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하늘소, 그리고 꿀벌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12-28 00:00:02    조회 : 273회    댓글: 0

 

녹색세상]소나무와 하늘소, 그리고 꿀벌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입력 : 2017.12.21 20:35:00 수정 : 2017.12.21 20:45:42
 

[녹색세상]소나무와 하늘소, 그리고 꿀벌
.
올 한해 ‘녹색세상’에 실린 글을 모두 찾아보니 60% 남짓이 탈원전 관련 글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임이 분명하나,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 기후변화, 조류인플루엔자, 4대강과 케이블카로 대표되는 국토난개발 외에도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심각한 환경문제들이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다는 데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녹색’과 관련된 간과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시작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소나무와 하늘소, 꿀벌에 관한 것으로 해보려 한다. 지구의 모든 생물이 하나같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생물종을 들라면 인간을 제외하면 당연히 꿀벌이다. 벌이 멸종하면 4년 뒤 인간이 멸종할 것이란다. 그런데 벌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남의 일인 듯 무감각하다. 벌의 집단붕괴 원인은 그동안 다양하게 제시되었으나, 연구가 축적되면서 바이엘사가 개발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의 과도한 사용이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초기 연구에서는 똑똑한 벌 스스로가 해당 살충제를 피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지 않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2015년 한 연구결과는 벌이 시간이 지날수록 살충제가 있는 곳을 더 자주 찾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이게도 담배와 같은 중독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미 꿀벌 유해성 문제로 초기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는 많은 국가에서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독성이 약하다는 3세대 살충제 또한 유럽 및 북미를 중심으로 사용금지 약제로 속속 등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살충제가 경작지뿐만 아니라 인가 주변 산림과 도시에 광범위하게 뿌려지고 있다. 소나무가 죽어간다는 이유에서이다.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 매개를 이유로 산림 내 솔수염하늘소를 죽이기 위해 사용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와 호흡기 독성물질이 유출되는 살충훈증제의 구입비가 2015년 한해에만 무려 80억 원이 넘는다. 재선충은 고지대 산림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약제의 대부분은 우리가 수시로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동네 뒷산에 집중적으로 뿌려진다. 또한 많은 지자체가 이 살충제를 가로수 병해충 방제에 사용하고 있으니 농경지는 물론 산림, 도시까지 구석구석 뿌려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꿀벌이 이 농약을 피할 수 없음은 당연하고 우리 또한 적은 양이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된다고 봐야 한다. 환경이야 늘 후순위로 밀리는 우리나라는 이 약제에 대해서도 역시 다르지 않은 대응을 보여준다. 2016년 벌꿀의 생산지수는 46으로 떨어졌고, 양봉농가들의 지속적 문제제기에도 정부는 문제없다고만 하고 있다. 우리 숲이 그나마 온전하게 자연의 섭리를 따르기 시작한 시기는 지역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1980~90년대 들어 시골에까지 석유나 연탄보일러가 보급된 이후이다. 숲이 사람의 간섭을 벗어난 지 고작 30년 정도가 되어 이제야 조금씩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며 숲의 진짜 나무(眞木), 참나무가 성장하면서, 반대급부로 초기에 번성했던 소나무는 여러 이유로 줄어드는 현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안정화를 외면하면서 숲의 미래를 책임질 진짜 나무를 잡목이라는 이름으로 베어내고, 하늘소를 포함한 숲속의 수많은 생명들을 죽이는 살충제를 가장 깨끗해야 할 산림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산림생태계가 안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나무가 쇠퇴하는 것을, 마치 소나무가 줄어들면 산림이 황폐화될 것 같이 호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산행지가 늘어나는 것이 농약을 뿌려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인가? 하늘소를 죽이는 살충제가 뿌려진 산림이 과연 건강한 산행지일까? 농경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늘 호흡하는 도시와 산림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LGU+ 인터넷 공식가입센터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212035005&code=990100#csidxd88b7fc9ae96a8186d101c13674351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