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곳곳 강의 개설, 기후변화 위험성 등 살피고 그리스도인 사명 되새겨 자원 재활용과 쓰레기 절감 등 친환경 캠페인 확산 힘써
자연을 지배 대상으로 여긴 인간의 탐욕으로 파괴된 지구. 그로 인해 발생한 기후위기는 인간의 삶을 똑같이 파괴해 나갔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했다. 교황은 지구가 누구의 소유가 아닌 ‘공동의 집’임을 밝히며 피조물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데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고자 2020년 시작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그 반환점을 돈 2024년, 한국교회의 「찬미받으소서」 실천 노력을 살펴본다.
3월 6일 열린 수원교구 생태영성학교에서 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양기석 신부가 강의를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찬미받으소서」 배우기
교회 최초의 생태회칙이 반포되자 교구와 본당 곳곳에서 「찬미받으소서」를 공부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대면 강의가 주춤했지만 곧 일상을 회복한 신자들은 「찬미받으소서」 강독 모임, 생태 피정, 생태영성학교 등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3월 한달간 4회에 걸쳐 생태영성학교를 운영했다. 「찬미받으소서」 후속 문헌으로 발표된 「하느님을 찬미하여라」의 각 항에 담긴 의미를 배우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문제, 기후 정의, 그리스도인의 사명 등을 함께 공부했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오충윤 야고보, 담당 김태정 베드로 신부)도 3월 4일부터 5월 27일까지 ‘2024년 제6기 틀낭학교(생태영성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회 위원장 김태정(베드로) 신부의 ‘「찬미받으소서」 핵심내용 요약 및 전달’ 강의를 시작으로 제주의 환경 문제, 기후변화의 위험성 등을 강의를 통해 공유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올해 처음 찾아가는 생태영성학교를 열었다. 보다 많은 신자들이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구파발성당과 명일동성당에서 생태영성학교를 진행한다. 4월 2일부터 5월 7일까지 구파발성당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생태영성학교에서는 통합생태론, 창조의 복음, 생태교육과 영성 등을 강의한다. 같은 기간 동안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화요일 오후 2시에 같은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이재돈 신부는 “예전에는 지구환경이 변하지 않으니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새롭게 맞닥뜨린 위기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다"며 “변한 시대에 따라 신앙이 강조하는 내용이 바뀐 만큼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찬미받으소서」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찬미받으소서」 실천하기
회칙 공부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일상 속 실천이다. 주임 신부의 열정적인 환경 강의를 듣고 12개의 하늘땅물벗이 만들어진 인천 영종본당(주임 정성일 요한 세례자 신부)은 쓰레기 줍기, 삼베 수세미 만들기, 망가진 우산 천으로 앞치마 만들기 등 다채로운 환경보호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신사동본당이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에 신자들에게 나눠준 부활달걀 바구니. 사진 서울 신사동본당 제공서울 신사동본당(주임 오인섭 토마스 신부)도 환경사목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 사목에 관심이 있던 오인섭 신부는 2022년 2월 신사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뒤 환경친화적 본당 만들기에 힘썼다. 지난 2월 ‘찬미받으소서와 함께하는 생태영성’을 주제로 사순 특강을 진행한 뒤, 그리스도인이 생태적 회심을 해야 하는 이유를 신자들과 공유했다.
이후 성당에 설치한 카페 로사리오를 친환경 공간으로 꾸며 일회용컵을 쓰지 않고, 원두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 재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필요한 신자들에게 나눔을 진행했다. 올해는 특별한 부활 선물도 제작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뜨개질 바구니로 달걀을 포장한 것이다. 또한 달걀에 멸종 위기 동물의 그림을 그려 넣어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하며 부활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본당 생태환경분과에서는 매월 친환경 캠페인을 추진, 신자들이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오인섭 신부는 “환경 사목을 통해 남녀노소 함께 참여하는 협업 사례들을 발굴해 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교황님의 뜻에 따라 생태적 회개를 통해서 자연과 친교를 이루고 이를 통해서 하느님 안에서 새로워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본당 안에서 진정성 있는 친환경 활동들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 신사동성당 카페 로사리오에 비치된 컵. 사진 서울 신사동본당 제공<원본>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40401500004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