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일회용은 없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입력 : 2021.12.10 03:0 원문보기: https://www.kh…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12-11 15:28:12    조회 : 182회    댓글: 0

나에게는 ‘반려컵’이 있다.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니 ‘나만 없어, 고양이’로 대변되는 삭막한 삶을 내가 살고 있더라. 그래서 내 곁을 지켜줄 반려들을 만들던 중 하나의 유리컵이 내 삶에 당도했다. 버려진 와인병으로 만든 진녹색의 유리컵이었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유리는 친환경 소재로 생각되지만 플라스틱보다 약 2000배나 오래간다. 분해되는 데 100만년 이상이 걸린다. 약 30만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출현했으니 호모사피엔스가 ‘호모호모호모사피엔스’로 3번을 진화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이쯤 되면 모래를 가공한 유리가 인공지능보다 더 경이롭지 않은가. 또한 제조부터 폐기까지 제품 생애주기상 유리병은 페트병, 알루미늄, 종이 포장재 중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다.

그러나 유리병 중 투명, 갈색, 녹색만 재활용된다. 화장품 유리 용기는 색이 다양하고 불투명해서, 와인병은 소주병보다 색이 진하고 확인되지 않는 첨가물이 들어 있을 수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현재 유리병 재활용률은 스티로폼보다 낮다. 해마다 50만t의 폐유리병이 발생하는데 이 중 20만t이 땅에 묻힌다. 유리병 조각이 100만년 동안 바다를 떠돌까 염려돼 깨진 유리 조각인 ‘시글라스’를 주워 액세서리를 만드는 가게도 있다.

이런 이유로 와인병의 병목 부분을 잘라 만든 유리컵을 샀다. 크고 예뻐서 이 컵만 쓰게 됐고 어느새 내 반려가 되었다. 내친김에 와인병 재활용업체에 폐와인병 모아서 보낼까요, 했더니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곤란하단다. 사랑하는 내 ‘반려컵’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최선입니까. 모래로 만들어서 환경호르몬도 없고 불활성 소재라 기름기 많은 식품과 닿아도 변형되지 않는다. 유리병은 플라스틱과 달리 수백번 재활용해도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경이로운 유리병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작태다.

최근 유럽에서 폐와인병을 세척해 재사용하는 ‘다시 와인병(reWine)’ 보고서가 나왔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스페인의 레스토랑과 슈퍼마켓 99곳에서 와인을 리필해 약 8만5000개 폐와인병이 재사용되었고 2만t 이상의 유리병 매립을 막았다. 와인병에 반납 보증금을 붙였더니 빈병 반납률이 95%였다. 또한 빈병을 회수하고 이렇게 회수된 병에 담은 와인을 파는 가게에 손님들이 더 자주 방문했고, 와인병 수거와 세척을 통해 330개의 지역 일자리가 생겨났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재활용에 비해서도 9배나 높은 수치다. 나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리필제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해서 이 수치가 과장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우리 가게도 쓰레기 수거 때문에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는 손님들이 많아 고객 충성도가 높고, 빈병 세척과 관리를 위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데 왜 안 하는 걸까. 혼자서 상상해본다. 맥주·소주병을 넘어 박카스병도, 주스병도, 두유병도 재사용하는 세상을. 얼마 전 서울의 일부 카페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시작했고, 배달음식 앱에서도 서울 강남 지역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유리처럼 재활용, 재사용에 최적화된 소재라도 여러 번 써야 한다. 친환경 일회용은 없다. 그리고 재사용 대안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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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2100300045#csidx73aff5fb1d612bea484f244217e52be onebyone.gif?action_id=73aff5fb1d612bea484f244217e52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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