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편 감수하기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8-05-31 11:48:25    조회 : 255회    댓글: 0

 

 

[기자의 시각] 작은 불편 감수하기

조선일보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입력 2018.05.30 03:13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차가운 음료인데 괜찮으시겠어요?"

29일 한 대형 커피 전문점 매장에서 기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머그컵에 담아달라"고 주문하자 점원은 이렇게 물었다. "매장에서 마실 때는 다회용(多回用) 컵을 사용하는 게 원칙 아니냐"고 반문하자 "그건 그렇지만 불편해하는 고객이 많아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330㎡(약 100평) 규모 매장 내 손님 30여 명 거의 모두가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 24일 환경부가 커피 전문점 대표들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협약을 맺으면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은 불법"이라고 환기시켰지만 풍경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달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여러 정부 대책이 발표됐다.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투명한 물병만 허가하고, 커피 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강력 규제하고, 마트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그런데 이 대책을 환영하는 목소리 못지않게 우려와 반발도 나왔다. "다회용 컵이 없는 카페는 어떻게 하느냐"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 식품은 어디에 담느냐"…. 재래시장의 작은 점포에서 쓰는 속 비닐은 규제 대상이 아닌데, 이런 사정을 몰라서 나온 혼선과 불만도 일부 있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모든 식당과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과 접시,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2년 전 통과시켰다. 당시 일회용품 제작 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다른 유럽 국가 일부도 "이런 규제가 EU 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침해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일관되게 정책을 밀어붙였다. 일상의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을 지키겠다는 프랑스 국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 시각) 한발 더 나아갔다. 오는 2021년부터 면봉, 빨대, 식기, 커피 젓는 막대 등 10가지 제품의 플라스틱 제조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업계는 "자율 규제에 맡겨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해마다 유럽에서 나오는 258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EU 집행위원회 발표에 많은 유럽 시민이 호응하는 분위기다.

우리 대다수는 큰 틀의 변화에 동의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불편을 겪으면 불만스러워한다. 그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 현실은 엄중하다.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2016년 기준)이며, 각종 일회용품 사용량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정부 규제가 만능은 아니다. 의식적으로 편한 걸 포기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시민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게 환경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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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9/20180529037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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