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품에서 느끼는 생명의 숨결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5-11-23 13:48:05    조회 : 392회    댓글: 0

 

[문종원 신부의 생태영성] <14>

대자연의 품에서 느끼는 생명의 숨결
 
2015. 11. 15발행 [13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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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품에서 느끼는 생명의 숨결


초기 아동기의 발달과 자연

인간 세상보다 더 큰 자연은 생태 혼 중심적인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거대한 배경이 된다. 계속 유지되는 자연 환경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받아들인다. 부모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을 넘어서는 자연(나비, 시냇물, 비버)은 아이의 온전한 발달을 위해 상호 작용을 하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자연 안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할 때 갓난아이는 자신의 더 큰 어머니, 곧 생명을 불어넣는 세계가 항상 그곳에 있다는 것을 배운다.

 

아동의 물활론적 세계

아이는 자연 세계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끼고 그것들을 친밀하게 받아들인다. 아이는 각각의 사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생태 중심적인 사회에서 세상에 대한 아이의 본능적이고 물활론적 반응은 남은 생애 동안 나무, 꽃, 동물, 산, 강, 그리고 별과 관계를 맺는 기초가 된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노는 놀잇감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발견하는 돌, 모래, 가방과 같은 무생물도 인간과 같이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세계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세계를 발달 심리학자 피아제(Piaget, 1932)는 ‘물활론(animism)’이라고 하였다. 즉,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에서는 돌도 우리처럼 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러한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고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상상의 세계이며 판타지의 세계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며 이 거칠고 험한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시적인 문구가 튀어나오며 인형과 대화를 나누는 초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은 지능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창의성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물활론적 사고는 5, 6세쯤 되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물체로만 축약되는데 태양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6세 이후부터는 움직이는 모든 것은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동차가 그 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지적 능력이 더 발달하여 자동차가 살아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초기 아동기의 자연 안에서의 신비로운 경험

심층 심리학자 돌로레스 라샤펠(Dolores LaChapelle)은 아이가 세상에 대한 기초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을 마주해야 하고”, 부모, 문화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 또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갓난아이가 어머니의 팔에 조용히 안겨 있는 동안에도 아이의 자아 발달은 햇빛과 비, 신선한 공기, 새들의 노래와 비행, 진흙과 나무껍질의 느낌, 바람과 물의 움직임, 동물과 사람의 목소리를 경험하는 것으로 기반을 다져야 한다. 생태 혼 중심적인 부모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충실한 자세로 인간보다 더 큰 세계인 자연에 그들의 순수한 아이를 맡긴다.

로라 쿠퍼(Laura Cooper)는 자신의 아이가 18개월이 되었을 때의 경험을 회고하며 이야기한다. “나는 아이가 자연 세계와 깊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보살펴주었다. 아이가 물건을 만지기를 원하면 위험이 없는 한 허락했다. 아이는 진흙, 썩은 잎, 젖은 풀이 주는 재미에 빠졌다. 어제 우리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오후에 달려 나갔고, 아이는 웅덩이에서 물을 튀기며 신나게 시간을 보냈다. 옷이 완전히 더러워졌다. 나는 아이가 세상에서 감각을 통해 참으로 기쁨에 찬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나는 아이가 세상 안에서 자신의 장소를 알기를, 자신이 ‘자연의 가족’에 속해 있음을 느끼기를 원한다. 나는 아이가 벌레와 거미가 얼마나 귀중하고 매혹적인지 느끼기를 원한다. 죽은 도마뱀이나 썩은 통나무가 얼마나 매혹적이고 필요한 것인지를 느끼기를 원한다.”

라샤펠은 아이들이 자연 안에서 자유롭게 놀 때 맛보는 환희의 순간은 초기 아동기에 매우 흔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만남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전체의 일부라는 것과 자연 전체가 자신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언제라도 자연 안으로 다가갈 수 있다.” 라샤펠은 우리에게 자신이 다섯 살이던 아동기 때의 한 예를 소개한다. “집 바로 뒤에 풀밭으로 된 자그마한 뜰이 하나 있었다. 나는 내 위에 있는 미루나무의 살랑거리는 잎과 구름을 보려고 등을 대고 눕는다. 그러면 나는 내 얼굴 바로 위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풀잎의 손짓을 느끼게 된다. 나는 깊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나는 부드럽게 파동 치는 풀잎을 따라 춤을 추며, 내 주위에 있는 다른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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