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컵, 좀 번거롭긴 해도 환경에 도움 되니 마음 가벼워요” 입력 2021.11.18 04:40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11-20 18:58:22    조회 : 191회    댓글: 0

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서소문로점에 다회용 컵 시범사업에 대한 안내문이 서 있다. 우태경 기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요. 갖고 나갈게요."

"일회용품 없는 매장이라 '다회용 컵'을 사용해야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지난 8일 서울시청 인근 한 카페에선 커피가 평소와 조금 다른 용기에 담겨 팔려 나갔다. 한번 사용한 뒤 폐기되는 얇고 투명한 일회용 컵 자리를 단단한 반투명색의 다회용 컵이 대체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덕분에 평소 일회용 컵으로 찼던 쓰레기통과 쟁반 정리대는 깔끔해졌고, 찻잔을 놓고 담소를 나누는 이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시청 인근에 있는 스타벅스 등 카페 20여 곳과 손잡고 다회용 컵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손님이 다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주문한 뒤 컵을 반납하면, 세척업체에서 컵을 씻은 뒤 살균해 매장에 다시 공급하는 사업이다. 주문 시 보증금(1,000원)이 발생하지만,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즉석에서 돌려받는다. 시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시범사업을 한 뒤 부족한 점을 보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님도 카페 직원도 행복한 다회용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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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서울시청 인근 카페를 찾으면 '다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받아 볼 수 있다. 다회용 컵은 안에 담긴 내용물이 차갑든 뜨겁든 종이 홀더가 필요 없다. 우태경 기자

서울시가 펼치고 있는 이번 사업은 일회용 컵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생산자와 판매자로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인 텀블러 지참’으로 요약되는 지금까지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소비자들의 희생과 불편을 강요했다. 내년 6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이 예고된 만큼, 서울시는 지금이 이번 시범사업을 영구사업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다회용 컵 사용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선 약간의 수고가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은 반납 시 컵에 붙은 라벨을 제거하고, 물로 컵을 헹궈서 반납기에 넣어야 한다. 이날 처음 다회용 컵을 이용해봤다는 나윤영(42)씨는 "좀 번거롭긴 했다"면서도 "환경엔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아 마음은 가볍다"고 말했다. 나씨를 포함한 손님 대부분이 다회용 컵에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재사용 의향을 보였다.

하루 수천 개의 플라스틱 컵을 손님들에게 넘기던 카페 직원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스타벅스 서소문로점 이제희 점장은 "일회용품 줄이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컵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할 수 있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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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시 중구 스타벅스 서소문로점에서 시민들이 사용한 다회용 컵을 반납기에 넣고 있다. 우태경 기자.


위생 우려?..."일회용보다 다회용이 더 깨끗"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다회용 컵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르는 컵'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비자들이 결국 일회용 컵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위생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대임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이는 기우다. 다회용 컵 세척 공정을 보면 이런 우려는 불식된다.

회수된 컵은 총 6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먼저 섭씨 60~70도 물에서 초음파로 10분 동안 이물질을 제거한 뒤, 85도의 고온·고압 세척기에서 약 7분간 세척된다. 이후 40분 동안 자외선(UV) 살균·건조를 거치고 육안 검수를 한다. 최종적으로 미생물 및 잔류세제 검사를 통과한 컵만 진공 포장돼 각 매장에 전달된다.

세척된 다회용 컵이 일회용 컵보다 더 깨끗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미생물검사(ATP)에서 세척된 다회용 컵의 세균오염도는 19RLU로 일회용 컵(125RLU)의 약 15% 수준인 것으로 나왔다. 식품위생상 세균오염도 안전기준치는 200RLU이다. 또 세척된 다회용 컵은 미국위생협회(NSF)에서도 대장균 등 각종 세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증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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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지은 인턴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다회용 배달 용기에도… 선도 나선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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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를 통해 '다회용 배달용기'로 배달을 시킬 수 있다. 서울시 제공

쓰레기를 줄이려는 서울의 '제로웨이스트' 노력은 컵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달부터 배달플랫폼 '요기요'와 업무협약을 맺고 강남구 100여 개 식당과 '다회용 배달 용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식은 다회용 컵과 비슷하다. 배달 용기는 서울에서만 월평균 5,400만 개가 사용된다. 시는 내년에 사업 지역을 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배달플랫폼에 등록된 모든 외식업체가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향후 5년간의 비전을 발표한 '서울비전 2030'에도 '제로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를 포함해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내 자원순환 거점 역할을 하는 '서울형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조성, 다양한 소분·리필·재활용 제품을 판매하고 재활용품 회수 서비스 등을 통해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시민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 GS25 등 유통매장 3,063개소에서도 포장재를 회수하고 리필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며 “매년 100개소씩 서울 내 제로웨이스트 공간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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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서울형 제로웨이스트 체험 공간인 '제로숲'이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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