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 30주년 기념 미사와 세미나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본부)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0일, 우리농본부는 서울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축하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우리농운동의 의미와 앞으로 방향을 모색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 본부장 사제단과 각 교구 가톨릭 농민 회원, 두 단체의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이 이 자리를 채웠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1994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여 우리 농민과 농토 및 농업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그해 6월 공식 시작됐다. 우리농본부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천주교본부’ 창립에 이어 같은 해 10월 창립돼, 지난 30년간 도시와 농촌의 ‘살림’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해 왔다.
농업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 원천
유기순환 원리는 인류의 안정적 삶을 위한 희망 대안
기념 미사에 앞서 열린 기념 세미나에서 유영훈 감사(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와 이승현 신부(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장)가 '기후위기 시대, 우리농의 의미와 역할',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과제와 방향'을 발제했다.
유영훈 감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관점과 태도부터 바로 세우자며,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기후위기를 신앙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매우 중요하다. 기후위기의 다른 말이 ‘기후 정의’인 만큼 더 가난한 이들의 기후위기를 바라보고, 통합생태론으로 성찰하자”고 말했다.
그는 ‘찬미받으소서’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자각, 그것을 기꺼이 우리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통합생태론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통합생태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삶을 구성하는 모든 사물이 상호 관계성을 갖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는 인간중심주의로부터 중대하고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유 감사는 “농(업)은 우리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마르지 않는 생명의 원천이며, 농적 세계에 담긴 우주 삼라만상의 상호협동적 원리, 유기순환의 원리는 인류의 안정적 삶을 위한 희망의 대안”이라며, “농업을 근본으로 여기는 농본주의가 세상을 살릴 새로운 눈동자, 오래된 미래, 우리 삶을 비춰 보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연대 협력을 통한 공동 협력망을 구축해야 하며, 생활 양식과 사회 구조를 동시에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본질은 생활공동체운동이며, 우리 삶의 현장에 생활공동체를 건설하는 것, 관습과 제도,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일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의 30년은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발전, 여러 시행착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타격과 정체기를 경험하며 성장했습니다. 그 시간은 본당(성당) 생활공동체 활동가들과 함께 한 30년이었고,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 공동체 운동의 다양한 활동과 사례를 만들어 온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부터 본부장을 맡아 온 이승현 신부는 서울대교구 우리농운동의 현재를 읽고 미래를 모색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우리농본부는 올해 30주년을 준비하면서 우리농운동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운영, 구성원들과의 다양한 논의와 경청의 장을 마련해 왔다.
이 신부는 1994년부터 농산물 직거래 나눔, 도농 교류, 교육 활동, 물류 사업을 중심으로 생산자 공동체(가톨릭농민회)보다 소비자 공동체가 절대적으로 많은 서울대교구 지역에서 의식 전환, 소비자 공동체 구축을 지향하고, 교회 내 운동이자 신앙실천운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 내 우리농운동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고, 여러 활동이 각 본당에서 일회에 머물고 있으며, 도농 교류나 가치 확산과 성장, 성찰보다는 물품 나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등의 한계를 고백했다.
무엇보다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의 정체와 고령화, 그에 따른 활동가로서의 자기정체성 약화가 큰 어려움이라며, “우리농운동의 큰 축을 이루는 핵심인 생활공동체 활동가 부족, 온전히 투신할 수 없는 교회 공동체 구조적, 인적 어려움 등은 해소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활동가들의 후속 세대가 양성되지 않는다면 우리농운동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신부는 서울대교구 우리농운동의 과제와 방향으로, “교회 내 우리농운동 구현을 위한 운동성 강화, 활동가 양성과 평신도 단체인 ‘우리농 생활공동체’의 독립적 활동 지원, 다양한 차원의 도농 교류 사례 확산, 우리농운동의 목표를 드러낼 수 있는 물품나눔 사업 확장”을 제시했다.
특히 생활공동체 활동과 양성과 함께 우리농운동의 핵심 요소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도농 교류와 관련해 그는 “도농 교류 활동 감소는 운동성과 생명농산물 나눔 활동을 약화, 감소시키는 요소였다”면서, “그러나 도농 교류 활동은 서울대교구 스스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각 교구와 연대가 필요하며, 교회 내 모든 연령층의 다양한 활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이 물품나눔 자체가 아니라 운동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활동가 스스로 물품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어야 한다면서, “이는 농민과 교류하지 않고는 체화하기 어렵고, 활동가들의 교육은 끊임없는 만남과 체험, 상호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과정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각 위원회와 사업국 운영을 비롯해, 우리농 생활공동체, 소농을 지원하는 생산자 지원 기금인 ‘가족농 사랑기금’, 가농소 입식 운동, 공공 급식 사업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내 본당 생활공동체는 30개 본당에서 주말과 상설 물품 나눔, 도시 본당과 농촌 공소 결연을 이어 가고 있다. 농촌학교, 농부학교, 녹색학교, 하늘땅물벗 강좌 등 교육 사업도 진행한다. 교육 사업은 평신도뿐 아니라 신학생과 사제를 대상으로도 이뤄진다.
도농 교류 사업으로는 도농한마당잔치, 농민 주일 기념 행사와 매월 각 생산자 공동체에 파종과 추수, 일손 돕기와 농촌 체험을 진행한다. 매년 우리농 쌀수매 운동에 참여하고, 4-11월 셋째 주일마다 명동 성당 일대에서 ‘명동보름장’을 연다.
기념 미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 안영배 신부와 서울대교구 우리농 역대 본부장 사제단 13명이 공동 집전했다.
“온전히 도심만으로 이루어진 서울대교구에서 우리 농촌살리기운동은 혼자 이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관심을 가져 주신 신부님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회원들, 실무자들이, 서울대교구의 요청을 귀담아 들어 주는 생산지 형제 교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교회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함께 힘을 쏟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승현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농운동은 우리 신앙의 가장 중요한 성체 성사를 삶에서 실현시키는 노력이었고, 예수님의 식탁을 우리의 식탁으로 연결시켜 삶을 성화시키기 위한 신앙 실천이며, 도시와 농촌이 한 형제임을 잊지 않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기도 했다”고 의미를 다시 짚었다.
그는 이날 복음(루카 11,5-13) 말씀을 들어, 우리농운동은 늦은 시간 빵을 구하는 이의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의 마음, 상대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랑 표현이라며, “우리농운동을 하며 30년간 도시와 농촌에서 봐 왔던 그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농운동은 지구와 피조물 형제, 자매의 아픔과 슬픔을 우리 그리스도인의 아픔과 슬픔으로 이해하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찬미받으소서' 운동”이라며, “우리는 그 사랑 덕분에 구원받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도록 초대받았다.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기에 여러 가지 걸림돌, 유혹이 있지만 도움을 주겠다 약속하신 성령의 인도가 있을 것”이라 말하고, 지혜와 믿음을 청하며 나아가자고 했다.
미사 뒤에는 모든 참석자와 축하와 감사 인사를 나누는 밥상이 마련됐다.
광주대교구 노안분회 김경호 회원은 “우리농운동은 우리 농민들 입장에서도 아주 소중하고 꼭 필요한 운동”이라며, 그는 30년 전 젊고 팔팔했던 농민들이 이제 60-70대가 됐고, 생활공동체 활동가들도 함께 늙어 가고 있다면서, “새로운 회원과 일꾼, 농민 운동을 하는 이들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교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우리농운동이 이 30주년을 기회로 더욱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과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한편, 11월 3일에는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가 주최하는 ‘2024년 가을걷이 감사 미사와 도농한마당잔치’가 명동대성당 앞에서 열린다. 한마당잔치는 전국 각 교구 우리농본부와 가톨릭농민회, 본당 공동체가 참여하고, 오전 9시 30분부터 문화, 전시, 체험, 판매, 먹거리 마당으로 진행한다. 12시에는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감사 미사를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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