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Anima Sana in Corpore Sano'

작성자 : 안나    작성일시 : 작성일2015-07-30 07:08:04    조회 : 316회    댓글: 0

◈ [서울]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2015년 나해 7월30일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제1독서 
<구름이 만남의 천막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찼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40,16-21.34-38

복음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47-53
 
‘Anima Sana in Corpore Sano'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말입니다. 의미를 말하면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몸이 있어야 하고, 반대로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몸과 마음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건강한 몸, 아름다운 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체중감량을 하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단식을 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몸을 만들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몸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위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름휴가를 가면 즐겨 찾는 곳이 ‘좋은 자리’입니다. 계곡에 가면 이런 현수막이 있습니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냇가 자리 있습니다.’ 바닷가에 놀러가도 고운 백사장이 있고, 풍경이 아름다운 자리를 선호합니다. 이렇게 ‘자리’는 여름휴가에 있어서 중요한 몫을 합니다. 사람들은 좋은 자리를 찾아서 먼 길을 달려가기도 합니다. 또 좋은 자리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성당에 오셔서 자리에 앉는 교우들을 봅니다. 많은 분들은 늘 앉던 자리에 앉습니다. 어르신들은 일찍 오시기 때문에 늘 앉던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늦게 오시는 분들은 빈자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늘 앉던 자리에 앉기는 어려운 것을 봅니다. 저는 강의를 들을 때는 주로 맨 앞자리에 앉는 편입니다. 앞에 앉아야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사의 모습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는 자리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크게 3가지 정도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공간이나 지역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물 좋은 자리, 경치 좋은 자리, 길가 자리 등 좋은 자리는 제 값보다 더 주어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흥5동은 뒤에 산이 있어서 공기가 좋고, 깨끗한 자리에 속합니다. 그런가하면 지금 살고 있는 명동은 경제적인 가치가 커서 평당 1억 원이 넘는다고도 합니다.

둘째는 사람이 눕거나 앉는 물건을 이야기합니다. 돗자리, 이부자리 등. ‘아버님 자리 봐 드려라.’ 라는 말은 주무실 수 있도록 이불을 깔라는 뜻입니다. 저도 식당에 가면 먼저 방석을 자리에 놓는 편입니다.

셋째는 별이 지나가는 길을 뜻하기도 합니다. 흔히 별자리라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서열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랫자리, 윗자리, 낮은 자리, 높은 자리 등으로 말하곤 합니다. 직책을 뜻하기도 합니다. 회장 자리, 부장 자리, 국회의원 자리 등 의전을 담당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순서를 정할 때 신경을 쓰게 됩니다. 흔히 자리다툼이란 말도 합니다.

마르코 복음 10장에서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이런 말을 합니다. ‘선생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실 때 저희를 하나는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 주십시오.’ 같은 내용이 마태오 복음 20장에서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부탁하는 내용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낙하산’이란 말이 있습니다. 실력도 능력도 없는데 높은 사람의 줄을 타고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오게 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조직은 생동감을 잃게 되고 때로 무너지게 됩니다. 그런 낙하산에 대한 기대가 예수님 시대에도 있었나 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오른편이나 왼편 자리에 앉는 특권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앉을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미리 정해 놓으셨다.’ 낙하산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어느 자리에 있던지 그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에는 높고 귀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오묘함을 겸손한 사람에게만 드러내신다.’(집회 3,20) 저는 이 말을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높고 귀한 자리도 많지만 하느님은 겸손한 사람에게만 당신의 오묘하심을 드러내신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 나라’라는 자리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는 ‘성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복음과 독서의 공통점은 하느님이 함께 하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떤 자리에 함께 하실까요? 그것은 바로 겸손함입니다. 교만한 사람들에게는, 욕심이 가득한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성막’이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서울 대교구 성소 국장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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