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도와야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9-10 08:58:55    조회 : 310회    댓글: 0

 

[기고]자살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도와야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경희의대 교수

입력 : 2017.09.07 20:53:00 수정 : 2017.09.08 10:42:11
 

[기고]자살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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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남성이 응급실로 왔다. 새벽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목을 매다 행인의 신고로 119를 통해 구조되었다. 다음달 고시원비를 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다리를 다쳐 일을 못하면서 통장 잔고는 비어있었고 돌볼 가족이 없었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사례관리자들, 의료사회복지사들과 지원 방안을 알아보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살 시도는 긴급복지 의료비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어있다. 다행히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수소문 끝에 ‘바보의 나눔’ 재단에서 생계지원을 받았다. 집희망주거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임대주택을 확보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죽음뿐이라 믿었던 분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 있었다.


우리나라 자살은 OECD 국가 중 1위, 1년에 1만3513명의 생명의 문제이다. 1년 사망자 20명 중의 한명꼴로 사망원인이 자살인 나라이다. 자살시도는 대개 사망자의 20~40배 발생한다. 이분들의 사연은 눈물겹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사람도 아니다. 상당수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도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낮은 우울증 치료율도 한몫한다. 우울증에 지배된 뇌는 모든 것을 어둡게 본다. 이 상황을 벗어날 길은 자살밖에 없다는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게 한다. 이제 전 사회적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 번째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자살자의 93%는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주변에서는 81%가 이를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분들의 책임이 아니다. 무엇이 자살의 경고신호라고 우리 사회가 알려준 바 없다. 특히 사회복지사, 경찰, 공무원, 의료인 등 자살고위험군을 발견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 이 교육을 반드시 수료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듣고말하기 표준자살예방교육’은 5년간 35만명이 수료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자살예방교육을 학교, 직장, 지역사회에서 활성화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로 자살위험에 몰린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자살은 위기상황에 대한 의료, 복지, 사회, 법적 서비스 안전망의 부재 그리고 연결 실패에서 발생한다. 위기 지원의 확대와 함께 고위험군을 찾아 서비스와 연결시킬 전문가가 필요하다. 응급실에서 시도자를 지원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가 전국에 42개 있지만 아직 시범사업이다. 일본에선 작년부터 의료보험에서 급여화하여 전국 병원에서 연결과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셋째로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한달간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산모와 아이의 안타까운 소식이 매주 보도되었다. 유독 20대에만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을 넘어선다. 그런데 저출산대책에는 수십조원이 투여되지만 산후우울증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산후우울증 특별법을 만들고 방문을 통한 조기 발견과 지원서비스를 구축했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자살률이 30% 감소하였다. 83명의 국회의원 모임이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명시한 법적 기반을 만들고 자살예방종합대책본부를 내각부에 두어 전 부처가 참여하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더디지만 변화는 시작되었다. 2011년 자살예방법이 제정되고 처음으로 자살이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이 처음으로 포함되었고 자살예방과도 신설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자살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이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는 철학의 변화가 선행되고 전 부처와 민관을 함께 움직일 컨트롤타워가 설치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은 법개정이며 국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전체 사망 원인 중 5%인 자살 문제에 5%만이라도 국회와 정부, 그리고 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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