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주성범(그리스도를 본받아) (2012.12.02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51:36    조회 : 845회    댓글: 0
「준주성범(그리스도를 본받아)」
(토마스 아 켐피스, 윤을수 역, 가톨릭출판사, 2011)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준주성범(遵主聖範)이라는 책은 15세기 독일 수도자 토마스 아 켐피스에 의해 쓰여져 약 6세기에 걸쳐 그리스도교 신자, 비신자들에게 널리 읽혀온 그리스도교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영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빈데스하임 수도원 소속의 수도자였습니다. 영성사적으로 분류한다면 ‘공동생활의 형제들’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신심’운동의 맥락에 속한 신심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신심’운동은 높은 영적 사색들과 신학적 체계들 보다는 각 개인의 내면세계로 돌아가 그리스도의 길을 걸어가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준주성범 또한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로서 가톨릭 신앙이나 교의의 완전한 설명이라고 하기보다는 신자, 특히 수도자의 내적생활을 심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묵상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각각의 영성적 주제들에 대하여 짤막한 묵상과 내적규범들을 제시해 주고 있는 이 책은 크게 4권의 주제로 나뉘어 있습니다. <1. 정신생활에 대한 유익한 훈계 2. 내적생활로 인도하는 훈계 3. 내적위로에 대하여 4. 존엄한 성체성사에 대하여>
아주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지혜의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섬겨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특별히 내적생활의 수련적인 의미에서 주님의 십자가에 대한 묵상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십자가 상의 주님을 빼 놓고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도 평화의 안식도 하나의 꿈과 같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예수님의 하늘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으나, 그분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적다. 그분으로부터 위로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많으나, 곤경을 원하는 사람은 적다. 그분과 함께 식사한 사람은 많으나, 절제를 한 사람은 적다. 모두가 그리스도와 함께 기쁨을 누리려 하나, 그를 위해 어떤 것을 참고 견디어 내려 하는 사람은 적다. 많은 사람들이 빵을 나누는 데까지는 예수님을 따르지만, 고난의 잔을 마시는 데까지 따르는 사람은 적다(참조: 마태 20,22).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기적에 경탄을 보내지만, 십자가의 치욕을 따르는 사람은 적다.”
 
또한 저자는 영들의 식별에 대해서도 반복하여 소개하는데, ‘본성’과 ‘은총’의 활동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해 줍니다. 여기서의 본성이란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본성이 아니라, ‘타락한 본성’, 죄로 기울어지기 쉬운 인간의 경향, ‘육정이 빚어내는 일들’에 대한 지적이고, ‘은총’은 성령의 열매로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삶을 의미합니다. 영성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 두 가지의 활동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어떠한 것을 선택하고 실행할지에 대한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본성은 감각들이 즐거워하는 외적 위로를 좋아한다. 그러나 은총은 하느님 안에서만 위로를 찾고 눈에 보이는 모근 것을 넘어서 있는 최상의 선에 기쁨을 둔다. 본성은 자신의 이익과 장점만을 위해 활동하고 자신에게 유익을 가져오지 않는 것은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본성은 어떤 선한 일을 하면 즉시 칭송과 친절 또는 보상이 따르기를 바란다. 또한 자신이 해 놓은 일들과 소질들이 최대한 높이 평가되기를 강구한다. 그러나 은총은 일시적인 것을 결코 추구하지 않고, 하느님 이외의 다른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
 
영성생활을 함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막연하게만 생각되신다면 이 ‘준주성범’의 짤막한 장들을 하나의 지침서와 같이 묵상하면서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시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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