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욕하지 마라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8-04-17 13:54:02    조회 : 114회    댓글: 0

 

[배연국칼럼] 쓰레기를 욕하지 마라

매일 길바닥에서 수표 줍는 남자 / 얼굴 성형보다 마음 성형 더 중시 / 중국발 쓰레기 대란도 下心 잊고 / 교만한 자세로 세상을 대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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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2 23:42:04      수정 : 2018-04-13 00:01:25

 

매일 쓰레기로 1억원을 버는 남자! 그에게 쓰레기는 보물이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담배꽁초나 휴지조각을 10만원짜리 수표로 여기는 사람이니까. ‘쓰레기를기부하는사람들’ 모임의 대표 김능기씨의 얘기다.

황당 스토리를 듣고 싶어 ‘쓰레기 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만요! 지금 길에서 보물을 줍고 있거든요.” 비가 뿌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그날도 서울 대학로에서 회원들과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쓰레기로 어떻게 기부를 하냐는 질문에 그가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혹시 ‘쓰레기 무단 투기 과태료 10만원’이란 경고문을 본 적이 있나요? 저는 그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구나. 내가 줍는 쓰레기 하나가 10만원의 가치가 있구나. 담배꽁초를 주우면 누군가 내야 할 과태료를 대신 물어주는 것이고,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는 거로구나. 그런 뜻에서 쓰레기 기부라고 부르게 된 거죠.”

김 대표가 쓰레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그의 건축설계 사업이 휘청거리던 무렵이었다. 길을 걷다가 행인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하필 꽁초가 떨어진 곳은 꽃잎이었다. ‘꽃이 참 뜨겁겠구나!’ 얼른 그것을 주웠더니 마음이 깨끗이 맑아지는 것이었다. 그 후 틈만 나면 쓰레기를 주우러 다녔다. 새벽에 아내 몰래 일어나 줍는 일도 많았다. 초등학교와 대학에서 ‘나도 천억을 기부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강연도 했다. 그가 모임을 통해 주운 쓰레기는 줄잡아 300만개에 이른다. 3000억원어치를 기부한 셈이다. 쓰레기를 주운 학생들을 선발해서 장학금을 주고, 쓰레기와 음악을 접목해 지구힐링콘서트도 열었다.

그의 선행은 민들레 홀씨가 되어 세상에 퍼져나갔다. 미국, 일본, 호주 등 18개국에서 쓰레기 기부운동이 펼쳐지면서 참여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꽃잎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가 수만 송이의 민들레꽃으로 피어난 것이다. 사람과 차로 번잡한 서울 강남 한복판에도 홀씨가 날아들었다. 한 중년 신사가 그곳에서 쓰레기를 줍는 김 대표 부부의 모습을 우연히 지켜본 것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운영하는 안귀운 대표였다. 사연을 접한 그는 쓰레기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병원 의사와 직원들을 대동하고 쓰레기를 주우러 다녔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려면 허리를 굽혀야 해요. 낮은 자세를 취하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낮아집니다. 쓰레기조차 허투루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인간은 얼마나 귀하게 여길까요?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하심(下心)이 생기겠죠.” 쓰레기는 결국 자기를 위해서 줍는 것이라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나로 인해 세상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 기쁨과 힐링의 감정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저는 사람의 얼굴과 피부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얼굴 성형보다 마음의 성형이 더 중요하죠. 저는 의사들이 쓰레기를 주우면 그날 수술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더욱 존중하는 자세로 환자를 대할 테니까요. 실제로 쓰레기를 줍고부터는 직원들이 더 친절해지고 매출도 늘었어요.”

안 대표의 ‘하심 철학’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떡여졌다. 비단 개인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터이다. 얼마 전 발생한 중국발 쓰레기 대란도 따지고 보면 쓰레기를 하찮게 여기는 인간의 교만에서 출발한다.

쓰레기는 인간에게 평생을 헌신하다 길바닥에 버려지고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자신을 굽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종국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쓰레기의 하심’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폄하하는 우리들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욕하지 마라. 하심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쓰레기를 논할 자격이 없느니.

쓰레기를 황금으로 바꾸는 미다스의 연금술이 있다. 바로 하심의 눈이다. 쓰레기의 눈으로 보면 쓰레기만 보이고, 보물의 눈으로 보면 10만원짜리 수표가 길바닥에 굴러다니리라. 세상에는 딱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과 보물을 줍는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인가?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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