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영성 (2012.04.15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11:55    조회 : 561회    댓글: 0
「아래로부터의 영성」
(안셀름 그륀/마인라드 두프너, 전헌호 역, 분도출판사, 1999.)
 
자신의 무능력을 체험할 때, 그리고 부쩍 화를 잘 내는 자신을 발견할 때,
착하고 좋은 일을 하고 나서 그것이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을 때,
나의 마음 안에서 순수한 선이 아닌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선을 발견할 때
매우 좌절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게 되곤 합니다.
내 안에서 나의 행동과 말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욕망들과, 위로받고 칭찬받으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편이 되어 주기를 원하는 자아가 하느님과의 친교를
멀게 함을 종종 느끼게 됩니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자신을 질책하거나,
아니면 그저 잊어버리고 묻어두며 넘어가곤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기도나 묵상, 성찰 중에 자주 자신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가져야 할 자신의 모습을 하나의 틀처럼 규정하곤 합니다. 이것들이 우리에게
큰 부담이며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전혀 쓸 모 없다고는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미워해서는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말 하고 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에 세 종류의 길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첫째, 생각과 느낌들과의 대화. 둘째, 밑바닥까지 아래로 내려가
더 이상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최종점에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는 것. 셋째, 하느님께 완전히 항복하는 것, 나의 힘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하느님의 좋으신 섭리와 품에
나를 완전히 내맡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묶어두고 있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나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나의 욕구들과 화해해야 할 것입니다. 결코 쉬운 것은 아니죠.
그러나 이 모습을 미워할 때 나는 나를 묶고 있는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나의 거짓자아는 이러한 욕구들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말 하는 것과 같이 어떠한 이유에서 성장기에 형성된
초자아의 상처나 억압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 측면에 집착하게 만들고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감정들을 표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신앙적인 지향과는 상관없이 보호받아야 할 ‘나’(심리학적인 의미에서..)를
중심으로 삶을 전개해 나아가게 되곤 합니다.
이러한 삶 안에서 하느님의 자리는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하느님과 가까운 친교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참된 선과 의를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에 있어 인간 내면의
상처를 들여 보는 것, 곧 자신의 인성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며
대화하는 것을 그 출발지점으로 삼는 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 맡겨져야 할 나의 작은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현대 그리스도교의 유명한 저술가인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특히 그가 말하는 영성신학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래로부터의 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 안에서
정신적, 영적인 상처로 인해 하느님을 가까이 체험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천상적인 것들만을 설명하기보다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참된 자기를 발견하고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위’를 향해 올라가는 그리스도교의 영성적 여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과 함께 우리의 내면을 더 깊이 바라보고
하느님을 찾아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네가 하느님을 알고 싶으면 먼저 너 자신에 대하여 알도록 해라.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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