업은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로 인해 합리적 검증을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 단위의 국가예산이 드는 국책사업이 선거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4대강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내년 말까지 어떤 보를 얼만큼 개방할 것인지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과연 ‘성형 호소’ 4대강은 자연미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함안·합천·대구·칠곡=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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