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생 (2012.09.02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40:03    조회 : 774회    댓글: 0
「제3의 인생」
(이제민, 바오로딸, 2005.)
 
노자의 사상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말이 있지요. 바로 ‘상선약수(上善若水)’입니다. 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머무름은 땅을 이롭게 하고, 마음씀은 연못처럼 그윽히 하며, 사귐에는 어짊을 더하고, 말로는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한다. 바름으로 정치를 맑게 하고 일은 능히 풀리게 하며 움직임에는 때를 가린다. 다투지 않으니 고로 허물이 없느니라.”
물의 속성을 가만 떠올려 보면서 과연 우리 인간이 참으로 배워야 할 덕을 품고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물은 굳이 스스로 어떠한 모양을 갖추려 하지 않고 자신을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물은 어떻게든 자신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이 또한 자신이 스스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자신의 속성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지요. 그래서 노자가 말한 대로 다투지 않고, 거스르지도 않으며 땅을 이롭게 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고, 그러한 삶 안에서 자신의 힘과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자신이 ‘하는 것’이 삶을 잘 ‘사는 것’이라 여기게 됩니다. 물론 이것이 틀리다거나 의미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자유’를 가진 인간이 참으로 인간답게 살려면 당연히 이러한 삶의 ‘능동성’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보니 우리에게 ‘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 무엇인가를 자신이 꼭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정작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것까지도 능동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경향을 보이곤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제3의 인생’이라는 책의 저자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합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도 용서도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사랑하라, 용서하라, 화해하라, 봉사하라와 같은 명령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면 “‘하는’ 것은 자기가 ‘하기’를 원하는 것만큼 또 남에게 ‘하기’를 요구 ‘하기’에, 남이 ‘하지’ 않을 때 실망‘하게’ 되고 때로는 심각한 관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삶과 신앙에 있어서 우리는 조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수동적인 삶으로 옮아가는 것을 제3의 인생이라 개념 짓습니다. 제1의 인생은 능동적인 영성, 즉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나가는 삶이고, 제2의 인생은 능동의 영성이 지닌 한계를 체험하는 시기이며, 제3의 인생은 수동의 영성에 바탕을 둔 인생이라고 합니다. 제3의 인생을 살아갔던 성서 인물들(모세, 기드온, 바오로, 베드로, 마리아, 요셉)의 삶을 비춰주면서 자신이 꽉 쥐고 살았던 것들을 ‘놔둠’으로써 하느님만이 가능한 참 사랑과 용서, 화해가 나에게서 이루어지는 것을 체험하라고 권합니다. 하느님께 내어 맡김이 우리에게 얼마나 기쁨이 되는지 묵상할 수 있는 좋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놔둠’은 남이 하도록 ‘놔두는’데서 무르익는다. 남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않고 가는 것도 막지 않으며, 무엇보다 남이 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여 남이 자라도록 해주어야 한다.”-본문 中-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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