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 (2012.3.25 소식지)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3-12-29 09:41:09    조회 : 620회    댓글: 0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
(송봉모, 바오로딸, 2010)
 
어떤 소설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스페인 사람인 아버지가 집을 나간 아들을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기로 다짐을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파코였습니다. "파코, 화요일 정오에 몬타나 호텔에서 만나자. 다 용서했다. 아빠가" 파코는 스페인에서 아주 흔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약속 장소에 나가자, 파코라는 이름의 젊은 남자가 무려 800명이나 나와서 저마다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원하고, 또 기다리고 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용서 받기를 원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용서할 수 있기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마음속에 받았던 상처를 끌어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제가 되고 나서 훨씬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알게 되겠지요... 그래서인지 솔직히 ‘용서’라는 주제로 강론을 해야 할 때에는 앞이 깜깜하고 식은땀이 날 정도입니다. 용서를 하기로 마음먹고 무진장 애를 쓰면서도 저 깊은 곳에서 분출하는 분노를 어찌할 수 없는 사람들.. 용서하려고 생각하다 보면 상처 받았던 자신의 아픔이 자꾸만 꿈틀 대서 어찌 할 바 모르는 사람들... 이렇게 아프고 괴로운데 나를 아프게한 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참을 수 없고 패배감마저 들게 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코 쉽게 이야기할 수도 없고, 진중하게 잘 이야기한다 해도 괜히 의무감과 강박관념만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그럼에도 말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그럼에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숙제... 바로 ‘용서’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운 용서는 사실 그 상처를 계속 같은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못마땅한 일을 저지른 그 사람의 잘못은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같은 잘못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만일 그 사람이 용서받아야할 이유를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 잘못이 어디 가질 않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은 용서할 수 있을만한 이유를 찾지만, 사실 그런 이유는 없습니다. 그 사람은 마땅히 잘못을 저질렀고 몹쓸 짓을 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그 상처로부터 헤어나오기 위해서, 나 자신이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참 사랑을 자신 안에 담아두기 위해서 ‘상처’라는 마음의 병을 치유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용서해야 할 이유를 찾을 때,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나를 용서할 수 있게 하는가? 묻게 됩니다. 오늘 추천해 드리고자 하는 이 책은 우리가 이렇게 용서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데에 좋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자인 송봉모 신부님은 성서학자로 그간 성경에 관한 많은 저서를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용서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저자의 통찰과 심리학적인 내용, 또한 성서적인 묵상을 통해 용서를 위한 길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순시기.. 다시금 용서를 위한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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