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빈 들에 당신의 영광이 (2012.09.09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40:41    조회 : 699회    댓글: 0
「이 빈 들에 당신의 영광이」
(성 김대건, 정진석 역, 바오로딸. 1997.)
 
가난한 조선 땅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 소년은 집안과 부모로부터 천주를 배워 알았고 천주를 사랑하는 것이 인생의 큰 소명임을 깨달았습니다. 천주를 알기에 잡혀가고, 천주를 믿는 주위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던 그 때에 천주를 위하여 신학생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두 명의 친구들과 끝도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을 걸어 중국 마카오를 향해 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막연하기만한 희망의 끈을 잡고 걸어갔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해 보았던 드넓은 땅을 밟으며,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머나먼 이국땅에서 다만 천주를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중국어와 라틴어 프랑스어와 같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신학을 공부하며 더더욱 깊은 하느님의 뜻을 찾고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박해를 받던 그 때에 신학생이라는 신분은 그저 학문만을 탐구하고 편안하게 수련하는 신분은 못 되었습니다. 조선 교회의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고 성직자를 영입하기 위한 길을 알아보고 조선교회의 밀사들과 서로 만나 교회의 길을 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들을 수행했습니다. 그렇게 천주만을 사랑하던 소년은 이제 누구보다도 교회를 사랑하고, 조선교회에 대한 희망을 가득 품은 성직자로 자라나게 됩니다.
사제로 서품이 되어 그렇게 바라던 조선 땅을 향해 돌아옵니다. 그러나 금의환향이 아니라 몰래 숨어 다닐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어 단 하루도 안심할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고국 땅에서 첫 번째 사제가 되어 교우들을 만나고 성사를 베풀어 주며 그야말로 주님께서 명하신 소명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 년여 뒤에 붙잡혀 그는 더 이상 사목활동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옥 안에서 그간에 달려왔던 자신의 길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뜻을 묵상하였을 것입니다. 비록 오랫동안 사제로서 살지는 못하였지만 이 땅에 첫 사제로서 죽음을 통하여 하느님을 증거함이 이 한국교회에 얼마나 큰 씨앗이 되는지 모릅니다.
순교자 성월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막연하게 존경하던 신앙선조들의 모습을 다시금 그려보면서 조금 더 생생하게 그들의 길을 묵상해본다면 이 순교자 성월이 더욱 뜻 깊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책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신학생 시절부터 순교하시기까지 직접 쓰셨던 편지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막연하게 ‘대단하시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짐작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깊이 김대건 신부님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온갖 일이 막비주명(莫非主命)이오. 막비주상주벌(莫非主賞主罰)이라. 고로 이런 군난도 또한 천주의 허락하신 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爲主)하고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리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께서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개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옥중에서, 1846년 8월-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회유문 中)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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