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2012.09.16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41:07    조회 : 964회    댓글: 0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앨버트 놀런, 정한교 역, 분도출판사, 2010.)
 
같은 글을 읽더라도 저마다 이해하는 방식과 관심을 갖는 대목들이 다릅니다. 각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배경과 지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머릿속에 펼쳐가게 되지요. 특히 그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은 자신의 삶 안에서 경험했거나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이미지를 투영하여 그 인물을 그려내곤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님에 대해서 어떻게 그리고 계십니까? 아마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의 특별한 능력과 기적들을 더 관심있게 바라보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탁월한 가르침과 화법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차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성경에 그려진 예수님을 대하는 기본적인 관점은 대체로 우리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예수,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로서 이 땅에 오시고 활동하셨던 모습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성경은 신앙을 바탕으로 읽고 그 바탕 안에서 신앙의 대상이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시대에 예수님을 직접 목격하고 만났던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그저 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과 같은 예수님의 본성을 생각하기에 앞서서 인간 예수를 만났고 그 만남을 통해서 예수라는 분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먼저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분명 예수라는 분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만났던 예수라는 사람은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와 조금 다른 관점을 갖고 있지 않을까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에 대한 좋은 이미지건 나쁜 이미지건 선입관을 가지고 복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천년 전에 사셨던 인간 예수 그 자체를 먼저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아주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해 드리는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라는 책은 종교 안에서의 ‘그리스도’ 이전에 역사상 함께 했던 한 인물에 다가 설 수 있게 ‘예수’를 조명해 줍니다. 우리가 그리스도교를 통해 받아들이고 있는 ‘그리스도 예수님’이라는 전제를 떠나서 예수라는 인물이 당시의 시대상 안에서 어떠한 의미를 전해 주었는지, 객관성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아무런 전제 없이 역사적 객관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어떠한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우선적으로 예수님이 ‘신성(神性)’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혹은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하는 온갖 표상을 제쳐 놓고, 있는 그대로의 예수를 그려내고자 시도한 책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 안에서 예수님께서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했던 가르침과 주장들, 그 시대의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들,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보여줬던 행동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나갑니다. 그럼으로써 알게 모르게 우리가 보편적인 신앙의 진리 안에서 재해석해서 받아들였던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행적들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이고 본질적인 의미를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맛있게 조리된 밥을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밥이 어떤 쌀로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수 자신의 말을 선입관 없이 당시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 할 때 우리 앞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은 비범한 독자성과 엄청난 용감성과 빼어난 진실성을 가진 한 인간, 이루 형언할 길 없는 형안을 지닌 한 인간이다.”-본문 中-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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