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힘들어 누가 봉사하겠습니까?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9-01-26 17:40:32    조회 : 213회    댓글: 0
수원교구 환경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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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주보 2019년 1월 20일자 4면

그러면 힘들어 누가 봉사하겠습니까?


   많은 본당에서 교중 미사 후에 봉사자들이 신자들에게 따뜻한 커피나 음료를 제공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합니다. 종이는 목재에서 얻습니다. 종이 사용량이 늘어나면 그만큼의 나무가 없어짐을 의미합니다. 지구생태계를 위한 나무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미세먼지를 개선하기도 합니다. 나무가 없어진다는 것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조절이 어려워짐을 의미합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하루 평균 1인당 2개의 종이컵을 사용합니다. 이것을 이산화탄소 배출 량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6.86g를, 1년이면 2.5Kg를 배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 사람이 1년 동안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게 되는데, 이것은 한 사람이 1년에 30년생 소나무 0.5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합니다.

   이 문제로 저는 본당을 옮길 때마다 소수의 신자와 갈등을 겪곤 합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가는 곳마다 일회용 종이컵 대신, 본당에 비치된 스테인리스컵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러면 힘들어 누가 봉사하겠습니까?”라고 불평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너무나 쉽게 쓰고 버리는 것에 익숙해 있어서 생기는 현상들입니다.

 

  인간들의 악행에 대한 하느님의 진노가 홍수로 드러난 종말의 때에도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찼습니다(창세 6장 참조). 이러한 때에 주님께 필요한 이는 한 사람의 의인이었습니다(찬미받으소서. 71). 노아만이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방주를 만듭니다. 재화와 권력, 탐욕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 노아 덕분에 구원받은 것은 그의 가족만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뭇 생명 암수 한 쌍씩 그 방주에 올랐습니다.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의 삶 안에 이루어지리라 믿은 노아 덕분에, 세상에 생명이 존속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선택했던 소비중심의 삶이 우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위태로운 삶에서 벗어나려고 용기를 내는 이들은 의외로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과 다른 삶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한 사람의 의인으로 인정받은 ‘노아’와도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통해 세상을 구하실 것입니다.

 

글.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교구 환경위원장·지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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