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2012.08.26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39:29    조회 : 754회    댓글: 0
「파격」
(임금자, 다섯수레, 2011.)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를 토대로 하고, 조선 후기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파격’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일단 사실과 허구가 촘촘하게 겹치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임금자 수녀님은 중국철학을 전공하여 조선 후기의 시대상황을 좀 더 폭 넓게... 조선과 중국을 오가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한국 교회사만을 정리하는 데에 의미를 두지 않고 당시의 시대상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사회적 의미를 드러내 주고, 조선의 사회 안에 살아가던 사람들이 꿈꾸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철저한 신분제도 안에서 꿈과 희망이 가로막힌 대다수의 백성들은 권력자들의 손가락에 좌지우지 되는 삶을 살며, 그저 타고난 가난과 운명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현대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인간상을 그려냄과 동시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 조선후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추구하고 노력해야 할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자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 건강한 가치관과 평등사상을 지니고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한 여정을 펼치는 인물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 안에서도 깊은 귀감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낙방 서생 정시윤이 우연히 역관 김재연을 만나 상인으로 변신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몰락 양반의 자손으로 과거를 보지만 거듭 낙방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김재연으로부터 자신을 따라 청국에 가서 홍삼 무역을 하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김재연의 도움으로 크게 성공한 정시윤은 베이징에 상점까지 내고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서양 세력의 본거지인 중국 남방으로 향하고... 끝에 미국을 향해 배를 띄우기까지 하는 활약상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인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겪게 되는 갖은 위험과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우리에게 익숙한 신앙선조들의 활동상이 겹쳐지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고자 했던 인물들과 자유롭게 자신들의 신념을 살아가고자 했던 신앙인들이 이 국경지대라는 공간 안에 함께 만나고 있습니다.
역사책 안에서는 쉽게 그려볼 수 없었던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 특별히 한국교회 안에서 목숨을 걸고 신앙을 전파한 앵베르, 페레올 주교, 모방, 샤스탕 신부.. 그리고 김대건 신부님의 여정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이 소설은 우리 신앙과 삶의 가치를 다시금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보는 것이 내 꿈이라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