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ese (절제, 훈련)
askese라는 단어는 훈련, 실습, 연습, 숙련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욕망을 자제하려는 작업이나 육체적인 단련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askese를 실행하는 사람들은 주로 운동선수들이었기 때문에 askese는 자주 육체적인 훈련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철학이나 종교에서는 인간 정신과 의지의 훈련이라는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의미까지도 포함해서 이해하였습니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이 용기와 정의를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온갖 무절제로부터 도피해야 하며, 생각과 욕망을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askese는 절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런 개념이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되는데, askese는 하느님을 만나고 일치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덕행을 훈련하는 것이나 참회하고 절제하는 훈련 등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욕심을 덜어냄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을수 있게 해 줍니다.
askese는 세상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엄격하고 철저한 고행, 세상과 사람을 악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 철학의 이원론적인 시각에 의한 한계였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회개의 목표가 하느님과의 일치, 만남에 있습니다. 이는 일치를 위한 마음의 정화와 고요하게 만드는 훈련, 온전한 포기와 위탁, 꿰뚫어 알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를 있는 그대로 신앙의 어두움 안에서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전례 안에서는 하느님과의 일치를 준비하기 위해서 영성체 전에 공복재와 공심재를 지키는 것, 단식, 양심성찰 등이 있는데, 그 의례 자체보다는 의례적 체험을 통해 하느님과의 일치를 맛본다는 내면적 의미가 더 중시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회개하고 절제하고 자기를 포기하는 이유는 그리스도를 만나고 일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참된 자유와 가치를 얻기 위해 투신하는 것이지 세상의 가치를 경시하거나 도피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각 시대와 상황이 요청하는 긴급한 일들을 참된 가치를 이루기 위하여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것도 넓은 의미의 askese를 수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skese는 자기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것,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위해서일하는 것,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askese는 소비적인 사회에서 지구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책임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실천을 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글 김경환 대건안드레아 보좌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