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성 (2012.11.25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51:03    조회 : 962회    댓글: 0
「영혼의 성」
(예수의 성 데레사, 최민순 역, 성바오로출판사, 1994)
 
“얼마 전 어느 대학자가 내게 하시는 말씀이, 기도하지 않는 영혼은 마치 손과 발이 말을 안 듣는 중풍환자 아니면 병신과 같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렇습니다. 어떤 영혼들은 어찌나 병이 깊고 바깥 일에만 정신이 쏠려버렸던지 자기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을뿐더러 그럴 수 있는 싹수마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본문 中)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책은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영혼의 성’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하게 독서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영혼의 길을 걷는 이들이 자신의 기도와 함께 병행하여 읽어야 하는 영성 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녀의 저서들은 깊은 영적 체험과 영신적 수련을 통하여 하느님과의 합일에 이르는 과정을 조직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어 가톨릭교회 영성의 큰 기둥으로서 신비신학의 기초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어느 신학자는, " '영혼의 성' 은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가 쓴 모든 책들 중에 가장 조직적이고, 가장 완전하고, 가장 영성적이고, 가장 신비스런 책이다. 이 책에서 성녀는 영성생활의 완전한 과정에 대한 조직적인 분석을 제공해 주고 있다." 고 평하기도 합니다. 완전한 신비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과의 내밀한 친교에 대해서 말로써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고, 한다고 해도 이성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성녀의 저서는 완전한 신비에 이르는 이 과정을 탁월한 비유와 이성적인 균형을 놓치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관상기도’의 실재에 신학적인 기초를 제공해 주는 가톨릭교회의 보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성녀와 이 책에 대해서 설명할 점은 무수히 많지만 이 소개글에서는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인 ‘영혼의 성’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본문의 내용 한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끝까지 겸손과 사랑의 자세를 놓지 말라는 성녀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이르는 영혼의 일곱 궁방을 따라가는 기도의 삶이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그럼, 이제 궁실이 많다는 그 궁성으로 되돌아갑시다. 여러분은 이 궁실들이 마치 한 줄로 늘어서 있듯이 하나씩 하나씩 나란히 있는 줄로 알아서는 안 됩니다. 눈을 들어 맨 한가운데 임금님이 계시는 그 궁실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그것은 팔미토와 같다고 생각하십시오.(팔미토란 종려과에 속한 식물로서 스페인의 남부, 특히 안달루시아 지방에 흔하다. 그 속살은 매우 맛이 있다.) 팔미토의 가장 맛있는 속을 껍데기가 겹겹으로 덮고 있는 것처럼, 여기 이 궁실 둘레도 여러 궁방들이 위 아래로, 옆으로 싸고 있는 것입니다. 영혼에 관한 일이라면 항상 깊이와 넓이와 크기를 가지고 생각해야 됩니다. 영혼은 우리가 아무리 높이 평가하더라도 평가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과장이 있을 리 없습니다. 아무튼 그러한 영혼의 구석구석을 궁성 안에 계시는 해님이 두루 비추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단히 중요한 일은 많든 적든 기도를 하는 어느 영혼을 한쪽에 가둬두거나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위든, 아래든, 옆이든, 영혼이 제 마음대로 이 궁실들을 드나들게 버려두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어마어마하게 높여주신 영혼을 오랫동안 한 궁방에만 가둬둔다는 것은 안 될 일입니다. ... 세상에 사는 동안 겸손만큼 필요한 것이 또 없으니, 혹시 여러분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절대로 이 점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제1궁방-2,8)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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