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 신앙의 결실

작성자 : 안나    작성일시 : 작성일2015-08-31 07:18:51    조회 : 277회    댓글: 0

◈ [서울]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2015년 8월31일 [(녹)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죽은 이들을 그분과 함께 데려가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 4,13-18

복음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16-30
 
혜화동에서 명동으로 걸어올 때가 있습니다. 창경궁 옆에는 서울 과학관이 있습니다. 과학관 입구에는 ‘전 국민의 과학화’라는 글이 바위에 새겨져 있습니다. 글을 쓴 분은 박 정희 대통령입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충무공 이 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습니다. 동상에도 글이 적혀있습니다. 글을 쓴 분은 역시 박 정희 대통령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셨고, 그래서 그 마음을 글에다 담았던 것 같습니다. 북한은 우리보다 더 많이 최고 통치자의 업적을 기리고 싶었나 봅니다. 곳곳에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산에도 지도자에 대한 존경과 충성을 드러내는 글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빠른 말이 문틈으로 스쳐가는 것 같다고 합니다. 벼슬은 하룻밤 묵는 여관이요, 명예는 이 사람 저 사람 돌려가며 쓰는 감투와 같다고 합니다. 바위에 새긴 이름도 언젠가는 세월의 파도에 씻겨 내려갈 것입니다. 지나가는 세상을 붙들려고 하는 것은 물 위에 이름을 쓰는 것과 같이 부질없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이 우리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우리는 그 보이는 것에 연연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외면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팔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더위도 우리에게 안녕을 고하고, 내년에 다시 찾아 올 것입니다. 더 머물지 못해서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왔다 갔음을 어디에 적어 놓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기억해 주지 않아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말없이 하였고, 미련 없이 떠나갑니다.

우주는 너무도 크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원자는 너무나 작기 때문에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짧은 세상에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가슴아파합니다. 미워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상처를 받고, 나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서 괴로워합니다.

예수님은 어느 바위에 글을 적지 않았습니다. 큰 감투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을 우리는 사랑하고, 그분의 삶과 말씀을 가슴에 새기려합니다. 그분께서는 눈에 보이는 것을 위해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내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신앙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도 영원을 희망하는 사람이라고 말을 합니다. 따라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利己主義’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 되고 ‘利他’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 주는 것, 갇힌 이들을 풀어주는 것, 묶인 이에게 자유를 주는 것’ 이러한 삶이 우리를 현재의 삶을 살지만 영원한 세계에로 이끌어 주리라 말씀을 하십니다. 가을이 온다고 다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에 뜨거운 땀을 흘린 사람들이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가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 결실은 하느님을 믿고, 신앙 안에서 충실하게 살아간 사람들의 몫일 것입니다.
 
- 서울 대교구 성소국장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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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2015년 8월31일 [(녹)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죽은 이들을 그분과 함께 데려가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 4,13-18

복음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16-30

며칠 전, 약속장소에 나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저는 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분이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일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제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분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그 말의 요지는 지금 이렇게 어려운 것은 종북과 같은 빨갱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상의 자유라는 것은 그냥 생각만 하고 있어야지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너무나 극단적으로 말씀하셔서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었습니다. 특히 말끝마다 욕을 하시는데 듣는 저로써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 자랑을 하시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지금은 택시기사를 하고 있지만, 특허출원을 2개 해 놓았는데 이것이 대박 나면 100억 수입은 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에 대해서도 침묵하자, 이번에는 자신이 운이 아직 안 되었는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 지금까지 로또 복권 숫자 6개 중에 5개 맞은 경우가 일곱 번이나 되었는데, 운이 없어서 1등에는 당첨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시네요.

대화란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신의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자기 자랑만을 한다면 이는 대화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저 역시 상대방의 생각은 존중하지 않고 제 생각만을 이야기할 때가 참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발견하기 보다는 제 자랑을 더 즐겨 말하기도 했었지요. 그럴 때 제 대화의 상대 역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대화의 상대인 주님께도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내 입장에 맞춰서 기도하고, 내 이득만을 위한 기도를 할 때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서 당신의 사명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낮춰 보면서 그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고을 밖으로 내 몰아 벼랑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지요. 이런 모습을 똑같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는 아니었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잘 말해야 합니다. 혐오감을 주는 기도, 상처를 주는 기도,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 기도,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기도를 피해야 주님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주님의 대화법을 떠올려 봅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시는 예수님, 그러나 강자에게는 철저히 강자의 모습으로 올바른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지금 내 모습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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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겐 다른 사람에게 없는 자기만의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하시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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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그 나라의 음식들을 찾아 먹습니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맛이기에 열심히 그 나라의 음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다보면 점점 한국음식이 그리워집니다. 더군다나 전날 과음이라도 했다 싶으면 그 나라에서 가장 맛있다는 음식도 필요 없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의 특별 음식 역시 필요 없습니다. 바로 싸고 편리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라면’ 한 그릇이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됩니다. 얼큰한 국물과 쫄깃쫄깃한 면말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됩니다.

고급 음식은 아니지만 생각나는 라면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는 가끔 생각나서 찾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따뜻한 마음, 사람들이 찾는 사람보다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더 원할 때가 많습니다.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은 아닐까요?

- 인천교구 조명연 마태오 빠다킹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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