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짐볼, 지구로 재탄생...'지구 살리기'를 말한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0-03-12 19:36:40    조회 : 199회    댓글: 0

폐품 재활용해 만든 작품으로 제40회 국제현대미술대전 은상 수상한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조규희 수녀

버려진 짐볼, 지구로 재탄생… ‘지구 살리기’를 말한다

발행일2020-03-15 [제3186호, 17면]

쓰다 버린 짐볼(Gym Ball), 와인 병 코르크 마개, 페인트 가게에서 얻어온 육각형 원목 받침대….

이런 폐품들이 모여 과연 무엇이 만들어졌을까?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관구장 정응희 수녀) 소속 조규희 수녀는 위의 폐품들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 ‘지구 살리기’(Save the Earth)로 제40회 국제현대미술대전 은상을 수상했다.

조 수녀는 원래 바느질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규방 공예와 천연 염색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늘과 실을 잡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조 수녀의 손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한다.

감나무 잎으로 귀여운 구유를 만드는가 하면, 조가비로 부활 장식품을 만든다. 전지한 나뭇가지, 버려진 상자 하나도 모두 쓸 데가 있다.

손재주는 물론이고 아이디어가 넘쳐 나는 조 수녀는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지구 살리기’를 제작하게 됐다.

“짐볼은 훼손된 지구의 치유를 상징하고, 코르크 마개로 만든 195개의 사람 모양은 2015년 프랑스 파리기후변화협약 회원국 숫자를 의미하는 동시에 인류가 하나됨을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작품에 붙인 수천 개의 한지 조각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을 나타냈고, 양 손 모양은 하느님이 은총과 자애의 손길로 우리를 품어 주시고 치유해 주심을 상징합니다.”

조규희 수녀 작품 ‘지구 살리기’.
조 수녀는 여러 개의 별명을 갖고 있다. ‘바느질 하는 수녀’ 외에도 ‘재활용 하는 수녀’로 불린다.

2008년부터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건을 보급하는 등 환경을 위해 작은 것부터 몸소 실천해 왔다는 조 수녀는 2017년 천주교 생태영성학교 32기를 수료하고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으면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지구 살리기’는 제작 기간이 5개월도 넘게 걸린 작품이다.

작품의 토대가 된 지구 위성 사진을 고르는 것부터 배색작업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때로는 울 뻔한 적도 있었고, 작업하면서 손이 부르트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고 해결책이 생겨나는 것을 느끼면서 ‘하느님이 지구 살리기를 원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여러 번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에서 연달아 수상하면서도 인터뷰를 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극구 고사했던 조 수녀는 이번 작품은 보다 많은 이들이 보고 작품의 메시지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만큼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나면서 울컥했어요. ‘하느님께서 역사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저를 칭찬해 달라는 게 아니고 지구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야 지구가 살 수 있거든요.”

제40회 국제현대미술대전 수상작 전시는 3월 24~27일 서울 연건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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