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작성자 : 디딤돌    작성일시 : 작성일2015-04-17 06:24:01    조회 : 388회    댓글: 0

◈ [인천] 노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2015년 4월15일 부활 제2주간 수요일(요한 복음 3장 16~21절)

지난 번에 원로 신부님을 모시고 조경에 관한 조언을 부탁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조경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질문도 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본당에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하는 거였는데요. 신부님께서는 실질적인 이야기보다는 우리 나라에 노인영성에 관한 책과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어지질 못했는데요. 어제 신부님이 보내주신 ‘함께 하는 사목’ 이라는 편지를 받아 보고나서 노인영성에 관한 한 가지 부분을 배우게 된 거 같습니다. 그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2년 전 대만의 산권스 추기경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90세를 넘긴 연세에 병원에서 투병하시며 깨달은 영적 체험을 나누고 싶어 글을 남겼습니다. “타이페이에서 나는 이틀 동안 대변을 보지 못했고 의사는 완화제를 줬다. 약효는 한밤중에 나타났다. 나를 돌보던 남자 간호사를 깨워 샤워실로 데려다 달라 부탁했다. 샤워장으로 다가기 전에, 내 속이 배워졌다. 대변이 나와 바닥에 떨어졌고, 이 남자 간호사가 내 똥을 밟았다.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와 바닥을 닦으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내 똥 묻은 파자마를 벗기고 나를 화장실 변기에 앉혀 내 다리에 묻은 똥을 닦으며 어른이 아이를 꾸짖는 것처럼 나를 꾸짖었다.

그는 “두세 발짝만 더 가면 변기였는데, 그것도 참지 못했느냐? 이것 때문에 내가 고생했다. 다음에는 더 일찍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는 내가 한 살짜리 어린애처럼 느껴졌다.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로 나에게 다가와 내가 90년 동안 갖고 있던 모든 존경과 명예, 직함, 직위, 권위, 위엄을 난도질했다. 나를 씻기고 나서 그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바로 잠이 들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추기경에게 일어났습니다. 의사가 몸에 물을 빼기 위해 이뇨제를 처방한 것을 모르고 평소와 다름없이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독서 중에 화장실에 가야했는데, 가는 도중에 참지 못하고 오줌을 바닥에 흘렸습니다. 그의 모든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느껴졌스빈다. 수녀와 의사, 간호사들 앞에서 숨을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때도 과거에 사로 잡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날 밤에도 간호사의 꾸중을 되새기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십자가를 쳐다보며 예수님을 생각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아무 잘못 없이 큰 죄인처럼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비웃음과 모욕을 받으셨는데... 그래도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위해 용서를 청하는 기도까지 하셨는데... 나는 노인이고 임종을 기다리는 병자로서, 내 자신의 현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옛날의 권위와 명예에 갇혀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기도하였습니다. 그 후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아주 평화로운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온하고 마음의 기쁨을 새롭게 찾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 간호사는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은 것처럼 추기경을 정중하게 간호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추기경은 자신을 비우고, 기쁨을 얻은 것이 은총의 힘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산궈스 추기경님이 자신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일 안에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얻으셨다고 하는데요. 그 일이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일일 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수백 그루 포도나무도 문제없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또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살아 쳐지고 주름이 생기고 허리가 굽어 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하고 건강한 노인의 모습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어떨까요? 도움을 청하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고 부끄러워하여 사람들과 함께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면 주름살이 많은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다 늙어빠진 얼굴을 찍어서 뭐하냐며 사진기 앞에 서기를 거부하십니다. 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함께 모이는 자리를 피하려고 하십니다. 그분들에게 어두운 조명과 혼자 있는 골방이 더 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러한 모습이 건강한 노인의 삶은 아닐 거 같습니다. 아마도 노인에게 요구되는 진리의 실천은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모습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노인은 아마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밝은 자리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오늘 하루, 늙고 아픈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봅시다. 내 몸과 마음이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봉성체를 하러 갔는데 할머님이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상을 가지고 나오셨다.
그래서 아기 예수님을 가리키며 “이분이 누구세요?”
하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하신다.
“하느님의 어린이~” ^^;
그래서 다시 성모님을 가리키면서 “이분은 누구세요?”
하고 물으니 이런 대답을 하신다.
“몰라~ 까먹었어~”
 
- 인천교구 대부동 성당 김기현 세례자 요한 밤송이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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