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인간 야곱 (2012.10.28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47:31    조회 : 771회    댓글: 0
「집념의 인간 야곱」
(송봉모, 바오로딸, 2010)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은 창세기의 성조들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야곱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책입니다. 자신의 강한 의지로 살아갔던 야곱을 하느님께서 어떻게 변화시키셨는지를 묵상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성서 속에 숨어 있는 상황과 배경들, 그리고 심리적인 통찰들이 함께 곁들여져 야곱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책의 소개는 저자의 서문에 너무 잘 나와 있기 때문에 서문을 인용합니다.
 
「인간의 욕망이 바로 그의 운명이다. 왜냐하면 그의 욕망이 다름 아닌 그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의 의지는 곧 그의 행위이고, 그의 행위는 그가 받게 될 결과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인간은 그가 집착하는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우파니샤드에 “인간의 욕망이 바로 그의 운명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야곱의 경우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야곱은 자기 욕망대로, 자기 의지대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간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그의 강한 집념이, 나쁘게 말하면 세속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그의 생을 조각하였다.
흔히 족장들의 삶을 한마디로 정리할 때 야곱의 할아버지인 아브라함은 순종의 사람으로, 아버지 이사악은 겸손의 사람으로, 야곱은 집념의 사람으로, 그리고 아들 요셉은 순결과 지혜의 사람으로 정의한다. 야곱의 생이 끈질긴 집념으로 점철된 생이었다는 것은 그의 모든 삶에서 드러난다. 장자 상속권에 대한 집념,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한 집념,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내기 위한 집념.. 이 집념 때문에 야곱은 어느 면에서 우리가 기피하고 싶은 반 영웅적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모습을 좋게 보면 입지적 인물로 보이지만, 나쁘게 보면 순리를 거스르는 무질서한 집착과 불의의 인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작위적으로 남을 속이고 치사한 방법으로 축복을 받아내고, 교묘한 방법으로 장인과 계약을 맺어 재산을 증식시키고, 귀향길에 형 에사오를 대면할 시간이 되자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야뽁강에서 특별한 영적 체험으로 통해 이스라엘로 거듭나고 나서도 여전히 하느님보다는 자신을 의지한다.
그런데 우리 또한 필요에 따라 머리를 굴리고 꾀를 부리며, 하느님을 의지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을 더 의지하고 있듯이, 그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아브라함이나 요셉이 우리가 따라가기에는 너무도 높은 덕을 지닌 족장들이라면, 야곱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가장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족장이다. 성서 인물 중 누구보다도 인간적으로 우리와 통하는 야곱은 어느 족장보다도 우리에게 변화에 대한 희망을 제공해 준다. 우리는 야곱이 인간적 허물과 한계를 지녔음에도 하느님 은총으로 끊임없이 변화 성숙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야곱처럼 변화 성숙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야곱의 생은 그가 아무리 강한 의지로 살았다 하더라도 그 혼자만의 생은 아니었다. 야곱의 생은 하느님이 함께한 생이다. 하느님은 야곱의 현세적 집념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다시 말해 일방적으로 야곱을 이끌어 가지 않으면서 그의 집념 안에서 서서히 그 무엇인가를 조각하신 분이다. 그런데 야곱의 생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생이다. 우리 또한 인간적 의지와 현세적 집념을 갖고서 하느님과 씨름하는 가운데 그분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세례를 통해서 한 번에 완성된 신자가 되기보다 옛 사람의 길과 새사람의 길을 왔다 갔다 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완성되어 간다. 그 이유는 하느님이 우리를 당신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당신 방식대로 이끌어 가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야곱에게 그랬듯이 우리의 현세적 집념 안에서 그것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갖고 당신의 거룩한 뜻을 서서히 드러내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야곱의 이야기를 우리 각자 영혼의 거울로 대하면서 읽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자 서문中-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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