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10월 7일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 선포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4-10-09 17:29:32    조회 : 57회    댓글: 0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거행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거행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10월 7일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 선포

2013년부터 2023년에 이르기까지 시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성지를 위해 기도와 단식을 요청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공격 1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7일을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로 선포했다. 아울러 전날인 10월 6일 성모 대성전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님께 청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참가한 대의원들에게도 동참을 요청했다.

Salvatore Cernuzio

중동의 화약고 속에서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폭탄과 미사일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 끝없이 떨어지는 가운데, 아프리카에서는 수많은 분쟁이 민족들을 갈라놓으며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몰아넣고 있다. 전쟁의 광풍과 폭력의 불길이 온 세상을 휩싸고 있는 이 암울한 시대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신자들에게 평화를 위한 강력한 “무기”로 단식과 기도를 요청했다. 온 세상이 파멸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 교황은 하느님의 자비와 평화를 간절히 구하고 있다. 교황은 10월 2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개막미사에서 오는 10월 7일을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로 지낸다고 발표했다. 10월 7일은 1년 전 하마스의 테러공격으로 이스라엘 성지에서 폭력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모든 이가 이날을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로 지내길 바랍니다.”

성모 대성전에서 성모님께 기도

교황은 강론 말미에 오는 10월 6일 성모 대성전을 다시 방문해 성모님께 평화를 청하는 기도를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영적 여정에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를 위해 로마에 모인 시노드 대의원들이 모두 동참하길 당부했다.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의 전구로 평화의 선물을 청하기 위해 저는 다음 주일인 10월 6일 성모 대성전을 방문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성모님께 간절한 청원을 드릴 예정입니다.”

성모 대성전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모 대성전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프란치스코 교황

2013년 “사랑하는 시리아”를 위한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동안, 폭력으로 고통받는 나라를 위해 단식과 기도의 날을 지정한 것은 그의 일관된 사목적 행보였다. 2013년 9월 7일, 교황으로 선출된 지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수많은 신자 및 비신자를 불러 모아 촛불과 깃발을 들고 “사랑하는 시리아와 중동지역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쳤다. 당시 시리아는 이미 1년 넘게 잔혹한 전쟁의 위기에 놓여 있었고, 민간인을 향한 화학무기(신경가스) 공격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 상태였다. 다행히도 전쟁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그 전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침묵 속에서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무기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자신을 정당화할 논리를 교묘히 세련되게 꾸몄습니다. 양심은 깊이 잠들어버렸습니다. 폭력과 전쟁은 죽음만 불러옵니다. 죽음만을 말할 뿐입니다! 전쟁은 언제나 인류에게 패배만 남깁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을 위한 기도

2017년 2월 23일에도 교황은 남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을 위해 기도와 단식이라는 즉각적인 행동을 신자들에게 촉구했다. 두 나라 모두 2023년 1월과 2월에 교황이 직접 방문한 국가들로,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기아, 착취, 이주,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날은 사순시기의 첫 번째 금요일로, 교황과 교황청 부서 성직자들이 연례 피정을 마친 직후였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은 물론 다른 종교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 기도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모두 함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을 위한 기도의 날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을 위한 기도의 날

레바논을 위한 교회의 연대

2020년 9월 4일, 교황은 레바논을 위한 기도의 날을 선언하며, 다른 교파의 형제자매들에게도 함께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당시 세계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힘겹게 회복하려 애쓰고 있었고, 불과 한 달 전에는 레바논 항구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정치, 사회, 경제 위기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레바논에 이스라엘 공습까지 겹치자, 교황은 평화의 땅이라는 소명을 간직한 레바논이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표현했다. 레바논은 지금도 베이루트 항구 폭발사고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교황은 이틀 전인 9월 2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레바논 국기를 든 한 사제와 함께 레바논을 위한 세계 기도의 날을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진정성과 투명성으로 재건의 여정에 나서길 바랍니다. 당파적 이익을 내려놓고 공동선과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십시오.”

레바논을 위한 기도의 날
레바논을 위한 기도의 날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기도

2021년 8월 29일, 폭력적으로 재집권한 탈레반과 잇따른 테러 그리고 탈출을 시도하며 이륙 중인 비행기에 올라타려는 수백 명의 절박한 사람들이 넘쳐나던 그해 여름, 교황은 교황청 사도궁에서 열린 삼종기도를 통해, 그리고 교황 ‘엑스’(X, 트위터의 새 명칭) 계정(@Pontifex)을 통해 전 세계 신자들에게 다시 한번 기도에 동참하고 단식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저는 모든 이에게 기도를 더욱 간절히 바치고 단식을 실천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기도와 단식, 기도와 참회를 행할 때입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주님께 자비와 용서를 구하며 기도와 단식에 마음을 다해 임해 주십시오.”

우크라이나의 비극

2022년 3월 2일 재의 수요일에 교황은 전 세계 교회에 단식하고 기도할 것을 호소하며, 특히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이 세상을 전쟁의 어리석음에서 지켜주시길” 청하자고 요청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처음으로 공격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비극적 현실을 반영한 교황의 호소였다. 이 공격은 이후 약 2년 동안 이어진 끔찍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으로 기록됐다. 

“모든 관련 당사국은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국가 간의 공존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국제법을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날은 수년간 이어진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하늘에 올린 수많은 호소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2022년 3월 25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이거나 전 세계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수많은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봉헌하는 특별 예식이 거행됐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봉헌하는 예식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봉헌하는 예식

“어둠의 시간”을 겪고 있는 예수님의 땅을 위한 기도

교황은 2023년 10월 27일 이스라엘 성지에서 참사가 발생한 지 20일 후이자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폐막일에 단식과 기도를 통해 평화를 간구하는 특별한 날을 지냈다. 이날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평화를 위한 단식과 기도와 참회의 날’ 예식을 거행했다. 이날 예식 명칭은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반포 60주년을 기념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예식에는 시노드 총회 대의원들은 물론 다른 그리스도교 종파와 다른 종교인 대표들도 함께 참여했다. 그날 저녁, 교황은 참가자들과 함께 성모님의 발치에서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세상을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간절히 청했다.

“이제 어머니, 다시 한번 저희를 위해 앞장서 주소서. 분쟁으로 갈가리 찢기고 무기로 황폐화된 이 시대에 저희를 위해 앞장서 주소서. 평화의 길을 잃고, 아벨보다 카인을 더 좋아하며, 형제애를 잃고 더 이상 가족의 정취를 찾아볼 수 없는 인류 가족을 자애로운 눈으로 굽어 보소서. 위험과 혼란에 처한 저희 세상을 위해 중재해 주소서. 생명, 곧 모든 인간의 생명을 환대하고 돌보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죽음의 씨앗을 심고 미래를 앗아가는 전쟁의 광기를 거부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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